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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적 신비주의

모험러
나는 맹자, 육상산, 왕양명으로 이어지는 유가의 심학(心學) 라인도 진화론적 신비주의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이 진화론적 신비주의를 가장 분명하고 종합적으로 세상에 전하고 있는 인물은 켄 윌버일 것이다. 

「세상에는 본질적으로 두 종류의 신비주의가 존재한다. 오직 초월과 신성(the Light)과의 합일만을 가르치는 신비주의가 있고, 초월적인 것과의 합일을 존중하면서도 물질 속에서 은총으로 변형되는 신성이 탄생함을 강조하는 '진화론적 신비주의'가 있다. 

역사는 첫 번째 신비주의가 계급제도, 불평등, 부정의와 손쉽게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신비주의에서는 세상은 필연적으로 불완전하거나 환상이고, 그런 세상에서 초월적인 자유를 누리는 방법은 오직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신비주의에서는 우리 모두는 끊없이 변화하고 있는, 그래서 나날이 더 완전한 신성에 다가가는, 그리하여 지구의 모든 뭇생명들을 더 완전하게 변형시키고자 하는 진화의 의지(Evolutionary Will)를 집행해나가는, 고되고 신비로운 여정을 하고 있는 존재이다.

이 두 번째 '진화론적' 신비주의는 첫 번째 정통 신비주의 입장에서는 늘 하나의 파문이었다. 비록 진화론적 신비주의의 거대한 비밀(인간은 미완성의 모험이라는 것, 즉 인간에 내재하는 신성을 통해 어떤 종류의 진화적 변형도 가능하다는 것)이 모든 신비주의 전통에서 전수되어 왔지만(카발리스트, 일부 탄트라 수행자들, 도마복음 속의 예수, 신과의 합일을 체험하고 변화된 기독교 신비주의자들 등), 그 위대한 해방의 진리는 여전히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중략)

진화론적 신비주의의 여섯 가지 핵심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완전히 초월적이면서 동시에 완전히 내재적인 신성에 대한 감사.
2. 인류에 내재하는 신성에 대한 찬미.
3. 죽음이 탄생을 준비하고, 악이 더 현명한 선을 낳고, 대재앙이 새로운 세상의 비전을 가져오는 것과 같이 세상을 대립물들의 연금술적 용광로로 보는 현실에 대한 깊은 이해.
4. 인류 내면의 그림자들(비겁, 탐욕, 망상, 오만)과 그것의 결과인 외면의 파괴적인 그림자들(제도들)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당당함.
5. 물질과 정신, 남성성과 여성성이 융합하여 태어난 새로운 인간의 신성한 양성성에 대한 각성.
6. 진화적 도약이 가능하려면 모든 위안과 안락을 끝을 예상할 수 없는 모험에 걸어야 한다는 단호한 이해.」*

- 앤드류 하비(Andrew Harvey)

천하지성(天下至誠)은 자신의 성(性)을 다할 수 있고, 자신의 성을 다하면 다른 사람의 성도 다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성을 다할 수 있으면 곧 만물의 성을 다할 수 있고, 또 만물의 성을 다할 수 있으면 하늘과 땅의 화육을 도울 수 있고, 하늘과 땅의 화육을 도울 수 있게 되면 곧 하늘과 땅과 더불어 함께 참여한다는 <중용>의 말이 떠오른다. 지극한 정성(誠)은 신과 같은 것이다. 그리하여 <중용>은 장담하기를 어리석고 유약한 자라도 남이 한 번에 능하면 나는 백 번을 하고, 남이 열 번에 능하면 나는 천 번을 한다면 반드시 지혜로워지고 강해진다고 했다. 이것이 <중용>이 말하는 사람의 도다. <중용>도 진화론적 신비주의의 동양 버전인 셈이다. 

한편 맹자도 떠오른다. 

"천하의 넓은 곳에 거처하고, 천하의 바른 자리에 서며, 천하의 대도를 행하여, 뜻을 얻으면 다른 사람과 함께하고, 뜻을 얻지 못하면 홀로 도를 행하니, 부귀가 그를 타락시킬 수 없고, 빈천이 그를 비굴하게 만들지 못하며, 위세와 무력이 그를 굴복시키지 못한다. 이런 사람을 일컬어 대장부라 한다."*

맹자가 말한 대장부 역시 '미르다드'와 짝할 수 있는 진화론적 신비주의의 화신아닌가.

14/11/01

* Mikhail Naimay, <The Book of Mirdad>, foreword에서 일부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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