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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사체험>

모험러

<임사체험>, 또 하나의 뉴에이지적 헛소리를 담은 책이려니 하고 지나치려는데 저자 이름이 '다치바나 다카시'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누구인가. 치밀한 과학적 사고, 압도적인 독서량, 지독한 자료조사와 근거제시의 철두철미함으로 유명한 일본 최고의 지성아닌가. 그런 다카시가 임사체험에 관해 책을 썼다니.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역시나 그는 전세계를 직접 발로 뛰며 손수 인터뷰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그러면서도 공정하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자료를 해석하고 있었다. 때로는 추리소설을 읽는듯한 스릴도 있는 흥미진진하고 유익한 최상급의 저서다.


다만, 그가 임사체험이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오직 두 가지 세계관만을 염두해 둔 것은 아쉽다. 모든 것이 물질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일원론, 물질계와 독립된 정신계가 있다는 이원론, 이 두 가지 철학에 모든 가능성을 귀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임사체험을 전자를 바탕으로 해석하면 뇌내 현상설, 후자를 바탕으로 해석하면 현실 체험설이 된다. 그러나 둘이 대립되지 않는다고 보는 비이원론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모든 것은 물질이면서, 동시에 모든 것은 마음이다. 물질은 의식을 제약하지만, 또한 "믿음의 한계가 경험의 한계를 결정한다." 그리하여 인간의 손에는 우주가 선물한 무한한 다양성이 쥐어져 있다.


「그러면 나(다치바타 다카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앞에서 썼던 것처럼 기본적으로는 뇌내 현상설에 서 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는 물질적 일원론으로 이 세계는 설명될 수 있을 것이라는 과학적 세계관에 서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말 그럴까 하는 의구심도 항상 가지고 있다.


과학이란 것은 아직 너무나도 초보적인 발전 단계에 있다.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은 현대 과학이 달성한 화려한 업적에만 눈이 팔려 있지만, 최근 과학 관련 취재가 많았기 때문에 나는 그 분야에 대해 특히 잘 알게 되었다. 과학은 아직 이 세계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다. 과학은 자연의 수수께끼에 도전해 왔지만, 해결한 수수께끼는 극히 일부분이고 대부분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 사실 나는 어느 쪽 학설이 옳아도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임사체험을 취재하기 시작한 때부터 나는 어느 쪽이 옳은지 빨리 알고 싶다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나 또한 죽음에 대해 상당히 큰 공포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험자를 하나하나 취재해 나가면서 체험자는 거의 대부분이 이구동성으로 죽는 게 두렵지 않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 사이에 어느샌가 나도 죽는 게 두렵지 않게 되었다.


이토록 많은 체험자들의 증언이 일치되어 있기 때문에 아마 내가 죽을 때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죽어 가는 과정이란, 지금까지 생각해 온 것보다 훨씬 즐거운 기분으로 통과할 수 있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그 과정을 통과한 후는 어떻게 되는가. 현실 체험설이 말하듯 그 이후에 멋진 사후세계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대로 좋은 이야기다. 그러나 뇌내 현상설이 말하듯 그 이후가 완전한 무이고 자아가 완전히 소멸되어 버린다는 것도 그것 나름대로 깔끔해서 좋다고 생각한다. 좀더 젊었더라면 자아의 존재 소멸이라는 생각을 그렇게 간단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지 큰 심리적 장애 없이 그런 생각도 받아들일 수 있다. 어쨌든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발버둥치는 것은 유치한 짓이고 그다지 보기 좋은 일은 아니므로 그렇게 하고 싶다.


게다가 어느 쪽 학설이 옳다고 해도, 지금부터 아무리 조사와 연구를 거듭해도 이 문제에 관해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하는 해답이 나올 수가 없다. 적어도 내가 죽기 전에는 해답이 나올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쪽이건 나는 결정적인 해답을 얻지 못한 채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나의 죽음과 만나지 않을 수 없다. 그때 어느 쪽이 옳은가는 몸으로 알게 될 것이다. 그에 관해 지금부터 아무리 머리 아프게 생각한다 해도 다른 선택지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옳은지는 그때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고 그때까지는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욱 더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에너지를 사용 하는 게 똑똑한 짓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죽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는 것 이외에 또 하나 임사체험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임사체험을 한 후 삶을 아주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더욱더 잘 살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멋진 사후세계를 체험한 사람은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이다. 모두 더욱 잘 살고 싶다고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왜 그런가. 체험자의 말을 들어보면 '어쨌든 죽을 때는 죽는다. 사는 것은 사는 동안에만 가능하다. 살아 있는 동안은 살아 있는 동안에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성경에도 '죽은 자는 죽은 자로 묻어 두라.'는 말이 있다. 살아 있는 동안에 죽음에 대해 아무리 고뇌해도 소용없는데 언제까지나 이래저래 고민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살아 있는 동안은 살아 가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15/01/21


* 다치바타 다카시, <임사체험>에서 발췌, 편집,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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