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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노자, 붓다의 맛 본문

명문장, 명구절

공자, 노자, 붓다의 맛

모험러
「애석한 것은 후세의 학자들이 각자 자기가 소속된 가르침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유학을 익히는 자는 그 속에서 구속되어 있고, 노자를 익히는 자는 세간의 모든 제도와 가치를 무시하고 미친듯이 행동을 방종하게 하며, 불교를 배우는 자들은 자기만이 옳다는 아집 때문에 그 소견이 궁색하게 좁아진다. 이러한 학자들의 폐단은 모두가 아집에 기인하는 해로움이다. 학자들이 정말로 애써 아집을 타파할 수만 있다면 광대한 시야를 가리고 있는 울타리를 부수고 대방가(大方家)가 되리라.

후세에 불교를 배우는 무리들이 노자를 모른다면 곧장 단멸의 허공 속으로 달려가느라 목전에 존재해 있는 법이 모두 장애가 되고 하는 일에서 해탈을 얻지 못할 것이며, 공자를 모르고 불법만을 가지고 세상을 거닌다면 결단코 세도인정(世道人情)을 모르고 사람만 만나면 현묘한 도만을 설명하여 마치 죽은 고양이를 파는 것처럼 전혀 쓸 곳이 없으리라. 

그 때문에 조사도 말씀하시기를 "설법을 한다 해도 대상이 처해 있는 그 상황에 투합하지 못한다면 끝내 부질없는 말일 뿐이다"고 하였던 것이다. 그 때문에 <화엄경>에서는 말하기를 "혹은 변방의 사투리로 사제(四諦: 고집멸도)를 말하기도 한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부처님의 설법이 현묘함만을 과시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무아의 경지는 모두 같지만 그 현실로 전개되는 작용에 있어선 크고 작은 정도의 차이가 동일하지 않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삼교의 성인들이 동일했던 것은 근본인 마음이고, 다른 것은 현실로 나타난 행적이었다.

마음과 자취를 서로 잊는다면 모든 물결이 바다로 흘러가듯 모든 시냇물이 한결같은 맛이리라.」*

14/08/18

* 감산덕청 지음, 송찬우 옮김, <노자, 그 불교적 이해>에서 발췌, 편집,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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