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러의 책방

나는 길들지 않는다 본문

리뷰, 서평, 감상

나는 길들지 않는다

모험러
마루아먀 겐지의 <나는 길들지 않는다>는 저자 자신도 말하고 있듯이 매우 소수 독자를 위한 책이다. 불굴의 의지로 홀로서고, 피끓는 야성을 되찾아, 목표를 향해 전사의 함성을 내지르며 전진하는,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고 누구도 지배하지 않는 삶을 위해 투쟁할 용기를 지닌 광(狂)자를 위한 책이다. 맹자는 중용의 사람이 최고이고 광자가 그다음이라 하였다. 니체는 어린아이의 경지가 최고이고 사자의 경지가 그다음이라 하였다. 그러나 맹자왈, 어찌해볼 수도 없는 구제불능의 사람은 마치 자신이 중용의 사람인 것 마냥, 어린아이의 경지인 것인 마냥, 그러한 광자를 보고 좋은 게 좋은 거지 뭘 그리 힘들게 사냐며 비웃는 향원이다. 아, 내 어찌 맹자의 말씀을 접할 때마다 식은땀이 아니 흐를 수 있으랴. 마루야마 겐지를 읽으며 다시금 부귀가 그를 타락시킬 수 없고, 빈천이 그를 비굴하게 하지 못하며, 권력이 그를 굴복시키지 못하는, 대장부의 기개를 떠올린다. 

"자립한 젊음의 척도는 자신에 대한 의존도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야생동물은 본의 아니기는 하나, 부모에게서 떨어져 나오는 순간 여지없이 자립해야 한다. 타자에게 의지하지 않는 결연한 삶이 아니면 생명이 크토록 빛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을 마음껏 사는 기술이란 다른 것에 있지 않다. 자립한 삶이 아니면, 그것은 허튼 삶이며 죽은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잿빛 인생이 되고 만다."

"좋든 나쁘든, 그들[자립적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것은 진정한 의미의 젊음이다. 무엇보다 발랄하고 생기에 찬 그들의 표정이 그 점을 말해주고 있다. 그들이 그런 자신을 뿌듯해 하는지 어떤지는 차치하고, 살아가면서 생기는 수많은 문제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해결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들은 아무도 믿을 수 없으니 자신을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는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라, 나 자신은 믿을 수 있다, 무슨 일이든 각오를 다지고 임하면 어떻게든 헤쳐 나갈 수 있다,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고 살아간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 갈수록, 경험과 체험을 많이 쌓으면 쌓을수록 그들의 확신은 깊어지고 기력은 충만해진다. 평범한 일을 평범하게 해결해 나가면서도 광휘를 발하는 존재로 되어 가는 것이다. 그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그들이야말로 산 자 중의 산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음은 곧 자립이다. 자립이란 적확한 판단이다. 판단은 자신의 소망과 욕망에 따라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바라보고 주변을 파악한 후에 정확성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

"영원한 안정, 끊임없는 안락, 한없는 도피. 그런 것은 왜곡된 인간 사회가 낳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또는 타인의 주머니를 노리고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강매하려는 악랄한 장사치들, 권력욕에 사로잡힌 위정자들, 신을 자처하거나 하늘에서 내린 신의 사자인 척하면서 노동을 회피하려는 종교인들이 자신들의 불합리한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난발하는 공수표이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자신이다. 의지할 수 있는 것도 자신뿐이다. 그것은 철칙이다. 그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당신의 젊음은 평생 말살당하지 않고, 이 세상을 잘 살았다고 실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분투, 혼란, 내일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두려움. 그것이야말로 당신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능력을 일깨우고, 생각지도 못한 힘을 발휘하게 하며, 당신이 꿈에 그리던 인간의 모습으로, 아 내게 이런 면도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당신을 변모시킬 것이다.

표정에서 인상, 몸짓까지 변할 것이다. 특히 눈빛이 야생동물로서의 광휘를 되찾아 청춘기와 청년기보다 훨씬 발랄한 당신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하루 24시간 중에 가장 중요한 8시간을 온전히 바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설레는 일이라면, 다른 자극은 절대 필요하지 않다. 그 일이 한없이 깊고 새로운 것을 계속 발견하게 하며 오르지 못한 높은 산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음을 깨우쳐 준다면, 손대지 않은 광맥이 무한히 펼쳐져 있는 것 같은 흥분을 준다면 기분 전환이나 속풀이 등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일 전체가 자신의 재능과 능력에 달려 있고, 또 그 일이 영원히 답파할 수 없으리만큼 심원한 것이라면 스트레스가 쌓일 틈이 없다. 불평과 변명을 쉴 새 없이 늘어놓지 않아도, 한눈을 팔지 않아도, 마음껏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신분을 동경하지 않아도, 어떻게 하면 술을 마실 수 있을지 그 방법을 고민하지 않아도, 출세를 겨루는 동기생의 실패를 은근히 바라지 않아도, 정년 후의 생활을 걱정하며 한숨을 쉬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신분이어도 늘 약동감과 충만감을 느끼며 살 수 있다. 야생동물에 필적하는 광휘와 생기와 집념으로 인생을 젊게 살 수 있다."

"거울을 쳐다보면서 당신의 얼굴을, 눈빛을 유심히 관찰해 보기 바란다. 야생동물의 얼굴과 눈빛인가. 하물며 참새와 꿀벌과 개미도 생기에 차 있는데, 그런 생기와 무관한 생애를 산다는 말인가. 인간이란 추억이라는 즐거움에 젖기 위해 애써 추억을 만들며, 그렇게 사는 인생을 조금도 슬퍼하지 않는 소극적인 생물이라는 말인가. 중·장년층이라면 몰라도, 아직은 폭발적인 젊음을 누려야 하는 청년층까지 하나같이 과거로 눈을 돌리고 나약한 치유에 젖어들려 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치유를 위한 치유, 감동을 위한 감동을 밤낮으로 추구하고, 돈을 내면서까지 거짓 치유와 엉터리 감동을 얻으려 애쓰는 자신에게 조금도 의문을 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산 자에게 유일무이한 보물은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고 아무도 지배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이고 진정한 자립이며 진정한 젊음이다. 하지만 무수한 욕망과 무수한 정념이 그 길을 가로막아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는 자는 아주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가시밭길이다. 투쟁의 연속이며 숨돌릴 틈도 없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다. 사는 것의 진정하고도 깊은 맛은 자신이 확신을 갖고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 있다."

"자립은 고독이라는 도취감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혼자 힘으로 고독을 당연시 여기는 자를 지향하는 것이다. 자신의 두 눈과 두 귀와 뇌로 사물의 핵심에 도달하기는 몹시 힘든 일이다. 그러나 한 걸음이라도 다가설 수 있다면, 그 전까지 거의 죽어 가던 당신의 자립한 젊음은 조금씩 소생의 숨을 쉬게 될 것이다."

"깨달음이다 해탈이다 하는 그럴듯한 말이나 내뱉고 독선적인 논리나 주물럭거리면서 노동을 거부하고, 타인이 바친 먹을거리로 연명하며, 한없이 자기 개인의 심적 행보을 위해 수행 따위에 열을 올리는 자. 그런 주제에 이들은 자기들 세계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고리타분한 주종 관계와 출세를 위한 허접한 가치관과 얄팍한 거래에 좌지우지되고, 때로는 일반 기업을 방불케 하는 이익 집단으로 보일 만큼 저속한 신경전도 벌인다.

누구보다 고매한 정신을 추구해야 할 그들이 그렇게나 천박한 삶을 선택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째서일까. 아니 그 전에, 이 세상에서 도피한 자이고 자신에게서도 도망친 그들이 과연 이 세상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위인도 없거니와 범인도 없다. 있는 것은 자신을 버린 자와 자신을 주워 든 자뿐이다.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려는 자는 진정 살아 있는 자이고, 타인에 기대 살아가려는 자는 가짜 산 자이다. 전자는 '살아 있는 자'이며 후자는 '살아 있지 않는 자'이다.

요는 살아 있을 것이냐, 살아 있지 않을 것이냐이다.

수행의 도량으로 가장 적합한 곳은 심산유곡으로 둘러싸인 이끼 낀 절이 아니라 난잡함과 무질서함으로 물든 바로 이 세상이다. 다시 말해서 진흙탕 같은 현실 사회보다 더 좋은 도량은 없다는 뜻이다. 타인의 힘에 의지하려 드는 순간부터 당신은 살아 있으나 산 자가 아니며 타인에게 먹힐 뿐인 봉의 처지로 떠밀린다. 상대는 당신의 마음을 손아귀에 움켜쥐고 착취하고 이용하다 쓸모가 없게 되었다 싶으면 내던진다. 타인을 속이면서 사는 것도 물론 말이 안 되지만, 속으며 사는 것도 수치스러운 일이다."

"어쩌면 우리 인간은 더 높은 차원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시험을 치르고 있고 또 어쩌면 단련을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부처나 하느님 같은 존재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기 영혼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천국과 지옥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모순투성이인 이 세상으로 내려온 것이라면, 억지가 되었든 뭐가 되었든 제 손으로 이 세상을 떠날 명료한 이유가 없는 한 살기 위한 의의를 찾고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칠전팔기에 도전해야 할 것이다. 그런 끝에 자립한 젊음을 체득하는 길밖에 없다."

"나의 선동에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이려는가. 너무도 일방적이고 거칠고 극단적이며 과격하다는 이유로 일축할 것인가. 그것도 하나의 답이다. 일축한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당신인 셈이될 테니까.

아니면 자신 속에서 주목할 만한 분노가 발생한 것에 신선한 충격을 느끼고, 마음이 저돌적으로 급변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그 기세를 꺽지 못하고, 자신이 지닌 자유의 정도가 형편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 비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를 비방하면서도 당신 자신을 엄하게 꾸짖고, 이대로 죽어 갈 목숨이 아니다, 그래서야 말이 안 되지, 하고 외치면서 자립한 젊음으로 사는 생명을 탈환하려 목청을 돋우어 선전포고를 할 것인가."

14/12/03

'리뷰, 서평,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사체험>  (0) 2015.01.21
<까칠한 구도자의 시시비비 방랑기>  (1) 2015.01.18
<상처는 절대 소독하지 마라>  (0) 2014.12.06
나는 길들지 않는다  (0) 2014.12.03
<인터스텔라>  (0) 2014.11.08
이토 진사이의 <동자문>  (0) 2014.11.03
<나를 찾아줘>  (0) 2014.10.26
섀도우런 리턴즈의 교훈  (0) 2014.09.27

모험러의 책방

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