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모험러의 잡문 (354)
모험러의 책방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 있다. 신비로운 건 시간과 공간의 그 결정론적인 성질이 아니다. 진짜 신비로운 건 그럼에도 인간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뇌하고, 선택하며, 친구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심지어 이방인을 위해, 때론 자기를 희생한다는 것이다. 테넷과 위쳐, 둘 다 엔딩에서 우로보로스의 원은 완성된다. 필리파가 최후에 깨닫는 바, 운명(destiny)은 왜 희망인가?("Destiny isn’t the judgements of providence, isn’t scrolls written by the hand of a demiurge, isn’t fatalism. Destiny is hope."*) 헤겔이 말했듯, 정신은 자유를 향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종말이라는 운명(fate)에 맞서, 자기..
https://youtu.be/a5LD31hp1EE 나는 정채산의 눈을 바라보았다아니, 저절로 그의 눈에 빨려들어갔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이미 기운 배다 조선은나는 알지 못한다대체 조선에 목숨 걸고 지켜야 할만한 고귀한 것이 뭐가 있었나오히려 황국은 나의 눈을 뜨이게 하고 나의 능력을 일깨워주지 않았나 대체 무엇이 이 사내의 눈빛에이토록 강렬한 신념이 깃들게 했는지 나는영원히 알 수 없을 것만 같다 대한독립만세?웃기는 소리다 역사?승리한 자들은 선지자 항목에 이름 올리고패배한 자들은 반란자, 테러리스트의 항목에 이름을 올릴 뿐이다 아, 그러나 내 마음은 왜 이토록 동요하는가 그가 내게 시계를 주며 말한다"앞으로 내 시간을 이동지에게 맡깁니다." 나는 나 자신도 믿지 못하는데어째서 이 자는 자..
영웅(제국)의 정의와 대의를 위한 활동에 따르는 부수적 피해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저 영웅 간의 심리치료와 위로만 있을 뿐. 그러나 부수적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의 반발과 저항은 철저히 응징된다. 극 중 악당은 "제국을 내부로부터 붕괴시키"고자 했으나 영웅(제국)은 붕괴하지 않는다. 대립은 표면적이었을 뿐, 영웅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적 앞에서 그들은 다시 일치단결한다. 힘없는 자들은 복종하고 순응할 때는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나 목소리를 내고 떨쳐 일어나면 혐오와 박멸의 대상이다. 영웅등록법을 반대하는 선봉에 캡틴 아메리카가 선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힘이 선이다. 제국은 언제나 옳다. 우리는 그 누구에게서도 통제될 수 없다. 며칠 전, 42명의 사망자를 낸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병원 오폭 사건과 관련..
오늘 하루 장자 연구서를 읽으며 장자를 많이 떠올렸다. 이런저런 동양/서양 철학에 기웃거리다가도 마음이 어지럽거나 그늘이 지려고 할 때면 어김없이 장자로 돌아오게 된다. 오늘 인터넷에서 여든이 넘은 나이에 매일 새벽 4시 일어나 장애가 있는 손으로 하루 10시간 신문배달을 하고, 신문배달이 끝나면 독거노인과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려 야밤에 파지를 주우러 다니고, 한밤중에 집에 돌아와서는 독서에 여념이 없는 오광봉 할아버지를 보았다. 작은 단칸방에는 , , , , , , , , 등등 이천여 권이 넘는 책이 사면에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월급 90만 원에서 매달 20-30만 원 어치는 꼭 책을 사신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기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고아한 서재였다. 송宋나라 몽성蒙城 사람 장자는 옻나무밭을 관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