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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악만의 의심하지 않나니

모험러

상인이 위쳐에게 말한다. 위쳐도 하나의 직업이라고. 더 나을 것도, 더 나쁠 것도 없는. 그러자 게롤트가 말한다.

"자네는 확신할 수 있나? 위쳐가 더 나쁠 게 없는 직업이라고?"

상인은 답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을 구하려고 방어합니다. 당신은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저 야산 위에 있는 열네 명의 마법사는 어떻습니까?[목숨을 바쳐 싸움] 
그때 그 다리 위에서의 당신은요?[역시 목숨을 바쳐 상인을 구함] 
당신이 행한 행동은 좋은 것이었습니까, 아니면 나쁜 것이었습니까?"

모른다, 그게 게롤트의 대답이고 난 그 대답이 마음에 든다. 때론 짐짓 아는 척하며 사는 우리도 사실은 얼마나 모르며 살고 있는가.

"나도 모르겠네, 나도 모르겠어.. 그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가도, 다시 의심이 들곤 하지.. "

위쳐는 이 회의, 회환에서 평생 빠져나올 수 없는 직업이다. 이 말에 상인은 이렇게 답한다.

"그야 그럴 수도 있겠지요. 바로 그런 것이 인간적이고 좋은 것이지요."

(게롤트) "뭐가 말인가?"

"의심이요. 의심하고 회의에 빠지지 않는 것은 악밖에 없습니다, 게롤트 선생. 악만이 절대 의심하지 않지요."

의심하지 않는 자, 그는 절대적 확신을 갖고 있기에 자기 바깥에서 온통 악을 본다. 하지만 어쩌면 그는 자기의 그림자만을 보고 있는 것일 게다. 

위쳐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 모험러 각색. 단편 「예정된 운명.」, 위쳐: 운명의 검, 안제이 사프콥스키, 함미라 옮김. 제우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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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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