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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진사이의 <동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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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진사이는 <동자문>에서 주자학을 비판하며 주자학이 리(理)라는 글자에만 집착해 "잔인하고 각박한 마음이 많아지고 관대하고 인후한 마음은 적어"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너그러운 성인의 기상이 없어 "자기 지키기가 너무 엄격하고 남 꾸짖기가 너무 심해, 폐부에까지 스며들고 골수에까지 젖어들어 마침내는 각박한 무리가 되고 말았"다고 슬퍼하고 있다. 

통쾌한 지적이다. 그러나 이토 진사이 역시 "공자는 최상의, 지극한, 우주 제일의 성인이시며 『논어』는 최상의, 지극한, 우주 제일의 책"이라고 말하며, 노자와 붓다의 가르침은 오직 허무와 적멸만으로 사람들을 옭아매고 미혹시키는 이단으로 단죄하고 공자와 맹자가 제시한 기준은 만고불변에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 어찌 이리 각박하고 좁은가. 또한 공자가 없었으면 천하에 인륜도 없고 윤리도 없었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공자의 'ㄱ'자도 몰랐던 서양 사람들은 다 짐승에 불과했을 것이다. 중세윤리와 제도가 태초부터 까마득한 뒷세대까지 이어지는 천하에 불변하는 도(道)라고 생각하는 것이 유학자들의 큰 병폐다. 붓다가 가르쳤듯이, 세상 만물 제도 일체의 모든 것은 변하는 것이다. 

'명경지수'란 말이 의로움을 박탈하고 부모를 버리게 하고 처자식을 끊어 버리고 군신관계와 형제 관계를 망친 주범이라며 이 말에 극도의 혐오를 드러낸 것에도 한마디 하자. 어느 쪽이 더 많을까. 마음이 명경지수처럼 맑은 사람이 가정과 세상을 어지럽힌 것과, 마음이 선악에 대한 갈등 혹은 집착으로 요동치는 사람이 '도덕', '정의', '선', '이단' 등을 운운하며 가정과 세상을 망친 것 중에. 세상과 가정의 수많은 다툼은 서로 나의 사상, 나의 종교, 나의 믿음, 나의 가치관만이 '선'이요 '정의'라고 외치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던가. <채근담>이 가르쳤듯, 마음이 깨끗하지 못하면 『성경』, 『불경』, 『논어』 조차도 자기 욕심을 채우고 남을 해치는 무기로 쓰일 수 있는 것이다(참고: "오규 소라이의 논어 해석과 작금의 일본"). 참된 유학자라면 육구연 선생처럼 성인이 쓴 경전도 내 마음의 주석에 불과하다고 여길 줄 아는 기상이 있어야 하며, 왕양명 선생처럼 지금 내 마음에 비추어보아 옳지 않다면 공자의 말이라도 취하지 않겠다는 유연함을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나머지 여러 가르침들은 훌륭했다. 특히 도道가 우리의 일상생활을 벗어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는 대목들과 주자학과 달리 인간의 욕망을 경계하지 않고 적극 끌어안는 것이 좋았다. 몇 몇 구절들을 앞으로 소개해야겠다.

1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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