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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사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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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상 함께 지낸 부부의 이혼이 4년 이하 신혼이혼을 추월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부부관계가 성숙하고 편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이 더 깊어지고 살벌해지는 것이다. 생리적인 노화도 한 이유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흔히 나이 들면 사고가 더 성숙해지고 관대해질 것이라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자기 고집이 세지고 잔소리가 심해진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옳고, 내가 정당하며, 나는 화낼만하다'는 생각이 더 단단해지는 것이다. 신체의 노화로 두뇌의 유연성도 떨어져 감정 조절도 더 어려워진다. 호르몬 변화도 영향을 준다. 여성은 양이 되고, 남성은 음이 된다. 여성은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대범해지는" 반면, 남성은 "차분해지고 활동성이 줄고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경향"으로 변한다. 그래서 여성은 화병이 나고, 남성은 우울증이 생긴다.*

전에 <도대체, 사랑>이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거기서 곽금주 선생의 분석을 이렇게 전했다. "재밌는 것은 이 사람과 평생 함께하겠다는 의지와 신뢰는 상식과는 달리 결혼 전이 아니라 결혼한 이후부터 싹트기 시작해 그 이후 수 없이 생각이 바뀌다가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확고해진다고 한다". 이렇게 어떤 부부는 싸우고 갈등을 겪으면서도 의지와 신뢰가 쌓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어떤 부부는 반대로 미움과 증오를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두 그룹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윤대현 교수가 지적했듯이 아상(我相)이 커질수록 관계도 위기에 빠지는 것이 아닐지 생각해본다. 지혜롭게 나이 드는 것, 나이 들수록 자신을 비울 줄 아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 나는 '나'라고 여기는 것을 또 어디서 아득바득 끌어모았는가, 아니면 한 바가지 밖으로 비웠는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열심히 깨어있어야겠다. 

12/07/28

* 중알일보, 12-06-03, <100세 시대의 그늘, 60~70대 부부 ‘황혼의 전쟁’>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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