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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정치에서 개인 정치로 본문

명문장, 명구절

정당 정치에서 개인 정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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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서구의 정당 정치 상황을 묘사한 글이다. 보수당(우파)과 사회민주주의당(좌파) 사이에 사실상 아무런 차이가 없어졌음을 비판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당 정치를 대입해 읽어봐도 위화감이 없다. "제3의 길이 등장하면서 정치는 사상과 이념의 문제에서 인물의 문제로 넘어갔다"는 구절이 특히 절묘하다.

「현대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정치는 정치인 개인의 정치로 변해가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그 정치인들은 무엇이 그들의 주의 주장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으면서, 그들에게 무언가의 주의 주장이 있다고 우리들을 설득하려고 광고대행 업체를 고용한다. 오늘날 보수당과 사회민주당은 둘 다 상대편 당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투덜거린다. 이들을 구분하는 근본적인 차이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어느 정책이라도 양쪽 진영의 기본강령에서 그 근거를 끌어댈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개별 정책에 대한 수용 여부는 폭넓은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판단이 아니라, 누가 먼저 그 정책을 생각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제3의 길이 등장하면서 정치는 사상과 이념의 문제에서 인물의 문제로 넘어갔다. '여론가공 전문가'가 정책 분석가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정당의 기본강령은 미디어 전략 속에 묻혀버렸다. 대담한 개혁은 사라지고 이미지 관리가 중요해졌으며, 행동을 선택하는 것보다 말을 선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정치인들이 애용하는 '당초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말은 논쟁을 피하겠다는 뜻이다.

보수당과 사회민주당 간의 실질적인 차이점이 없어지면서 두 정당 모두가 원리 원칙에 충실한 사람들이 아니라 출세주의자들과 기회주의자들을 영입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요즘은 20대의 약관에 정치권의 양대 진영에서 환영받는 아주 젊은 세대의 정치인들이 부상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어느 진영에라도 속 편하게 가담할 수 있었겠지만, 어느 정당이 개인적 성취에 보다 유리할 것인가를 보고 판단하는 행보를 취했다. 신자유주의와 뉴라이트가 승리하면서부터 국민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잃었으며, 이러한 현상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라는 논평들이 평론가들로부터 제기되었다. 기든스는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오늘날 정치적 이념은 사람들의 문제의식을 일깨울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이며, 정치 지도자들은 지도할 능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14/02/22

* 클라이브 해밀턴, <성장숭배: 우리는 왜 경제성장의 노예가 되었는가>에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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