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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싶지 않아

모험러
페이스북에 가입한 적이 있다. 인연이 있었던 수많은 친구의 목록이 뜨는 것을 보고 그만 어지러워져 그날로 탈퇴 신청을 했다. 왜인지 나는 그 많은 친구와 갑자기 그토록 편리한 방식으로 관계 맺는 시늉을 할 수 없었다. 김창완 아저씨의 말처럼, 조금만 듣고 싶고, 조금만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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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왜 안 합니까.

“나는 안 하는데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어요. SNS가 세상의 일부로 완전히 체화됐어요. 나는 완전히 옛날 영감탱이가 됐어. 나는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지 않아요. 또 모든 사람의 궁금증에 답해줄 능력도 용의도 없어요. 스마트폰에 카카오톡이란 걸 깔아본 적이 있어요. 라디오 끝나고 나오니까 갑자기 200명이 내 친구가 돼 있는 거예요. 그건 너무 부담스럽잖아요. 그래서 옛날 전화기로 바꿔버렸어요. 이제 사람들이 직접 만나서 악수하고 잔 부딪치고 하는 걸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아요. 너무 정보가 많이 오는 거죠. 오랜만이다 하고 악수하면 손의 보드라움과 체온, 그 사람의 표정까지 다 정보잖아요. 근데 SNS는 체온도 아니고 음성의 느낌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글자 쪼가리라고요.”

―무척 흥미로운 해석인데요.

“사람들은 SNS로 외로움을 해소하려는 모양인데 난 그게 못마땅해요. 외로움은 사람만이 느끼는 일종의 천형(天刑) 같은 건데, 그걸 감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발칙해요. 감히 휴대폰 하나로 외로움이 가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어마어마하게 가소로워요. 외로움이 얼마나 소중한 감정인데 말이에요. 나는 거짓으로 외로움을 잊어버리고 싶지는 않아요.”*

12/10/30

* SENIOR 조선, 12-05-06, <[Why] [한현우의 커튼 콜] 알면 알수록 더 알 수 없는 인간 김창완>에서 봄.
<산울림> - 둘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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