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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마법사 스트레고보르에게 저주의 날에 태어났다며 괴물로 몰려, 평생을 핍박받고, 겁탈당하고, 쫓기고, 고문의 삶을 살아온 렌프리. 렌프리는 마치 들짐승을 쫓듯 자기를 몰이사냥을 해온 마법사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렌프리는 게롤트에게 호소한다. "당신은 위쳐야. 악한 존재로부터 위협 받는 인간들을 지켜 주는 수호자지. 스트레고보르는 그 키키모어보다 더 지독해. 키키모어는 이성이 없는 짐승이고 그래서 살해를 하지. 왜냐고? 신들이 그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으니까. 하지만 스트레고보르는 사디스트에, 위험한 미치광이 괴물이야. 이번 경우도 괴물 처치와 크게 다르지 않아. 게롤트, 스트레고보르를 죽이는, 덜 나쁜 악을 택하는 게 최상의 해법이라는 생각 안 해?" 공교롭게도 마법사 스트레고보르도 똑같은 이유로 렌프리를..
상인이 위쳐에게 말한다. 위쳐도 하나의 직업이라고. 더 나을 것도, 더 나쁠 것도 없는. 그러자 게롤트가 말한다. "자네는 확신할 수 있나? 위쳐가 더 나쁠 게 없는 직업이라고?" 상인은 답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을 구하려고 방어합니다. 당신은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저 야산 위에 있는 열네 명의 마법사는 어떻습니까?[목숨을 바쳐 싸움] 그때 그 다리 위에서의 당신은요?[역시 목숨을 바쳐 상인을 구함] 당신이 행한 행동은 좋은 것이었습니까, 아니면 나쁜 것이었습니까?" 모른다, 그게 게롤트의 대답이고 난 그 대답이 마음에 든다. 때론 짐짓 아는 척하며 사는 우리도 사실은 얼마나 모르며 살고 있는가. "나도 모르겠네, 나도 모르겠어.. 그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 ..
「한 사람은 자신의 내면을 키웠으나 호랑이가 밖으로부터 그를 먹어버렸고, 반면에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의 외면을 키웠으나 질병이 그를 내부로부터 공격했다. 이 둘 중 어느 누구도 자신의 배후에서 어슬렁거렸던 불운을 후려쳐 물리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진정으로 생명을 보양하는 길은 그러므로 이 두 극단 사이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중용이 단순히 은둔적 삶과 사회적 삶이라는 두 극단으로부터 동등한 거리에 있는 것으로 잘못 이해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양 극단의 삶으로부터 단순히 등거리만 유지하는 삶은 불가피하게 고정화해, 삶을 쇄신시키지는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새롭게 거듭남의 기술은 이 두 극단을 번갈아 채택하는 것이다. 공자(보통 장자는 공자를 냉소적으로 묘사하지만, 여기에서는 분명히 중용의 ..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의 그 어떤 윤리도 피해갈 수 없는 사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수많은 경우에 도덕적으로 의심스럽거나 위태로운 수단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으며, 부정적 부작용의 가능성 또는 개연성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 그리고 어느 선까지, 윤리적으로 선한 목적이 윤리적으로 위태로운 수단과 부작용을 할 수 있는지는 세계의 그 어떤 윤리도 말해줄 수 없습니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은 (폭력적) 강제력입니다. 그리고 윤리적으로 볼 때 수단과 목적간의 긴장이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막대한지를 여러분은 아래와 같은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두들 알고 있듯이,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짐머발트 계열)은 이미 전쟁 중에 하나의 원칙을..
「지금까지 나는 교수가 강의실에서 자기 개인의 가치관적 입장의 강요를 피해야 할 실제적 이유에 대해서만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확고하게 주어진 것으로 전제된 목적에 대한 수단을 논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천적 입장을 옹호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훨씬 더 깊은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란 세계의 다양한 가치질서들이 서로 해소될 수 없는 투쟁 속에 있기 때문에 실천적 입장의 학문적 옹호는 원칙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사실이 바로 그 더 깊은 이유입니다. 제임스 밀이 언젠가, "만일 우리가 순수한 경험에서 출발한다면, 우리는 다신교에 도달할 것이다"라고 말하였는데, 나는 그의 철학을 다른 점에서는 높이 평가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이 점에서는 그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
「요즘 '종교의 정치화'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정치의 종교화'라는, 그에 병행하는 경향에 대해서는 거의 주의가 기울여지고 있지 않습니다. 단언컨대 이것이 훨씬 더 위험하고 결과도 훨씬 더 유혈이 난무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협상과 타협을 요구하는 이해의 갈등(정치의 일용할 양식)은 선과 악 사이의 최후의 대결로 재현되고 맙니다. 그리하여 협상해서 합의를 끌어내는 것은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리고, 그러한 대결에서는 두 적대자 중 오직 한 쪽만 살아남는 것(일신교들의 역치를 이루는 지평)으로 간주합니다. 이 두 경향은 ―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 정말 분리 불가능한 샴쌍둥이며, 게다가 각자가 공유한 내적인 악마들을 다른 쌍둥이에게 투사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
"남의 허물을 낮과 같이 밝게 보는 사람은 내 허물은 밤과 같이 어두워서 보지 못하고, 내 허물을 낮과 같이 밝게 보는 사람은 남의 허물은 밤과 같이 어두워서 보지 못한다." "남이 먼저 여덟 가지 잘못한 것이 있고 내가 두 가지 잘못한 것이 있더라도 내가 먼저 고쳐야 한다." "선악을 아는 것은 남의 허물을 흠 잡기 위한 것이 아니고 내 마음을 고치기 위한 것이다." "상대자의 저 허물은 내 허물의 그림자다." 15/02/01 * 대한불교진각종, 에서 봄. 2012/09/20 - 완벽한 스승 2013/11/10 - 실은 바로 나 자신 2014/10/21 - 권위주의적 인간의 투사 2015/01/04 - 늘 반성하면 그 진보는 헤아릴 수 없다 2014/12/31 - 허물이 없을 수 없다 2014/12/2..
요다는 스타워즈의 장자다. 아래는 마스터 요다의 어록들. 루크: 스승님, 돌을 움직이는 것하고 이건 완전히 달라요. 요다: 아니. 전혀. 차이는 오직 네 마음 속에만 있을 뿐이다. 너는 기존에 배운 관념을 버려야 해. Luke: Master, moving stones around is one thing. This is totally different. Yoda: No! No different! Only different in your mind. You must unlearn what you have learned. 루크: 알았어요. 한번 시도해볼게요. 요다: 아냐! 한다, 하지 않는다가 있을 뿐이야. 해보는 건 없어. Luke: All right. I give it a try. Yoda: No. Try ..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적어도 어짊에 뜻을 둔다면 악은 없다."(이인/4) 「어짊에 관한 언급으로서 논어 전편에 걸쳐 이 단편은 가장 위대한 한마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너무나도 짧은 단편도 역시 잘못된 읽기에 가려져 왔는데, 이는 다른 많은 단편의 잘못읽기와 마찬가지로 공자의 독특한 사유체계를 간파하지 못한 데에서 빚어진 것이었다. 일반적인 번역은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적어도 어짊에 뜻을 둔다면 악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제임스 렉(James Legge)도 無惡也를 "there will be no practice of wickedness"라 번역하여 惡을 악행으로 보는 전통적 견해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이 단편이 가진 빛나는 진실을 무미건조한..
「군자의 마음은 선한 일을 칭찬하는 것은 길게 하고, 악한 일을 비평하는 것은 짧게 한다. 그러므로 미명(美名)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찬미하고 칭양하여서 그 선한 일을 완성하게끔 해준다. 악명이 있는 이에 대해서는 변명의 기회를 주어 잘못을 너그러이 용서해주고서 끝내 악인이 되지 않게끔 해준다. 소인의 마음은 모질고 인정이 없으며 선을 미워한다. 다른 사람에게 미명(美名)이 있으면 숨긴 죄상을 찾아내어 밝혀서 그 선한 일을 잡치게 만든다. 다른 사람에게 나쁜 소문이 있으면 죄가 없는데도 일을 꾸며서 그 죄를 입증해 보인다. 군자와 소인의 마음 씀이 다른 것이 언제나 이와 같다.」* 14/12/29 * 이토 진사이, 에서 발췌, 수정. 2014/11/10 - 선은 길게, 악은 짧게 2014/07/12 -..
「타인의 좋은 점을 좋다고 인정하는 일은 언제나 미치지 못하고 타인의 나쁜 점을 미워하는 일은 언제나 넘치는 것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니게 마련인 결점이다. 그러므로 남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타인을 대하면 좋은 점에 대해서도 적당히 좋아하게 되고 나쁜 점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미워하지 않게 된다. 이와 반대로 만약 남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타인을 대하게 되면 좋은 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좋아하지 않게 되고 나쁜 점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미워하게 된다. 이 때문에 오직 인자(仁者)라야만 남을 좋아할 수 있고 남을 미워할 수 있는 것이다.」* 14/12/25 * 이토 진사이, 2014/11/03 - 자신을 다스리고 남은 책하지 않는다 2014/11/10 - 학문의 요체는 자신을 돌이키는 것 2014/11/10 - 선..
화이트헤드가 죽기 전, 마지막 대화록.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밤이 더 깊어가고 있었다. 밖에서는 가을의 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밤이 깊어가면서 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십여년 전에 그의 캔튼 집에 내가 최초로 방문했던 4월 6일이 1차 세계대전 발발 기념일이며 또한 이번 세계 대전의 휴전기념일이기도 하고, 또 다른 기념일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회상에 젖으며 자못 당혹스러웠다. 최근에 그와 만날 때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념은 사라졌다. 초저녁에 그는 연약하고 피곤해 보였지만 지금은 젊은이처럼 활력을 되찾고 우주의 창조적 힘에 대하여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유대인처럼, 신이 일시에 밖으로부터 세계를 창조했다고 여기는 것은 실수입니다..
"사람을 지배하는 건 경제적 동기라는 생각은 원래 사람들 마음속에 늘 잠재해 있던 것입니다. 아담 스미스는 이 반쪽 진리에 학문적 외피를 제공해준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담 스미스의 말을 온전한 진리로 받아들여 그것에 따라 행동하게 되었습니다. 경제적 동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내가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반쪽 진리를 전체 진리로 착각하는 데서 인간의 삶에 악이 연출됩니다. 이 반쪽 진리는 물질적 동기를 고명한 것으로 승격시키고, 그것을 선한 양심으로 여기게 된 사람들은 이 반쪽 진리에 따라 움직이게 됩니다. 그러나 역사의 어떤 시기도 드높은 동기, 이상주의적 동기 없이 위대한 적이 없었고, 위대할 수도 없었습니다. 오늘날 이상주의는 내팽개쳐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댓가를 치르고 있습니..
「(프라이스) "그리스인의 업적은 무엇이었습니까?" (화이트헤드) "삶에 대한 미적 관점이지요." "조금 전에 헬라스와 이스라엘의 관계에서 '미학'과 도덕'이라는 말을 사용하셨을 때, '미학'을 먼저 말씀하시더군요." "당연하지요." "미(美)가 진리보다 더 넓고 근본적인 개념인가요?" "그렇습니다. 아름다움이 없으면, 진리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닙니다." "바로 그 점이 퓨리탄(청교도)들이 추락한 이유에요," 화이트헤드 여사가 말했다. 그녀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동안 어느새 되돌아와 있었다. "그들은 미를 내쫓았어요. 시작은 좋았어요. 자신들이 신의 형상으로 지어졌다고 믿는 것 말이에요. 그러나 결국 그들은 신을 그들 자신의 이미지대로 만들고 말았지요." (중략) 화이트헤드가 말했다. "청교도 관념은 생..
"선악, 신념, 대의, 그 어떤 것이든 그 자체로 웃음을 내쫓고 생활 전체를 독점할 만큼 중대한 것이 있을까? 웃음은 우리의 이러저러한 이론들이 존재를 이해해보려는 시도라는 걸,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그저 시도일 뿐이라는 걸 일깨워주며, 비이성적이고 본능적인 폭발이 적정한 균형을 유지하도록 해주지 않는가?* - 화이트헤드, (Is it that nothing, no experience good or bad, no belief, no cause, is, in itself, momentous enough to monopolize the whole of life to the exclusion of laughter? Laughter is our reminder that our theories are an att..
"군자는 선을 훌륭하게 여기는 것은 길고 악을 미워하는 것은 짧아, 악을 미워함은 자기 몸에서 그치고 선을 훌륭하게 여김은 자손에게까지 미친다."* - 『춘추공양전』, '소공 20년' 14/11/10 * 이토 진사이, 에서 재인용. 2014/11/10 - 리(理)라는 글자에 집착한 폐단 선과 악 이토 진사이
「리(理) 한 글자에 의지해 천하의 일을 결단해서는 안 된다. 모든 일을 오로지 리에 의지해 결단하면 잔인하고 각박한 마음이 많아지고, 관대하고 인후한 마음은 적어지지. 위의 덕이 박절하면 아래에는 반드시 상처를 입어 사람들도 마음으로 복종하지 않는단다. 모름지기 장자長者의 기상을 가져야 하는 것이야. 악은 숨겨 주고 선은 드러내 주며, 남의 좋은 점은 완성해 주고 남의 악은 이루지 못하게 하며, 자신 스스로는 무겁게 책하면서 남은 가볍게 탓하는 것, 이것이 모두 장자의 기상이지. 어진 사람만이 잘할 수 있는 것이지, 자잘한 소인 유학자들이 미칠 수 있는 지경이 아니야. 내가 『통감찬요』 등의 책을 보니 인물 비평이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함에 털끝만큼도 가차 없어 엄하다고 할 만하더구나. 하지만 결단이..
「『벽암록』에서 덕산이 용담스님을 만나 설법을 밤늦도록 듣고 나설 때, 용담이 촛불을 하나 켜서 주었다. 덕산이 촛불을 받아서 나가려고 할 때 용담이 촛불을 탁 불어 꺼버렸다. 그때 덕산이 크게 깨달았다는 불교의 얘기가 있는데 깨달았다는 말은 무엇을 깨달았는가 하면 역시 분별지라는 것은 꺼버리고 ― 그때 덕산은 『금강경』 이론의 제일인자였다 ― 텅 비워야 한다는 것이다. 촛불이 꺼지고 나서 가만히 살펴보면 멀리 산도 보이고 별도 보이고 이 별빛을 따라 길을 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전체를 보게 되고, 알게 되는 것이다.」* - 김흥호, 풀이 중 별빛이 곧 양지이다. 왕양명 선생의 말씀을 들어보자. 「양지가 네 표준이 되어야 한다. 네가 어디를 가든지, 또 무슨 생각을 하든지 양지가 옳다 그러면 그것은 ..
「미대성신(美大聖神)은 『맹자』의 편에 나오는 말이다. 가욕지위선可欲之謂善, 사람이 누구나 다 가지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면 바로 선善이다. 유저기위신有諸己謂信, 이 선이 자꾸자꾸 쌓여 내 속에 굳어지면 그것을 신信이라고 한다. 충실지위미充實之謂美, 신이 자꾸 커지면 그것을 미美라고 한다. 충실이유광휘지위대充實而有光輝之謂大, 미라는 것이 차고 넘쳐 빛나게 되면 그것을 대大라고 한다. 우리가 대인大人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쓴다. 대이화위성大而化謂聖, 대라는 것이 무르익게 되면 그것을 성聖이라고 한다. 성이불가지지위신聖而不可知之之謂神, 성이라는 것이 한없는 능력을 드러내게 되면 그것을 신神이라고 한다. 이렇게 맹자는 사람은 선에서부터 신으로, 신에서 미로, 미에서 대로, 대에서 성으로, 성에서 신으로 발..
나는 맹자, 육상산, 왕양명으로 이어지는 유가의 심학(心學) 라인도 진화론적 신비주의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이 진화론적 신비주의를 가장 분명하고 종합적으로 세상에 전하고 있는 인물은 켄 윌버일 것이다. 「세상에는 본질적으로 두 종류의 신비주의가 존재한다. 오직 초월과 신성(the Light)과의 합일만을 가르치는 신비주의가 있고, 초월적인 것과의 합일을 존중하면서도 물질 속에서 은총으로 변형되는 신성이 탄생함을 강조하는 '진화론적 신비주의'가 있다. 역사는 첫 번째 신비주의가 계급제도, 불평등, 부정의와 손쉽게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신비주의에서는 세상은 필연적으로 불완전하거나 환상이고, 그런 세상에서 초월적인 자유를 누리는 방법은 오직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신비..
「한 가지 결론은 다음과 같다. 최선에서 최악이 나온다. 뭉치려는 열망에서 분열의 경향이 나온다. 더 나은 선을 추구하는 데로부터 가장 무서운 악행이 나온다. 이상(理想)의 실행에서 허튼 증오가 나온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 우리 인간은 교묘하게 본모습을 감춘 악의 능력을 보지 못했다. 우리는 인간의 가장 훌륭한 품성에서 살인, 고문, 학살, 전쟁 같은 가장 혐오스런 행동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14/10/17 * 하워드 블룸, 하워드 블룸
「 당신이 평범한 진리를 얻고 싶다면, 옳음과 그름에 대해 잊어버려라. 옳음과 그름 사이의 갈등은 마음의 병이다. 사람들이 위의 말에 각기 다르게 대응을 한다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어떤 사람들은 위의 구절이 아름답고, 멋지며, 매우 현명하며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그 구절을 끔찍하고, 사악하며,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으며, 가장 파괴적이라고 한다. 내가 한 친구에게 그 구절을 읽어주었더니 그는 "그것은 사디즘으로 유명한 사드가 쓴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 친구의 말은 옳다! 그 구절은 사드가 쓴 것일 수도 있다. 한편 그것은 노자가 쓴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의도에는 큰 차이점이 있을 것이다. '도덕의 초월'이라는 말이 어떤 사람의 마음에는 공포를 ..
「폭력에 굴복함으로써 폭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견해는 그저 현실도피일 뿐이다. 이미 지적했듯이 이런 입장은 돈과 총의 보호를 받는 사람들이나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왜 이러한 현실도피를 하는 것일까? 철저하게 폭력을 증오하는 이들은 현대 사회에 폭력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 그들 자신이 지닌 훌륭한 감정과 고결한 태도가 모두 무력에 의해 뒷받침되는 부당성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수입이 어디서 생기는지 알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 밑바닥에는 차마 마주보기 힘든 엄연한 사실이 있다. 개별적인 구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 인류 앞에 놓인 선택은 선과 악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두 가지 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라는 사실이다. 나치가 세계를 지배하도록 놔..
「서구의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본능'(instinct)이라는 것은 대체로 문명의 오염 속에서 타락한 인간의 행동패턴을 착각하여 오치한 것이다. 본능이란 자연상태에서 훨씬 더 질서있고 리드믹하며 도덕적이고 균형감이 있는 것이다. 크게 보자면 인간의 모든 도덕적 행동의 원형이 본능의 범위 속에 포괄되는 것일 수 있다. 우리가 대체로 '악'이라 부르는 것은 본능의 가치가 아닌 문명의 가치들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본능 속에는 대규모 전쟁이나 현 정권의 권력자들이 해쳐먹는 대규모 사기라든가 반공이라는 이념적 증오 같은 것은 들어있지 않다. 맹자와 성에 관해 논의한 고자 선생도 "식색이야말로 인간의 고귀한 본성이다"라고 말했고, 공자도 "성상근, 습상원"(性相近 習相遠)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본성은 본시 태어난 대..
"발을 잊는 것은 신발이 꼭 맞기 때문이며, 허리를 잊는 것은 허리띠가 꼭 맞기 때문이며, 옳고 그름을 잊는 것은 마음이 꼭 맞기 때문이다."* - 장자 신발은 발에 맞는 것일 테고, 허리띠는 허리에 맞는 것일 테지만, 마음은 어디에 맞는 것일까? 나는 몸이라고 추측한다. 마음이 몸에 꼭 맞아 서로 하나가 되면, 모든 옳고 그름의 판단을 잊는다. 그저 순간 순간 감응할 뿐이다. 13/05/14 * 기세춘 옮김, 에서 발췌, 수정. 2013/03/28 - 정신과 마음 2013/03/17 - 정신의 거처 2013/04/05 - 선과 악 장자
「설간(양명의 제자)이 꽃밭의 풀을 뽑으면서 말했다. "세상에서 어찌하여 선은 배양하기 어렵고, 악은 제거하기 어렵습니까?" 양명 선생께서 대답하셨다. "배양이랄 것도 없고, 제거라 할 것도 없다. 그렇게 선악을 보는 것은 모두 낡은 관념으로부터 생각을 일으킨 것이므로 곧 잘못될 수 있다." 설간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양명 선생이 이어 말했다. "천지의 생명의지는 꽃이나 풀이나 한가지이다. 어찌 선악의 구분이 있겠는가. 그대가 꽃을 감상하려고 하기 때문에 꽃을 좋은 것으로 여기고 풀을 나쁜 것으로 여긴다. 만약 풀을 쓰려고 한다면 다시 풀을 좋은 것으로 여기게 된다. 그러한 선악은 모두 네 마음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러므로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선도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