목록홀로서기 (37)
모험러의 책방
마루야마 겐지의 『천년 동안에』를 읽다 보면 마치 요즘 돌아가는 세계 정세를 보고 작가가 엊그제 쓴 소설이라는 착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서지정보를 찾아보면 1996년 최초 출간이다. 그만큼 이 소설의 어떤 부분은 마치 2017년 오늘날의 세상을 보여주는 양 예언서를 방불케 한다. 마루야마 겐지는 사자가 되지 못하고 낙타, 혹은 양떼에 머물 뿐인 인간 군상을 끊임없이 질타하고 조롱한다. 삶의 참된 맛은 야성적으로 사는 데서, 아무도 지배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지배받지 않는 자유를 추구하는 데서 솟구쳐나오며, 안주하고 무리짓는 순간 짐승의 눈빛을 잃고 노예로 전락한다는 게 그의 핵심 사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은 그의 에세이집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나는 길들지 않는다』에 나온 중심 메시지가 ..
오늘 하루 장자 연구서를 읽으며 장자를 많이 떠올렸다. 이런저런 동양/서양 철학에 기웃거리다가도 마음이 어지럽거나 그늘이 지려고 할 때면 어김없이 장자로 돌아오게 된다. 오늘 인터넷에서 여든이 넘은 나이에 매일 새벽 4시 일어나 장애가 있는 손으로 하루 10시간 신문배달을 하고, 신문배달이 끝나면 독거노인과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려 야밤에 파지를 주우러 다니고, 한밤중에 집에 돌아와서는 독서에 여념이 없는 오광봉 할아버지를 보았다. 작은 단칸방에는 , , , , , , , , 등등 이천여 권이 넘는 책이 사면에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월급 90만 원에서 매달 20-30만 원 어치는 꼭 책을 사신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기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고아한 서재였다. 송宋나라 몽성蒙城 사람 장자는 옻나무밭을 관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