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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자연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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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압이 높다는 표현을 처음 접한 건 김훈 선생에게서다. 김훈은 힘 있고 개성 있는 문장을 전압이 높은 문장이라고 표현했다. 전압이 높아 불꽃이 팍팍 튀는 문장, 그런 박력있는 문장을 김훈은 사랑하는 것이다. 나도 그 이후로 전압이 높다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나는 문장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이 표현을 마음속에서 떠올릴 때가 많다. '아, 저 사람은 전압이 높다!' 이런 식으로. 나는 전압이 높은 사람이 섹시하다는 가설을 갖고 있다.

그런데 농사를 짓다가 전압이론을 수립하고 그것을 농작물 재배는 물론 인간의 건강에도 적용하여 설명한 책이 있다. 송광일 선생이 쓴 <기적의 자연재배>가 그것이다. 비료도 농약도 퇴비도 쓰지 않는 재배법이 '자연재배'다. 자연재배로 재배한 채소는 썩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마를 뿐이다. 자연재배를 하는 토양에서는 잡초가 잘 자라지 못한다. 자연재배 채소에는 해충이 피해를 잘 주지도 못한다. 또한 자연배재 채소와 과일은 맛과 향이 뛰어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자연재배를 하면 토지와 작물이 비료나 농약 따위에 의존하지 않게 돼 홀로서기를 하며 강해지기 때문이다. 전압이 무진장 세진 것이다.

<기적의 자연재배>는 올해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놀라운 책이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의 자연재배 현장을 두루 방문한 후, 자연재배가 "적어도 식량생산에 관한 한 인류문명이 마지막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확신했다는 이문웅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의 말이 과장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농사에 별 관심이 없더라도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볼만 하다. 저자의 '전압이론'에 허점**과 동의가 안 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나는 전반적으로 이 이론이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전압이 높은 몸(건강한 몸)이 어떤 몸인지 궁금하면 이 책을 읽어보자. 나는 이 책을 읽고 다음의 맹자의 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우환은 사람을 살리고, 안락은 사람을 죽인다."

13/10/13

* 송광일, <기적의 자연재배: 비료도 농약도 퇴비도 쓰지 않는 먹거리 혁명>을 읽고.
** 가장 큰 의문은 자연재배가 아니라 자연재배 할애비라도 자연의 법칙상 시간이 지나면 지력의 감소는 피할길이 없을 것 같은데,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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