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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구도자의 시시비비 방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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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仁)하지 않으면 명상이 다 무슨 소용이고, 기공이 다 무슨 소용인가. 깨달음을 이뤘다는 둥, 한 소식 했다는 둥, 생사관문을 뚫었다는 둥, 쿤달리니를 깨워 차크라를 열었다는 둥, 사람의 오로라를 보고 미래를 본다는 둥 폼 잡아보지만, 끝내는 그저 괴팍할 뿐인 자신의 기질적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철부지들. 뭔가 이뤘다고 착각하여 배움을 멈추고 탐구를 멈추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눈에는 지성의 빛이 없고 몸에는 대장부의 품위가 없으며 가슴에는 공손한 덕이 없으니, 사람들이 무얼 보고 '도인'들을 본받을 것이며 무얼 보고 명상의 길에 선뜻 들어설 것인가. 아,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수행과 깨달음이 아닌 일상에서 차곡차곡 이루어지는 지극히 평범한 중용의 도(道)에 뜻을 둔 학인이야말로 참으로 귀하구나. 그러나 기인열사들도 모두 내버려 두어라. 누군들 철부지가 아니랴.


「잘 익거나 기름지거나 매콤하거나 달콤한 것은

참으로 맛난 것이 아니다.

참으로 만낫 것은 오직 담백할 뿐이다.


신비하거나 기이하거나 우뚝하거나 색다른 사람은

지인至人이 아니다.

지인은 오직 평범할 뿐이다.」


- 채근담


15/01/18


* 윤인모, <까칠한 구도자의 시시비비 방랑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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