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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쳐와 운명, 그리고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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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쳐: 제비의 탑 마지막 부분, 얼어붙은 호수에서의 씬은 소설 위쳐 최고의 순간이었다. 위쳐3만 설렁설렁해봐서 그런지, 게임에서는 그 정도의 짜릿한 경험이 없었다. 그 순간 이후에 제비의 탑은 곧 끝나지만, 그런 강렬한 경험 이후 소설 읽는 걸 멈출 수 없었다. 결국 호수의 여인은 아마존에서 영문판으로 사서 읽고 있다. 번역판이 아직 없기에.

프린질라 비고와 리지스의 대화가 흥미롭다. 프린질라 비고는 운명이 정해져 있는 거라면, 결국 운명이 사람을 따라잡을 거라고 말한다. 그 반대가 아니고.

하지만 리지스는 운명이란 쓰여져 있는 게 아니며, 수많은 겉으로 보기에는 연결되지 않았던 사실과 사건과 존재가 결합한 결과라고 말한다. 운명은 분명 사람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사람만 사로잡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 반대일 수 없다는 것은 리지스는 납득할 수 없다. 그건 속류 운명론이며, 무력함과 나태함에 대한 찬가일 뿐이다.

리지스가 말하는 바, 삶은 꿈으로 시작해 꿈으로 끝난다. 그러나 그 꿈은 능동적으로 꾸어야만 하는 꿈이다. 바로 그렇기에 우리 앞에 길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가 떠오르기도 하고, 공자의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공자는 말했다.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게 아니고, 사람이 도를 넓히는 거라고. 

리지스의 이 말에 프린질라 비고는 화를 낸다. 그녀가 왜 화를 내는지는 스포일러가 될 테니 생략하자. 

어쨌든 리지스는 다시 차분하게 답한다. 현재 위쳐가 꾸는 꿈은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것이지만, 모든 꿈은, 너무 오래 꾸면, 악몽으로 변한다고. 그리고 그런 꿈에서 깨어나는 일에는 비명이 뒤따른다고.*

한편, 게임 위쳐3에서 경험했던 시리와 소설의 시리는 내겐 아주 아주 다르게 느껴진다. 소설 마지막 권에는 투생도 자세히 나온다. 위쳐3 확장팩에 나오는 그 지역이. 그러고 보면 아직 한국의 독자는 소설의 전모를 모르고 게임 위쳐를 한 것이다. 이미 한참 전에 소설을 다 읽고 게임을 하게 된 폴란드 독자들은 사뭇 경험이 달랐을 거 같다. 올해 안으로 호수의 여인도 번역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 Sapkowski, Andrzej. The Lady of the Lake (The Witcher Book 5) (p. 118). Orbit. Kindle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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