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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순수한 관계'란 확실히 모순어법이다. 인간관계는 생활세계의 모든 구석진 곳과 벌어진 틈새들을 메우고, 우글거리고, 수정하기 때문에 결코 '순수'할 수 없다.」* 15/10/08 * 지그문트 바우만. (2013). 리퀴드 러브. (권태우 & 조형준, Trans.). 새물결. 지그문트 바우만
「이를테면, 강剛과 유柔는 서로 대립하며, '건조'한 것이 있으면 습한 것도 있다. 그러나 건조한 것의 건성만을 고집하다 보면, 딱딱해지기는커녕 부러지기 십상이며, 습한 것의 습성을 고집하다 보면, 유순함이 지나쳐 액화되어 버린다. 적대적 양상의 각 부분은 상반된 성향들과 균형을 이룸으로써, 즉 반대 부분과의 의존과 소통에 의해 구체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여기에서 두 공리가 도출된다. 그 하나는, 이것은 저것과의 관계에서만 존재한다(각 양상은 다른 양상과의 대립관계를 통해서만 그 자체로 존재하며 정체성을 갖는다)는 사실이며, 다른 하나는 이것은 또한 저것이다(다시 말해, 정체성 속에서 확인되는 각 양상은 반대의 것에도 속한다)라는 사실이다. 물론 다름은 운행의 기원에 이미 나타난다. 하지만 대립에서 기인..
「애정관계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우리를 채워줄 수 있는, 반대되는 사람을 찾는 경우이다. 이 관계는 무의식적인 차원에 존재하는 상처를 드러내주고, 해결되지 않은 갈등이나 반응을 얻지 못한 욕구를 표면으로 올라오게 만든다. 이와 같은 관계는 지금까지 억눌러왔던 갈등을 모두 표출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극단적으로 드러낼 수도 있다. 또한 자아를 탐색하는 과정에 있어서 멋진 용광로가 될 수 있지만, 이런 관계 속에서 당사자들은 서로 다른 자질들 때문에 평온하게 관계를 끌고 나가기가 힘들다. 두 사람 사이에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이 제대로 진행되는 것보다 훨씬 많다. 두 번째 유형은 마치 남매처럼 편안한 관계다. 이 관계는 지나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는 것이 모두 우리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지금과 다른 사랑을 선택한다고 해서 우리의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가능한 한 이런 사실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우리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순간부터, 아무런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희생자의 역할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가장 소중한 환상 중 하나인 매력적인 왕자나 아름다운 공주가 마법과도 같은 사랑을 베풀면서 우리를 구하러 올 것이라는 환상을 포기해햐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파트너를 선택하면 모든 것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매달리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는 본질적으..
「관계 맺기 = 신뢰 = 자신의 약점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 = 친밀감 = 치유 두려움/관계를 맺지 못함 = 불신/냉소주의 = 적대감 = 마음의 문을 닫음 = 단절감 = 병, 조기 사망」* - 딘 오니쉬(Dean Ornish)가 제안한 건강 모델 15/05/24 * 기 코르노, 나는 왜 이유 없이 아픈 걸까
「『외로워지는 사람들』의 서술은 하나의 호를 그린다. 우리가 테크놀로지에는 더 많은 걸 기대하고 서로에게는 덜 기대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린 여전히 최악의 상황 한가운데 놓여 있다. 어찌할 바를 모른채 우리는 위험도가 낮고 언제나 가까이 있는 연결망에 마음을 빼앗겨왔다. 페이스북 친구, 아바타, IRC 채팅 파트너 등. 만약 편리와 통제가 계속해서 우리의 우선순위라면, 우리는 사교 로봇에 마음이 끌리게 될 테고 그리 되면 슬롯 머신 앞에 앉은 도박사처럼 게임을 지속하기에 충분한 정도로만 프로그래밍된 흥분을 보장받는다. 로봇 시대에는 관계의 단순화와 축소가 더는 불평거리가 아님을 고려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 심지어 소망하는 것이 될 수 있다.」* 15/04/01 * 셰리 터클. (2012..
「진짜 사람들과 보내는 현실은 행크가 넷 상에서 발견하는 환경(늘 새로운 연결들과 통제가 이루어짐)과 하나도 닮은 구석이 없다. '따분한 시간'이란 문구에 내포된 의미를 생각해보라. 진짜 사람들에겐 일관성이 있으므로, 관계들이 잘 굴러가게 되면 변화가 점진적이고 느리게 이뤄진다. 온라인 삶에서는 관계의 속도가 높다. 심취했다가 싫증을 냈다가 회복되기를 빠르게 반복한다. 이메일을 잽싸게 훑으면서 '주요 부분'에 집중하는 법을 익힌다. 제목 란은 관심을 끌기 위해 과장된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액션이 겁주기와 안심시키기를 반복하는 패턴일 경우가 많다. 기겁하게 무서운 순간도 잘 대처해야 한다. 전열을 가다듬고 나면,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아드레날린이 끊임없이 분출하니 '따분한 시간'이란 게 없다. .....
「유교만의 독특한 사유가 있다. 유학은 철상철하 ‘자기’를 문제 삼는다. 유학은 자기 너머를 추상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를 구성하는 세계는 그와 맺고 있는 구체적 관계의 총칭을 의미한다. 그것은 가족관계일 수도 있고, 교유관계일 수도 있고, 몸담고 있는 직장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유학의 ‘자기’는 세계와 절연된 유폐된 자아가 아니면서, 그렇다고 전체나 보편에 자신을 헌납한 유리된 자아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유학은 내면성과 외면성을 이분화하지 않고 ‘구체성’에서 통합한다. 유학은 이 구체적 관계에서 내가 나를 자각적으로 의미화하는 것에 모든 노력을 경주한다. 그로 하여 결과되는 보상은 이차적이다. 그는 그것이 자기를 실현하는 일이기 때문에 바로 그 일에 몰두한다. 그것뿐이다. 그는 “인(仁)이 ..
「쾌락과 즐거움(혹은 몰입)의 차이는 이렇다. 쾌락은 유전으로 프로그램 된 필요(먹기, 마시기, 쉬기, 성행위, 사교성 등)에 항상성이 깨어질 때 그것을 되찾아주면 발생하는 반면, 즐거움은 대개 유전으로 프로그래밍되지 않은 일에 기술을 활용한 결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쾌락은 쉽게 물리기도 하지만 쉽게 충족시킬 수도 있다. 우리는 하루에 같은 음식을 여러 번 먹으면서 쾌락을 얻을 수 있다. 즐거움은 훨씬 오래 지속될 수 있으나 과제가 점점 어려워지거나 새로워지지 않으면 쉽게 지루해질 소지도 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쾌락과 달리 즐거움은 발전적 변화로 이어진다. 오래된 격언 중 이런 관계를 잘 표현한 말이 있다. "몇 시간 동안 행복해지고 싶으면 술에 취하라. 몇 년 동안 행복해지고 싶으면 결혼하라. 영..
"하지만 지금껏 소파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던 남자들은 그런 섹스(교감 없는 섹스)를 미화하지 않았다. 성 치료소를 찾는 남자들은 애초에 찾아온 목적이 뭐든간에 마지막엔 항상 사랑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 이유는 거의 모든 섹스가 관계라는 틀 안에서 일어나고, 또 그 관계가 섹스라는 행위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설령 관계라는 틀이 없다고 해도(친밀함이 낄 수 없는 관계라고 해도) 섹스에는 육욕을 넘어서는 인간의 정서적 욕구가 끼어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어떤 남자들은 섹스를 사랑의 대용품으로 삼기도 한다. 그들은 정서적으로 누릴 수 없는 것, 감히 요구할 수 없는 것을 섹스를 통해서 얻으려고 한다. 그들에게 섹스는 자존심을 세울 수단, 다시 말해 특별하고 중요하고 강력하며 타인이 원하는 사람이 되고..
"화폐가 가지고 온 것은 무엇인가? 가장 기본적인 필수품들의 가격마저 급격하게 변화하게 되었고, 인간은 서로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이해할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자기 자신도, 관례도, 인간의 오래된 가치도 무시하게 되었다. 인간의 노동은 상품이 되고 인간 자신이 '사물'이 되었다." - 페르낭 브로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부르주아지는 타고난 상전들에 사람을 묶어 놓던 잡다한 색깔의 봉건적 끈들을 무자비하게 잡아뜯어 버렸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노골적인 이해 관계, 냉혹한 '현금 계산' 말고는 아무런 끈도 남겨 놓지 않았다." - 마르크스 "인류학자들은 원주민이 답례품을 받고 기뻐할 줄 알았지만 그들은 오히려 모욕감을 느꼈다. 왜일까? 원주민의 첫 선물은 '당신을 가족의 일원으로 환영합니다'라는 ..
에서였던 것 같다. 거기서 마르크스는 헤겔의 말을 빌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고 썼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역사란 내겐 너무 거대한 추상이라 과연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내 개인의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이렇게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관계는 두 번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12/12/22 * 「헤겔은 어디에선가 모든 위대한 세계사적 사건과 인물은 무대에 두 번 등장한다고 썼다. 헤겔은 이 말을 덧붙이는 것을 잊었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Hegel remarks somewhere that all great world-historic facts and personages appear, so to speak, twice. He forg..
페이스북에 가입한 적이 있다. 인연이 있었던 수많은 친구의 목록이 뜨는 것을 보고 그만 어지러워져 그날로 탈퇴 신청을 했다. 왜인지 나는 그 많은 친구와 갑자기 그토록 편리한 방식으로 관계 맺는 시늉을 할 수 없었다. 김창완 아저씨의 말처럼, 조금만 듣고 싶고, 조금만 알고 싶다. . . ―SNS를 왜 안 합니까. “나는 안 하는데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어요. SNS가 세상의 일부로 완전히 체화됐어요. 나는 완전히 옛날 영감탱이가 됐어. 나는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지 않아요. 또 모든 사람의 궁금증에 답해줄 능력도 용의도 없어요. 스마트폰에 카카오톡이란 걸 깔아본 적이 있어요. 라디오 끝나고 나오니까 갑자기 200명이 내 친구가 돼 있는 거예요. 그건 너무 부담스럽잖아요. 그래서 옛날 전화기로 ..
무엇으로 치장해도 관계가 맺어지고 나면 진짜 모습은 금방 드러난다. 밀러는 말한다. "장기적으로는 누구도 속일 수 없다." 그래서 리영희 선생은 친구를 알려면 적어도 20년은 사귀어 보아야 한다고 했다. 눈이 와봐야 솔이 푸른 줄 알기 때문이다(http://anatta.tistory.com/65). 「진화심리학이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는 이것이다. 우리 삶에서 가장 귀중하고 복합적이고 복잡하고 놀라운 것은 모든 인간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생물학적 적응, 특히 개인차를 과시하는 적응들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동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이미 갖고 있지만, 인간의 주요 이데올로기들은 다 같이 공모해 우리가 이 사실을 잊도록 만들고 있다. 모든 이데올로기는 우리에게 사회적으로 승인받고 성..
그런 거 없다. 물어볼 필요도 없다.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떠난 이유를 따지는 것은 전혀 효과가 없다. 사랑이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실리 측면에서도 그렇고, 사실 진짜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심오하지 않다. ‘피해자’에게 관심도 없다.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쪽이 약자가 될 뿐이다. 그들은 단지 할 수 있으니까 그런 것이다.(They do because they can) 인간은 누구나 그들이 될 수 있다. 이 질문은 고통뿐인 권력 관계의 지속을 보장할 뿐이다. 학대당하면서 스토커가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끝내는 것이 아니라 끝나는 것이다. 그런데 원인을 찾고 싶은 심리에서는 누군가가 “끝냈다”고 생각한다. 왜 나를 때릴까? 왜 나를 떠났을까? 왜 내가 아닌 그(그녀)지? ..
영화 를 봤다. "너 나 사랑하니? ...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대사만 들어 알고 있었다. 이 영화가 너무 '동물의 왕국' 같아서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댓글을 본 적이 있다.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가지의 사랑이 있겠지만, 필요가 다해 한쪽의 사랑이 식어가고, 한쪽은 그래서 더 사랑을 갈구하다가 집착하게 되고, 그것이 관계의 종말을 가져오는 패턴은 꽤 보편적인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 적었듯이 더 사랑했다고 해서, 관계의 약자가 되었다고 해서 억울해할 것 없다("왜 더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받을까?" 참조). 상우가 그랬듯, 에서 톰이 그랬듯, 이 아픔이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 영화 마지막 상우가 보리밭이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서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웃음 지을때 나도 슬며시 따라..
20년 이상 함께 지낸 부부의 이혼이 4년 이하 신혼이혼을 추월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부부관계가 성숙하고 편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이 더 깊어지고 살벌해지는 것이다. 생리적인 노화도 한 이유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흔히 나이 들면 사고가 더 성숙해지고 관대해질 것이라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자기 고집이 세지고 잔소리가 심해진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옳고, 내가 정당하며, 나는 화낼만하다'는 생각이 더 단단해지는 것이다. 신체의 노화로 두뇌의 유연성도 떨어져 감정 조절도 더 어려워진다. 호르몬 변화도 영향을 준다. 여성은 양이 되고, 남성은 음이 된다. 여성은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대범해지는" 반면, 남성은 "차분해지고 ..
어젯밤에는 거의 반년 만에 라디오를 켰다. 성시경이 진행하는 FM 음악도시가 나왔다. 사랑이 고픈 고양이 글을 올린 후였는데 공교롭게도 첫 노래는 박효신의 "사랑이 고프다"였다. 매주 금요일은 '김혜리의 영화 사람을 만나다' 코너를 진행하는 것 같았다. 역시 공교롭게도 오늘의 영화는 였다. 피식 웃었다. 어지간히도 인연이 깊은 영화로구나. 김혜리 기자는 썸머를 이렇게 느꼈다고 한다. 영화에서 평범하다고 묘사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예쁜 여자 어드벤티지를 자연스럽게 걸치고 있는 여자. 또 그것을 자연스럽게 누리고 있는. 그렇기에 구차한 입장에서 연애를 안 해보았다. 구차한 연애를 할 필요도 없고, 그러한 처지에 처하지도 않는 것이다. 또한 남자로 하여금 미친 짓도 서슴없이 하게 만드는 여자다. 썸머는 자신의..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선생이 어느 매체와 인터뷰를 하던 때이다. 질문자가 가족이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고 물었다. "좋은 질문이오!"라고 운을 뗀 이시형 선생의 대답이 재밌었다. 가족이 단란하고 화목해야 한다는 틀을 깨야 한다는 것이다. 그 틀이 불행을 만든다고 했다. "좋은 대답이오!"라고 속으로 외치며 웃었다. 가족도 그럴진대, 연인을 포함한 다른 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 발짝 더 급진적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가족이라는 '틀', 무슨 무슨 관계라고 규정된 '틀' 자체를 의심해보는 것이다. 12/07/16
까다로운 일이 몰려 바쁘다.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성질의 일이 아니라 더 어렵다. 가만 보면 일의 성패도 결국 일과 엮인 사람들과의 관계에 달렸다. 사람 일이라 내 뜻대로 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노력하되, 죽고 사는 일 아니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자'고 생각한다. 그러고 나니 다시 찾아오는 평화···. 12/07/11
'픽업 아티스트'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남성상, 혹은 흉내 내는 남성상은 수많은 여자들이 사랑을 보내는 무비스타이거나 락스타이다. 아이러니는, 정작 그들이 닮고자 하는 스타들 역시 대게 결혼하여 한 사람에게 정착한다는 것이다(중간에 다른 사람으로 갈아타기도 하지만). 왜 그러한가? 양이 질을 대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타들은 마음만 먹으면 어린애 손목 꺾듯이 누군가를 유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충만하고 깊은 관계에 대한 욕망은 설령 백만대군이 그를 해바라기처럼 바라보고 있다고 해서 충족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여기에 또 약간의 삶의 묘미와 평등성이 있다. 12/07/09 2012/07/08 - 픽업 아티스트 2013/01/10 - LOVE: 사랑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2013/06/29 ..
친구와 파스타를 먹으러 갔다. 먹는 중에 친구가 '픽업 아티스트'(Pick-up Artist)라는 직업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쉽게 말해, 여자 꼬시는 선수들이다. 뭐, 제비라고 말할 수도 있겠고. 흥미로웠다. 사람을 낚는 예술가들이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외국에선 깜짝 놀랄 만큼 커다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었다. 더욱 구미가 당겼다. 국내 번역된 책이 별로 없어, 직접 관련 원서 여러 권을 구해다 읽었다. 출처도 불분명한 심리학 이론들을 배경으로 제시된 '기술'들이 귀여웠다. 실험에 돌입했다. 또 다른 친구와 술을 마시다 바로 옆 테이블 아가씨들에게 갔다. 동석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시시했다. 나는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누다 친구와 함께 그냥 나와버렸다. 에서 톰이 소개팅..
는 톰이 어텀(Autumn: 가을)을 만나는 것으로 끝난다. 이 장면에 대한 여러 해석이 있다. 나는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어텀이 톰에게 나타나고, 또 톰이 먼저 손을 내밀게 되는 장면은, 톰의 내면적 성숙이 바깥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난 모습이라고. 여기서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이유는, 톰이 이제 '노력'하기 시작했다는 여러 해석과 강조점을 약간 다르게 하기 위함이다. 때론 끝나고, 때론 깊어지고, 때론 내용이 바뀌고, 다가오고 멀어져간 지난 내 관계들을 곰곰히 돌이켜봤을 때, 나는 (바깥세계에서) 맺어지는 관계는 내 안의 세계와 조응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 점에서, 영화 마지막 나레이터의 미묘한 어조 변화는 흥미롭다. "There are no miracles. There's no such th..
"에고는 언제나 무엇인가를 원한다. 아니면 상대방으로부터 얻을 것이 없다고 믿어지면 철저한 무관심 상태가 된다. 그것은 당신에 대해서는 관심 갖지 않는다. 따라서 에고가 지배하는 인간관계의 세 가지 상태는 이것이다. 원하는 것, 원하는 것의 좌절(분노, 적개심, 비난, 불평), 그리고 무관심"* 12/06/25 * 톨레, 에서 봄
정희진 선생이 쓴 을 다시 보았다. 새롭다. "공략하기 보다는 낙후시켜라"는 전략이 마음을 끈다. 저자가 어느 인터뷰에서인가, 대안을 묻는 질문자에게 '내겐 대안이 없다. 나는 다만 질문을 다르게 던져보는 사람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던 게 기억난다. 보통 내공이 아니다. 아래는 모두 정희진 선생의 말. "나는 어렸을 적부터, 대상이 사람이든 이데올로기든 조직이든, 더 헌신하는 사람이 느끼는 슬픔과 분노, 그리고 열정이 지나간 뒤의 황폐함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왜 언제나 더 사랑하는 사람이, 더 열정적인 사람이 상처받는지에 대해 분개했다. 이것이 그 어떤 이념으로도 설명되지 않은 인생의 근원적인 불합리이고, 부정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받을 때보다 사랑할 ..
"도대체, 사랑"을 펴낸 심리학자 곽금주에 의하면 결혼하면 제일 먼저 식는 게 열정이고 그것은 5년 내에 사라진다고 한다. 친밀감은 남는데 그것마저도 10년 안에 사라진다고 한다. 그 이후 싸움이 잦아진다. 그런데 이 시기를 잘 넘기면 굉장히 가깝고 애틋한 친밀감이 다시 생긴다고 한다. 재밌는 것은 이 사람과 평생 함께하겠다는 의지와 신뢰는 상식과는 달리 결혼 전이 아니라 결혼한 이후부터 싹트기 시작해 그 이후 수 없이 생각이 바뀌다가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확고해진다고 한다. 저자 자신도 남편과의 사랑이 안정될 때까지는 수많은 유혹이 있었다고 하니, 결국 사랑은 정열의 불꽃이 꺼진 이후에나 그 남겨진 재를 비료로 진정으로 싹트는 것일까? 이렇게 어렵게 싹튼 사랑도 처음에는 연약하여 방치되면 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