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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2011년, 2007년, 2004년, 1990년 그늘진 도시에서 쓰여진 화염의 기록들. 가난한 부모의 이 참혹한 비극은 언제쯤 끝이 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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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단칸방에서 불이 나 혼자 잠들어 있던 6살 여자아이가 숨졌다. 이혼한 뒤 홀로 딸을 키우던 엄마 26살 박모씨는 불이 나기 직전 아이를 재운 뒤 문을 잠가놓고 유흥업소에 돈을 벌기 위해 나갔다고 한다. 늦은 밤 아이를 혼자 둬야 하는 게 부담이었지만 다른 일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 MBC, <단칸방 화재 6세 여아 사망>, 201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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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11시 숨진 김모군(15)과 동생(11)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 해운대구 중동 성심병원 영안실에는 김군 형제 부모가 두 아이의 영정 사진을 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떨궜다. 아버지 김씨(38)는 전국의 공사장을 돌며 일하기 때문에 집에 가는 날은 1년에 며칠 안되었다고 하며, 어머니 원씨(35)는 사고 당일 식당에 손님이 많아 퇴근이 늦었다고 한다. 김씨는 “사고나기 이틀 전 가족들과 통화를 하면서 큰아이가 ‘아빠 힘내세요’라고 말했고, 둘째는 학교 숙제로 가족 사진을 만들어야 하는데 빨리 오세요”라며 어리광을 부린 것이 눈에 선하다면서 어깨를 들썩거렸다. 
* 경향신문, <부모 일하러 간 사이에…형제 연기질식 숨져>, 2007-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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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4시20분쯤 서울 성동구 도선동 다세대주택 3층 김모씨(30) 집에서 불이 나 김씨의 딸(7)과 아들(5)이 질식해 숨졌다. 김씨 부부는 1997년 결혼, 월세 20만원에 이곳 4평자리 단칸방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김씨와 신씨는 각각 중국집 배달원과 봉제공장 노동자로 일했으나 경기불황으로 해고되기 일쑤였다. 일용직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평소 김씨가 잔병치레를 많이 해 부부는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현재 생활보호대상자인 이들은 도시가스료를 내지 못해 3개월째 가스가 끊긴 상태였다. 이날 김씨 부부는 반년 이상 동안 받지 못하고 있는 임금 12만원을 받기 위해 오후 3시쯤 함께 집을 나섰다. 두 아이만 두기에 불안했지만, 김씨 혼자 여러차례 찾아가도 밀린 돈을 못받아 이번에는 부부가 통사정을 해 보기로 작정한 것이다. 약값 한푼이 아쉬운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부부는 이날도 밀린 돈을 받지 못했으며, 귀가했을 때는 아이들이 있는 집이 화마에 휩싸이는 끔찍한 상황을 목격하게 됐다.
* 경향신문, <부모 가슴친 12만원…어린 남매 화재 참사>, 200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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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영세 서민 부부가 방문을 잠그고 일을 나간 사이, 지하셋방에서 불이나 방 안에서 놀던 어린 자녀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질식해 숨졌다. 이들 부부는 충남 계룡면 금대2리에서 논 900평에 농사를 짓다가 가난에 못이겨 지난 88년 서울로 올라왔으며, 지난해 10월 현재의 지하방을 전세 4백만원에 얻어 살아왔다. 어머니 이씨는 경찰에서 "평소 파출부로 나가면서 부엌에는 부엌칼과 연탄불이 있어 위험스럽고 밖으로 나가면 길을 잃거나 유괴라도 당할 것 같아 방문을 채울 수 밖에 없었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연락을 받은 이씨가 달려와 문을 열였을 때, 다섯 살 혜영양은 방 바닥에 엎드린 채, 세살 영철군은 옷더미 속에 코를 묻은 채 숨져 있었다. 두 어린이가 숨진 방은 3평 크기로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와 비키니 옷장 등 가구류가 타다만 성냥과 함께 불에 그을려 있었다.  
* 정태춘, <우리들의 죽음>, 1990
http://youtu.be/RCXYXYdL3-w 


1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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