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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출과 정채산의 만남(영화 '밀정') 본문
나는 정채산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니, 저절로 그의 눈에 빨려들어갔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이미 기운 배다 조선은
나는 알지 못한다
대체 조선에 목숨 걸고 지켜야 할만한 고귀한 것이 뭐가 있었나
오히려 황국은 나의 눈을 뜨이게 하고 나의 능력을 일깨워주지 않았나
대체 무엇이
이 사내의 눈빛에
이토록 강렬한 신념이 깃들게 했는지
나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만 같다
대한독립만세?
웃기는 소리다
역사?
승리한 자들은 선지자 항목에 이름 올리고
패배한 자들은 반란자, 테러리스트의 항목에 이름을 올릴 뿐이다
아, 그러나 내 마음은 왜 이토록 동요하는가
그가 내게 시계를 주며 말한다
"앞으로 내 시간을 이동지에게 맡깁니다."
나는 나 자신도 믿지 못하는데
어째서 이 자는 자신의 시간
자신의 삶을 내게 맡기는가
여전히
알 수 없다
알 수 없지만
나는 이 알 수 없는 사내에게 도박을 걸어보고 싶다
사내는 나를 알아주는 자에게 목숨을 바치는 법이라고 했던가
새벽 바다의 고요한 울림이 가슴을 스친다
또 봅시다
16/09/20
* 영화 <밀정>을 보고 쓴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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