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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의 한계 본문
한 가지 주제를 던지고 모든 이야기를 그 주제를 중심으로 결집시키는 능력, 특급 작가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위쳐를 쓴 안제이 사프콥스키는 물론 그런 특급 작가 중 한 명이다. "가능성의 한계"라는 제목의 중편은, 제목 그대로 자연에 과연 가능성의 한계는 있는가 없는가, 가능성의 한계를 알지 못하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 가능성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자와 저지하려는 자, 그리고 그 대가는 무엇인가에 관해 기가 막히게 쓰여 있다. 이때 위쳐, 즉 게롤트는 가능성의 한계를 분명하고 명확하게 하려는 자로 등장한다. 위쳐는 항상 '이성적'으로 행동하니까(하지만 그도 이 작품에서 가능성의 한계를 한번 넘어서려 한다. 예니퍼 관련하여. 류트의 현이 끊어지듯 뚝 끊어지고 말지만). 가능성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은 목적지를 갖고 있는가, 소명이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와도 관련된다.
자, 그런데 게롤트와 단델라이언과 예니퍼 모두가 마차에 묶여 모두 죽게 된 절체절명의 순간! 음유시인 단델라이언은 이 엄혹한 순간에도 예니퍼의 찢어진 옷 밖으로 드러난 맨살과 몸매를 구경하는 데 여념이 없다. 예니퍼가 말한다.
"야 이 새끼야! 그만 좀 뚫어지게 쳐다봐!"
단델라이언이 답한다.
"싫은데?"
그러면서도 여자 마법사가 보여주는 "위로의 광경에서" 눈길을 떼지 않는다.
게롤트마저 못 참고 말한다.
"눈 좀 돌리지?"
단델라이언이 말한다.
"싫거든? 난 곧 두 개의 젖가슴에 대한 발라드 한 편을 집필할 예정이거든. 나는 방해받고 싶지 않네."
아아, 단델라이언, 그는 진정 가능성의 한계를 모르는 남자였던 것이다.
- 모험러 각색. 위쳐: 운명의 검, 안제이 사프콥스키, 함미라 옮김. 제우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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