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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델라이언의 칼 같은 박자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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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롤트, 이 힘만 셌지 소심하고 비겁한 인간은 마음이 있는 여인에게 뭔가 말을 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인은 게롤트가 말을 해주기를, 아주 작은 '희생'이라도 해주길 기다렸다. 그러나 위쳐는 끝내 묵묵부답.

 

단델라이언이 정확히 이때 불쑥 나타나 이 상황을 구한다. 역시 단델라이언의 박자 감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단델라이언은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말한다.

 

"두 사람이 그렇게 빼고 앉아 있는 꼴을 보고 있는 것도 지겨워! 꼬마 인형[여인], 저 친구한테서 기대하는 게 뭔데? 불가능한 걸 고대하나?

 

그리고 게롤트, 자네는 뭘 기대하는 거지? 샛별눈동자[여인]가 자네의 생각을 읽어주길 기대하는 건가?

 

그리고 샛별눈동자가 자네의 생각을 읽는 걸로 만족하기를, 그래서 자네는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어도 되기를 바라는 건가? 아무것도 설명할 필요가 없고, 아무것도 분명히 밝혀줄 필요가 없고, 아무것도 거절할 필요가 없도록? 그리고 자네의 약점을 드러낼 필요가 없도록? 그런 식으로 이해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얼마나 많은 사실이 필요하겠나?

 

젠장맞을! 아, 더 이상은 못 참겠어. 둘 다 잘 들어. 나는 이제 개암나무 가지를 꺾어서 낚시하러 갈 거야. 한동안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될 테니까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거야. 전부 다 쏟아내고, 서로 이해하려고 해 봐. 그건 생각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야."*

언제 사람과 사람에게 참된 소통이 이뤄지고 마음이 이어지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모르긴 모르되, 상처주기 싫고 상처받기 싫고, 거절할 필요도 거절을 당할 필요도 없고, 약점을 드러낼 용기도 없으면, 억만금의 시간이 주어져도 우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모험러 각색. 단편 「작은 희생.」, 위쳐: 운명의 검, 안제이 사프콥스키, 함미라 옮김. 제우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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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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