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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한 나이 든 마녀, 죽음을 앞두고 데스(Death)의 조수 모트가 그녀의 목숨을 취하기 위에 찾아온다. 모트는 사람의 목숨을 거두는 일을 처음 해보기에 어찌할 줄 모르다 울음을 터뜨린다. 그런 모트를 마녀는 달래준다. 나도 죽음이 처음이라고. 그러니 우리 함께 어떻게 하는지 배워보자고. 자신이 좋아하는 계곡 풍경이 바라보는 자리에 앉아 마녀는 숨을 거둔다. 더는 몸에 구속되지 않게 됐다는 걸 깨달은 영혼은 형체가 변하기 시작한다. 타이트하게 묶였던 머리가 풀어지고, 흰색이 검은색이 됐으며, 풍성해졌다. 굽었던 몸이 펴지고, 주름은 펴지더니 사라졌다. 그녀의 회색 양모 드레스도 완전히 변해 고혹적인 몸매를 드러냈다. 그녀는 소녀의 목소리로 키득키득 웃으며 모트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모트?" 그녀의..
「결혼은 살아가는 동안의 상호적 명령일 뿐만 아니라 죽음에 맞서는 연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인간사에서 인류가 야만을 중심으로만 발전해 왔던 것과 똑같이, 결혼은 복종을 중심으로 하는 화해를 믿게 만든다. 부부의 계약으로 아득한 옛날의 적대감은 힘겹게나마 겨우 청산되지만, 희생을 바치는 제단의 연기가 변하여 가정을 이롭게 하는 연기가 되어 버리듯 평화롭게 늙어 가는 부부는 필레몬과 바우키스의 이미지를 통해 사라져 버린다.」* -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 『계몽의 변증법』 중 15/12/30 * 클로디 아멜, & 프레데릭 코셰. (2014).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오뒷세이아. (이세진, Trans.). 파주: 열린책들. 2015/08/27 - 도래한 가벼운 자본주의 시대, 액체 근대아도르노
「여기서 우리는 변화를 살피는데 보다 확고한 근거를 갖추게 되는 바, 이원적이고 폐쇄적인 체계에서, 하나의 진전에는 반드시 다른 하나의 후퇴가 있기 마련('변變'은 양이 물러나는 것이고 '화化'는 그와 동시적으로 행해지는 음의 진전)이다. 변화가 있다함은 바뀜이 있음을 뜻한다. 생산이 없는 순환이란 없으니, 교대란 갱생의 조건 그 자체이다. 쉼이 없는 운동은 소진될 것이며, 운동이 되지 못하는 쉼 또한 소멸되고 말 것이다. 동과 정은 '서로를 내포하니', 낮은 운동이며 밤은 쉼이다. 이 교대로 말미암아 세계의 흐름은 결코 멈추지 않고 한결같이 지속된다. 하늘에는 가시와 비가시, 땅에는 성쇠의 교대가 있다. 그러므로 대립이란 '존재'와 '무'의 대립이 아니라 현동現動과 잠재潛在(명明과 유幽)의 대립일 뿐이..
「이건 '삶'이 아니야. 느린 죽음이지.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난 절대 임금노예는 되지 않을 거야. 절대, 절대로.」* - 블리츠 (That ain't "living." It's a slow death. [He shakes his head.] I just don't get wageslaves, man. I really, really don't.) - Blitz 15/05/23 * 의 대사에서 발췌, 번역. 2015/05/23 - 섀도우런 드래곤폴의 교훈 2014/09/27 - 섀도우런 리턴즈의 교훈 2014/09/27 - 섀도우런 리턴즈 2012/03/28 - 이것이 삶인가 2014/02/16 - 어쩐지 시시하다2016/08/08 - 섀도우런 홍콩(Shadowrun Hong Kong)2016/08/0..
, 또 하나의 뉴에이지적 헛소리를 담은 책이려니 하고 지나치려는데 저자 이름이 '다치바나 다카시'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누구인가. 치밀한 과학적 사고, 압도적인 독서량, 지독한 자료조사와 근거제시의 철두철미함으로 유명한 일본 최고의 지성아닌가. 그런 다카시가 임사체험에 관해 책을 썼다니.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역시나 그는 전세계를 직접 발로 뛰며 손수 인터뷰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그러면서도 공정하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자료를 해석하고 있었다. 때로는 추리소설을 읽는듯한 스릴도 있는 흥미진진하고 유익한 최상급의 저서다. 다만, 그가 임사체험이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오직 두 가지 세계관만을 염두해 둔 것은 아쉽다. 모든 것이 물질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일원론, 물질계..
요다는 스타워즈의 장자다. 아래는 마스터 요다의 어록들. 루크: 스승님, 돌을 움직이는 것하고 이건 완전히 달라요. 요다: 아니. 전혀. 차이는 오직 네 마음 속에만 있을 뿐이다. 너는 기존에 배운 관념을 버려야 해. Luke: Master, moving stones around is one thing. This is totally different. Yoda: No! No different! Only different in your mind. You must unlearn what you have learned. 루크: 알았어요. 한번 시도해볼게요. 요다: 아냐! 한다, 하지 않는다가 있을 뿐이야. 해보는 건 없어. Luke: All right. I give it a try. Yoda: No. Try ..
「육신의 탈을 일단 뒤집어쓰면 생명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앞으로 나아간다.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대끼며 고삐 다잡을 수 없이 내몰리는 삶! 참으로 슬프지 아니한가. 일평생을 수고하고도 그 열매를 누리지 못하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면서도 무엇을 위해서인지 모른다. 애달픈 노릇이 아니랴. 사람들은 영원을 말한다만 그것은 쓸데없는 떠들썩. 육신은 해체되고 그에 따라 정신도 흩어진다. 참으로 애달프지 아니한가. 삶이란 이렇게 곤고한 것일까.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만 이리 곤고히 여기는 것인가······ 잠들었을 때 막혀 있던 정신은 깨어나면 활동을 시작한다. 주어지는 상황과 얽혀 날마다 이어지는 씨름질. 어떤 이는 설렁설렁, 어떤 이는 노련하게, 어떤 이는 음험하게. 자잘한 걱정거리에 잠 못 들다 거대..
나는 맹자, 육상산, 왕양명으로 이어지는 유가의 심학(心學) 라인도 진화론적 신비주의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이 진화론적 신비주의를 가장 분명하고 종합적으로 세상에 전하고 있는 인물은 켄 윌버일 것이다. 「세상에는 본질적으로 두 종류의 신비주의가 존재한다. 오직 초월과 신성(the Light)과의 합일만을 가르치는 신비주의가 있고, 초월적인 것과의 합일을 존중하면서도 물질 속에서 은총으로 변형되는 신성이 탄생함을 강조하는 '진화론적 신비주의'가 있다. 역사는 첫 번째 신비주의가 계급제도, 불평등, 부정의와 손쉽게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신비주의에서는 세상은 필연적으로 불완전하거나 환상이고, 그런 세상에서 초월적인 자유를 누리는 방법은 오직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신비..
예전에 고독사에 관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마지막 줄에 고독사가 늘면서 시체를 처리하고 유품을 정리하는 특수 청소업체가 생겨났다고 적었었다. 그들을 이라고 부르나 보다. 아래 링크는 그들이 하는 일을 촬영한 방송 내용을 요약한 화면 캡처다. 숙연하다. 링크: 14/08/10 2012/12/01 - 외로운 죽음 2012/02/27 - 염장이
God and the Brain - The Persinger 'God Helmet', The Brain, and visions of God. from Todd Murphy on Vimeo. 신경신학자 토드 머피의 강의. 사람이 죽을 때 어떤 단계를 거치며 어떤 체험을 하게 되는지(임사체험), 그것이 뇌 어느 부분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경험인지를 과학적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신을 만나는 체험(문화권마다 등장하는 신이나 체험이 달라지나 핵심 과정은 유사), 깨달음의 체험은 바로 이 죽음의 체험과 같은 경로를 밟으며 그것은 두 체험 모두 같은 뇌의 기관이 작동한 결과임을 밝히고 있다. 소위 깨달음을 이루었거나 신을 만나는 경험을 하여 완전한 축복과 경이, 행복을 체험한 사람들은 이전과는 완..
「의사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음을 저지하거나 늦추어야 한다고 믿지만, 그런 의사의 사명이 오히려 편안한 죽음을 방해하고 있다. 대부분의 의사는 자연스럽게 죽어가는 사람을 본 적도 없고, 볼 수도 없기 때문에 천수를 다한 환자에게도 끝까지 의사의 도움이나 의료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여겨 자연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연의 순환 속에서 죽음이라는 절차는 원래 조용하고 평온한 것이었다. 생을 마무리하는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삶이 비로소 완성되는 순간이고, 떠나보내는 사람들에게도 역시 살아 있는 매순간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바로 죽음이다. 그 의미 있는 순간을 의료가 깊이 관여함으로써 죽음을 더할 수 없이 비참하고 비인간적인 것으로 바꿔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음이란 원래 고..
「자연사란 죽는 순간에 그 어떤 의료장치도 사용하지 않은 채 몽롱하게, 기분 좋고 편안한 상태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자연은 그리 가혹한 게 아니며 우리 조상들은 모두 이렇게 '무사히' 죽어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죽을 때가 되면 모두들 당연하다는 듯이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갖은 방법을 동원해 어떡하든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병원의 사명처럼 되어버리고 말았다. 죽음을 멈추거나 돌이키는 일이 가능할 리도 없는데 기를 쓰고 '죽어가는 과정'을 멈추기 위해 온갖 고통스러운 의료장치를 사용한다. 그 현장은 처절하기 그지없다.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된 사람에게 콧속으로 튜브를 삽입해 위까지 연결하거나(비강영양), 위루술(위에 구멍을 뚫어 직접 관을 삽입하여 식사를 돕는 시술)로 영양을 공급하고, 탈수증세..
「죽음이 임박해서는 무언가를 삼킬 힘도 약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마음씨 고운 간병인은 한술이라도 더 먹이려는 사명감에 불타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인다. 그 결가 그르릉, 그르릉 소리가 날 정도로 목에 음식물이 걸려 고통스러워한다. 그러면 코로 튜브를 넣어 그것을 빨아내는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이것은 죽어가는 사람을 이중으로 괴롭히는 일이지만 간병인에게는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본의 아니게 너무도 괴롭고 슬픈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었다. 하지만 이처럼 의료적인 '학대'나 간호라는 이름의 '고문'을 거치지 않고 죽기란 지극히 어려운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죽음이라는 마지막 과정을 평온한 '자연사' 코스에 태워주는 것이 진정한 배려이며 좋은 '간호'가 아닐까? 어느 누구에게도 방..
「사람의 몸에 강제로 영양을 주입하는 방법으로는 위루술과 비강영양, 그리고 중심정맥영양(목의 혈관에서 심장까지 튜브를 넣어 영양을 보급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방법들을 실시하는 의료인의 심적 배경에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고, 가족들 역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이대로 그냥 보앨 수는 없다'는 죄의식과 의무감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것은 결과적으로 죽음에 대해 전혀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가족, 특히 자식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연세가 얼마나 많건 자식들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닥쳐온 '죽음의 절차'가 너무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잘 챙겨드릴걸, 좀 더 효도할걸······.' 이런 자책감 탓에 조..
「연명을 위한 일련의 방법들은 죽음에 대한 무의식적인 거부일 뿐이며 결국 얼마 안 되는 수명과 맞바꿔 고통을 강요하는 셈이다. 심하게 말하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다'는 말은 사실상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괴롭힐 것이다'와 거의 같은 뜻이다. 다나카 나호미가 쓴 책 『시드는 것처럼 죽고 싶다』를 보면, 프랑스에서는 노인에 대한 의료의 기본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고 한다. 본인이 스스로 음식물을 넘기지 못하게 될 때 의사의 일도 그 시점에서 끝이 나며, 다음은 목사가 알아서 할 일이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괴로움을 줄이기 위해, 혹은 자기 만족을 위해 죽어가는 사람에게 괜한 부담을 강요하고 쓸데없는 고통을 안겨주어서는 안 되며, 의료를 그런 식으로 이용해서도 안 된다. 아무리 괴로워..
「공자가 제齊나라에 가서 경공을 만나 뵙자, 경공은 즐거워하면서 그에게 이계 땅을 봉지로 내려주려고 안자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안자는 이렇게 반대하였다. "안 됩니다. 저들은 오만하면서 자신만이 옳다고 하는 이들로서, 아랫사람을 교화시킬 수 없습니다. 또 백성을 느슨하게 하여 백성과 정치를 친밀하게 하지 못합니다. 그런가 하면 천명天命만 세워놓고 일에는 게을러, 직무를 맡길 수 없습니다. 게다가 장례에 너무 돈을 들여 백성과 나라를 파국으로 몰고 가며, 상喪을 너무 오래 끌어 슬퍼하느라 세월을 허비하니,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할 수 없는 자들입니다. 안으로는 스스로 실행하기 힘든 것을 감추면서, 밖으로는 그것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 유자儒者입니다. 그래서 복장을 특이하게 하여 얼굴을 꾸미기에만 힘씁니다..
「온종일 방에 단정하게 앉아 있었는데, 좌우에는 책들이 있었다. 머리를 숙이면 독서하고 머리를 들면 사색하였다. 혹은 한밤중에 일어나 촛불을 켜고 글을 썼으며, 도에 뜻을 둔 훌륭한 생각을 잠시도 멈추지 않았고, 또 잠시도 잊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낡은 옷을 입고 채식을 하며, 많은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는 성인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배우려 하였는데 매번 '지례성성'(知禮成性)과 '변화기질'(變化氣質)의 도에 근거하였다. [죽음에 임박하여]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병상에 누워 다음 날 평온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평소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살아서는 우주를 따르고, 죽어서는 조용히 쉰다."」* 13/11/23 * 이상선, 에서 발췌, 재구성. 장재 죽음 기학
불로장생이나 윤회의 근절을 추구하는 요기나 도인, 소승은 삶을 두려워하거나(윤회) 혹은 죽음을 두려워한다(불로장생)는 점에서 똑같다. 그래서 이들 수행의 핵심은 성(性)이다. 성은 삶과 죽음을 낳는 근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을 초월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성을 철두철미하게 억압한다. 그들이 차크라를 정수리로 끌어올렸든, 대주천으로 사리를 이루었든, 마음장상을 이루었든 다 마찬가지다. 관념과 육체는 하나이기에, 이들은 실제 성욕이 절멸해 남자는 성기가 오므라들고, 여자는 때가 한참 남았는데도 생리를 끊는 등의 목표를 이룬다. 성욕이 절멸하면서, 오욕칠정도 같이 절멸한다. 물론 여기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지독한 인내와 고행이 필요하여서, 실제로 저 목표에 도달하는 수행자는 극히 소수다. 그 소수는 대도인으로..
삶에 철저히 환멸을 느끼거나, 허무함을 느끼거나, 절망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자살이냐 명상이냐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해 왔다(물론 후자의 선택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나카지마 요시미치의 책 는 제3의 선택지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반은둔'이다. 딱 절반만 은둔하는 것이다. 사는 게 권태롭지만 그렇다고 자살씩이나 할 마음은 없고, 그렇다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위험한 삶에 뛰어들 용기는 없는 우유부단한 사람들에게 맞는 삶의 기술이다. 어차피 "당신은 머지않아 죽는다". 그러니 위선과 가식은 벗어버리고 철저히 자기중심적으로 살라는 게 저자의 메시지다. 대학이나 회사에 사표를 던질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의 삶은 세상 따위는 어떻게 되든 최대한 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 반은둔..
1527년, 명나라 조정은 양명(56세)에게 광서 지역의 민란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병이 골수에 스민 양명을 사지로 모는 명령이었다. 양명은 명령을 받들어 민란을 수습했지만 병은 더 악화되었다. 결국 양명은 1528년 겨울, 조정이 귀향을 허락하건 말건 고향으로 향한다. 고향까지는 아직 한참 남은 청룡포 어귀, 새벽에 양명은 눈을 뜨고 제자 주적을 불러 말했다. "나는 간다." 주적은 북받쳐 울며 물었다. "마지막으로 남기실 말씀을 알려 주십시오." 양명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마음이 참 밝고 환하구나. 달리 더 무슨 말이 있겠는가." 그리고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13/04/15 * 최재목, ; 문성환, 를 참고하여 재구성. 2012/07/01 - 을 보고 2012..
"살게 되면 살고 죽게 되면 죽는다. 오늘 만종의 벼슬을 받다가 내일 굶주리더라도 근심하지 않고 오직 의에 따를 뿐이다."* 13/02/27 * 조식, 에서 봄. 남명 조식 2012/04/07 - 굶어 죽을 팔자라면 굶어 죽자!
죽을 때를 아시는 분들이 있다. 보통 수행이 높으신 분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독립군 이범석 장군의 새 어머니도 그 중 한 분이시다. 「어머니는 백일기도를 위하여, 어떤 고된 일이 있거나 눈비가 쏟아지나 아랑곳없이 밤 열두 시에 영천 약수물을 떠다가 나를 위해 백일기도를 올리셨다. 백일기도를 올린 지 8년째 되던 해, 백일기도가 끝나는 날이었다. 어머니는 음식을 장만하여 일가친지들을 모두 불러다 풍성한 잔치를 베푸셨다. 때가 되어 손들이 모두 흩어져 갈 때, 어머니는 내 출가한 누님을 부르시며, "오늘은 여기서 묵고 가거라." 하시매, 누님이 모처럼 친정어머니 곁에서 유할 양으로 뒤처졌다. 누님을 앞에 앉히신 어머니는 평상시의 말투로, "내가 오늘은 떠난다." 하셨다. 누님은 어머니가 또 만주로 떠나..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어 죽지 못해 사는 사람이 있고, 살고 싶어도 살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죽는 사람이 있다. 살고 죽는 것조차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추가) 살고 죽는 것'조차'라니. 하하. 그것보다 훨씬 사소한 것들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12/05/27
고난이나 극기가 아니라 행복하려고 수도원에 들어온 김갑경 안나 수녀님에 의하면, 말기암 환자들도 (나쁜 의사를 만난 운 나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 지나고나면 지극한 평화 속에서 죽음을 맞는다고 한다. 수녀님은 "죽는 순간에 상당수 사람들이 '이제 집에 가자'고 하는데, 그 집이 어떤 집을 말하는지는 모르겠다"며 그 순간의 평화를 전했다. 12/05/20 * 한겨레, 12-03-22, "너무 멋있게 찍지마요, 중매들어오니까" 죽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6년 일해온 이윤정씨가 5월 7일 악성 뇌종양으로 남편과 두 아이를 남겨두고 숨을 거뒀다. 이씨는 관련 공장에서 암에 걸려 사망한 55번째 노동자다. 이씨는 고교 3학년에 성적 우수 학생 추천으로 삼성에 입사했으며, 26살에 남편을 만나 결혼을 앞두고 퇴사했다. 그렇게 삼성을 떠났으나, 삼성은 이씨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독성물질을 통해. 죽어가는 이씨를 두고 삼성은 남편 정씨에게 "시민단체와는 연락하지 않으면 좋겠다"거나 "행정소송 해봐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 아니냐"라는 말을 남긴 뒤 지금까지 연락이 없고, 과연 삼성 말대로 재판은 이씨가 죽을 때까지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삼성에게 이씨가 숨지기 전 남긴 마지막 말은 "용서해주라"였다고 남편 정씨는 전했다.* 1..
다음은 2011년, 2007년, 2004년, 1990년 그늘진 도시에서 쓰여진 화염의 기록들. 가난한 부모의 이 참혹한 비극은 언제쯤 끝이 날지. / 인천의 한 단칸방에서 불이 나 혼자 잠들어 있던 6살 여자아이가 숨졌다. 이혼한 뒤 홀로 딸을 키우던 엄마 26살 박모씨는 불이 나기 직전 아이를 재운 뒤 문을 잠가놓고 유흥업소에 돈을 벌기 위해 나갔다고 한다. 늦은 밤 아이를 혼자 둬야 하는 게 부담이었지만 다른 일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 MBC, , 2011-12-05 / 21일 오전 11시 숨진 김모군(15)과 동생(11)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 해운대구 중동 성심병원 영안실에는 김군 형제 부모가 두 아이의 영정 사진을 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떨궜다. 아버지 김씨(38)는 전국의 공사장을 돌며 일하..
췌장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5%에서 15%로 늘리는 절차를 만들어 낸 외과의사 찰리(68). 정작 자신이 췌장암 진단을 받자 자신의 치료법은 무시하고 곧 집으로 가 병원 문을 닫았으며 다시는 병원에 얼씬거리지 않고 가족과 남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몇 개월 후 집에서 죽음을 맞은 그는, 화학치료, 방사선치료, 수술치료 따위를 일절 받지 않았다. 양보다 질이 삶에서 중요하다고 믿는 토치(60). 그는 폐암이 뇌까지 전이되었는데, 병원에서는 화학치료를 포함해 여러 시도를 하면 4개월 정도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한 종류의 알약 빼고는 모든 치료를 거부한 채 나머지 시간을 가보고 싶던 곳이나 다니며 집에서 편안히 보냈다고 한다. 그렇게 8개월 동안 원 없이 즐겁게 삶을 누린 토치는 어느 날 깨어나지..
한 여인이 울며 스님에게 염불을 청한다. 남편이 이승을 뜬 것이다. 스님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여인 집에 도착해보니 염장이가 염을 하고 있다. 정성스레 염을 하고 조용히 관을 덮는 손짓이 예사롭지 않다. 포정(庖丁)의 솜씨다. 스님이 다가가 합장을 하고는 묻는다. "무엇이 보입니까." 염장이가 공손히 답한다. "먼저 망자가 후덕하게 살았는지 남 못할 짓만 하고 살았는지가 보입니다. 그 다음에는 망자의 아쉬움과 후회가 들립니다. 그러면 저는 망자와 말없는 대화를 나눕니다." 아! '이 염장이 이야기 속에 생로병사와 제행무상(일체가 변함)의 진리뿐 아니라 법화경과 화엄경이 다 들어 있구나!' 스님은 문득 깨달았다. 12/02/23 * 한겨레, , 2012-02-05 를 보고 각색 http://www.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