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러의 책방
너 덕분에 그는 혼자가 아니었으니까 본문
실로 오랜만에 만난 예니퍼와 단델라이온. 한때 예니퍼는 단델라이온을 역병처럼 싫어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단델라이온을 무척 좋아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
나중에 예니퍼는 단델라이온에게 또 이렇게 말한다.
"너에게 나쁜 일이 생기는 건 원치 않아. 그러기엔 내가 널 좋아하고, 너에게 고마운 일도 너무 많고.."
어리둥절해진 단델라이온은 묻는다.
"그 말은 벌써 두 번째야. 도대체 나에게 고마운 일이 뭐야, 예니퍼?"
여자 마법사는 고개를 돌리고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러다 결국 입을 열었다.
"너는 그와 함께 다녔잖아. 너 덕분에 그는 혼자가 아니었어. 너는 그에게 친구가 되어 주었어. 너는 그와 함께 있었지."
시인은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웅얼거렸다.
"내가 같이 있다고 게롤트에게 도움되는 건 없었어. 나와의 우정으로 별로 얻을 건 없었으니까. 나 때문에 주로 문제가 생기기나 했지. 무슨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날 구해 주고, 도와주고."
굳이 무엇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 관계, 얻지 않아도 되는 관계, 그곳에서 우정은 싹트는 거 같다. 예니퍼는 가만히 시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따뜻한 눈으로.
- 모험러 각색. 위쳐: 엘프의 피, 안제이 사프콥스키, 함미라 옮김. 제우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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