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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거짓말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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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증인들은 모두 진실만을 말하고 있다. 교육자들은 부정 입학을 지시하지 않았고, 정부 관료들은 외압을 행사하지 않았고, 기업가들은 뇌물을 바치지 않았고, 정치인들은 위증 교사를 하지 않았고, 의료인들은 불법 의료 행위를 하지 않았고, 군인은 모든 절차를 준수했다. 아무도 지시하지 않고 아무도 강요하지 않으며 모두가 법과 질서를 준수하니 힘 있고 돈 있는 자들은 알아서 좋은 대학에 뽑히고,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되고, 세금 없이 상속에 성공하고, 특별 의료 혜택을 받는데 반해, 힘 없고 돈 없는 자들은 서로를 향해 '지겹다'며 알아서 튀는 자의 목소리를 제거하고 스스로 자기검열하다가 심지어 목숨까지 끊는 사회. 아, 우리의 대한민국, 엘리트들의 이상향. 물론 이상향은 도래하지 않았고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저들은 더 은밀해지고 시스템은 더 교묘해질 것이다. 슬라보예 지젝은 전체주의 사회는 처벌을 집행할 필요가 없는 곳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반대로 그들의 완전해진 '민주주의' 사회는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 세상일 것이다. 그들은 진실되게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줄 것이다. 그것은 법과 원칙에 따라 아름답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우리는 누구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그들 자신도.


16/12/23


* 최근 일련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청문회를 지켜보며 상상해본 민주주의적 디스토피아. 실제 현실 아님. 제목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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