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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오직 생존을 위해 죽이고, 먹을 것을 찾는 것만이 남은 삶. 주인공 빅은 그 삶에 회의감을 느낀다. 그런 빅에게 말하는 개 블러드는 문명은 곧 다시 시작될 거라 말해준다. 그후 나누는 대화에서 나온 블러드의 대사. "아니, 네겐 신화가 필요 없어, 나의 오랜 친구. 넌 너만의 것을 만들어가게 될 거야."* * Ellison, Harlan. Vic and Blood: Stories (p. 17). Open Road Media. Kindle Edition.
「오늘날 형식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는 데 따르는 퇴행적·환원주의적 영향이 가장 염려스러운 분야는 예술이다. 종족의 창의적 에너지는 예술에 가장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 어느 종족이든 그 사회에 적절하고 삶을 뒷받침해주며 사회를 성숙하게 해주는 신화와 의례는 창의적 선구자와 예술가의 통찰을 통해서만 생겨난다. ... 참된 힘을 가진 낭만주의는 당대의 형식을 깨고 새로운 형식으로 나아가지만, 형식을 아예 이루지 못해 분한 마음에서 박살내고 폄하하는 낭만주의도 있다. 고전주의 예술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형식이 어렵지 않은 고전주의는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형식을 가지고 유희할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 자신의 창작 목표를 풍요롭고 생기 있게 표현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니체도 같은 생각일 것 같은데..
「혼돈스런 개벽과 같은 혁명기에 누더기를 걸치고, 성난 소리로 외치고, 사납게 날뛰고, 몽둥이를 휘두르고, 곡괭이를 둘러메고, 허둥지둥 낡은 파리로 몰려와 민중들을 당혹스럽게 했던, 머리칼이 곤두선 그 사람들은 대체 무엇을 원하고 있었는가? 권력의 억압이 끝나기를, 폭정이 끝나기를, 군주의 살생권이 없어지기를, 남자에게는 일을, 아이들에겐 교육을, 여자에게는 사회의 온정을, 만인에게 빵을, 자유를, 평등을, 우애를, 사상을, 세계의 낙원화를, 진보를 바라고 원했던 것이다. … 그들은 과연 야만인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문명의 야만인이었다. … 분명히 거칠고 사납긴 하지만 언제나 선을 위해 거칠고 사나운 이 사람들과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미소를 짓고 수놓은 옷이며, 황금이며, 리본으로 몸을..
「수도원 제도는 문명 초기에는 유익하여 정신적인 것에 의해 동물적인 본능을 길들이는 데 소용이 닿았지만, 민중의 씩씩한 활력을 북돋우는 데는 나쁜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이 제도가 퇴폐기에 들어설 때는, 그래도 여전히 본보기 행세를 하게 되므로 그 순결하던 시대에 유익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이번에는 유해한 것이 되어 버린다. 수도원의 은폐된 생활이 가치 있었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근대 문명의 초기 교육에는 수도원 생활이 큰 도움이 되었지만, 문명의 성장에는 불필요한 것이 되었으며, 그 발전에도 해로운 것이 되었다. 교육 기관이나 인격 형성의 수단으로서 수도원은 10세기에는 유익했지만, 15세기에는 문제점을 갖게 되었고, 19세기에 이르러서는 배척해야 할 존재가 되었다. …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또 어..
「루소의 저술에 중대한 결점이 있다면, 저자가 서투른 역사인류 학자라거나 위선적인 도덕주의자였다는 것보다도, 소심하기 짝이 없던 그가 파리 사회의 특정한 문제점들을 극단적으로 혐오한 나머지 그 사회에 존재하는 다른 면을 제대로 평가해내지 못했다는 데 있다. 그는 자기가 싫어하는 면만 비판할 줄 알았지, 문명화 과정이 서로 대립되는 요소들의 일정한 타협 과정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혹은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따라서 그것은 샌달이 지적한 '위선'이 아니라 협소한 반근대적 시야에 가깝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 루소의 지적 후계자들의 족보를 살펴보면, 그 협소한 시야를 열렬히 받아들여 근대에 대한 전면적인 비난으로 발전시키는 집단이 하나 존재한다. [쇠퇴론자들]」* 16/06/10 * 앤드류 포터, 20..
「[식습관 변화에 의한 비문명 원주민들의 질병 발생과 같은] 이러한 역사적인 관찰 결과의 대부분은 해당 집단이 최초로 서구의 새로운 음식에 심각하게 노출되기 전과 노출되던 시기에 집단을 관리하던 슈바이처와 허턴 등의 식민지 의사와 선교 의사들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새로운 음식은 부패하거나 중간에 설치류가 먹어치울 염려가 없이 전 세계에서 운송해올 수 있는 설탕, 당밀, 백밀가루, 백미 등의 탄수화물 식품일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문명의 질병', 즉 서구의 질병이 나타났다. 비만,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고혈압, 뇌졸중, 다양한 종류의 암, 충치, 치주질환, 충수염, 소화성 궤양, 게실염, 담석, 치핵, 하지정맥류, 변비 등이 그것이다. '문명의 질병'은 어느 것이든 한 가지가 발생하면, 결국에는 모..
"여기에 우리는 가능성이 무한한 우주 앞에서 유한한 존재와 육체적 감각을 갖추고 존재하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우주의 무한한 가능성은 실재(actuality)입니다."* "무한한 것과 유한한 것 사이의 관계는 바로 내가 말하려고 한 것입니다. 우리의 정신은 유한하지만 그런 유한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여러 무한한 가능성에 둘러싸여 있고, 인간이 살아가는 목적은 그런 무한한 것에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파악하는 데 있습니다. 나는 인간이 직면한 무한한 여러 가능성에 대하여 내가 품고 있는 이런 느낌을 전달할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한한 선택의 다양성, 새롭고도 아직 시도되지 않은 조합의 가능성, 실험에서의 행운의 전기, 끝없이 펼쳐지는 지평, 우리가 실험을 하는 ..
「새로운 유형의 문명으로 신속한 이행이 가능한 것은 사상이 실현보다 앞서 있을 때이다. 그때 민족의 활력은 탐험의 물리적 모험을 앞당기도록 상상의 모험을 밀어붙이고 있다. 세계는 다가서는 사물을 꿈꾸며, 그로부터 시의를 얻어 그 실현을 향해 각성한다. 실제로 개시된 물리적 모험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사물들에 대한 사상의 모험을 포함하고 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향해 항해하기에 앞서 그는 극동을, 둥근 세계를, 그리고 항로가 없는 대양을 꿈꾸었다. 모험이 미리 정해진 목표에 도달하는 일은 드문 일이다. 콜럼버스는 중국에 이르지 못했지만 아메리카를 발견하였다. 때때로 모험은 한계 내에서 작용한다. 그때 모험은 그 목표를 계산하고 거기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러한 모험은 한 유형의 문명 내부에서 변화의 잔물..
「저녁노을은 장엄한 것이지만 그것은 인간성을 왜소화시키며, 자연의 일반적 흐름에 속하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저녁노을도 인간을 문명으로 몰고 가지는 못할 것이다. 인간의 성취를 위해 준비된 유한한 완전성을 의식 속에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예술'이 필요하다. 의식 그 자체는 최저 형태의 예술의 산물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실재를 선택된 유한한 현상으로 재형성할 목적으로 관념성을 실재성과의 대비 속으로 끌어들이는 데서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로부터 현현되는 의식은 그 즉시로 새로운 의식적 동물의 특수화된 예술, 특히 인간의 예술을 산출한다. 어떤 의미에서 예술은 깊숙한 자연 속에 있는 기능들이 병적으로 과다하게 성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위적이라는 것이 예술의 본질이다. 그러나 여전히 예..
"우리의 형이상학적 지식은 미미하고, 피상적이며, 불완전하다. 그래서 오류가 몰래 끼여든다. 하지만 형이상학적 전제를 떠나서는 어떠한 문명도 존재할 수 없다."* 14/11/17 * 화이트헤드, 형이상학 화이트헤드
"어떤 초월적 목표가 없으면 문명생활은 쾌락에 빠지게 되거나, 느낌의 강도가 시들어지면서 불모의 반복으로 서서히 빠져들어가게 된다는 냉엄한 법칙이 있다."* 14/11/17 * 화이트헤드, 화이트헤드
"관념(idea)의 역사는 오류의 역사이다. 그러나 그것은 온갖 오류를 통해서 점차적으로 행위가 정화되어가는 역사이기도 하다. 바람직한 질서가 발전적으로 전개되어가고 있을 때면, 의식적으로 영입된 관념의 작용이 강화됨으로써 행위가 야만적인 것으로 퇴행하지 않도록 제어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점에서 플라톤의 다음과 같은 선언은 정당화된다. 세계 ― 즉 문명적 질서의 세계 ― 의 창조는 힘에 대한 설득의 승리이다."* 14/11/16 * 화이트헤드, 화이트헤드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반응은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의 반응과 똑같다. 바로 진정시키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교토 의정서는 뮌헨회담과 기괴할 정도로 흡사했다. 정치가들이 실제로는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뭔가 대응하는 척 보여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우리는 부족 동물이며, 부족은 위험이 현실로서 눈앞에 닥쳤음을 인식하기 전까지는 단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그런 인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는 개인으로서, 가이아 사령관이 불가항력적인 힘으로 우리를 밀어붙이는 와중에도 개별 행동을 하고 있다. 곧 전투가 벌어질 것이며, 우리가 현재 직면한 전투는 그 어떤 전격전보다 훨씬 더 살벌할 것이다. 환경을 변화시킴으로써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가이아를 상대로 선전포..
「일반인과 전문 학자들은 환경론적 신비감과 물질적인 삶에 대한 혐오에 경도되어 부족집단들을 에덴 동산의 선량한 인간으로 보고 싶어한다. 한마디로 문명인들은 부족민들이 의롭고, 영적(그들 스스로가 아닌 현대인의 관점에서)이며, 보다 행복하고, 심리적으로 복잡하지 않아 이기적인 계산을 할 가능성이 적은 사람들이기를 원한다. 몇몇 사례를 제외하고는 지난 수세기 동안 서양인들은 선사·원시부족들이 현대인만큼이나 꾀가 많고 도덕에 선택적이며 심리적으로 복잡다단한 인간들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하지만 원시·선사부족들에게 장점만 가져다 붙이면서 단점 보기를 거부하는 것은 문명인 스스로만큼이나 그들을 비인간화시키는 것이다.」* 14/08/05 * 로렌스 킬리, 에덴동산 원시사회
「민족학자들과 고고학자들이 밝혀낸 사실은 선사시대 원시사회의 전쟁이 현대의 전쟁 못지 않았고, 참혹했으며, 또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너무나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나무를 깍은 창으로 싸우건 네이팜탄으로 싸우건 간에 전쟁은 어디에서나 지옥인 것이다. 진정으로 평화로웠던 국가 이전의 사회는 드물었다. 전쟁은 상당히 자주 일어났고, 대개의 성인 남자는 사는 동안 전쟁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 사실 원시전쟁은 문명시대 전쟁보다 훨씬 자주 일어났고 무자비하게 진행된 까닭에 문명시대의 전쟁보다 훨씬 치명적이었다. 현재 서양의 자책 분위기가 자아낸 원시전쟁에 대한 신화 만들기는 학적·과학적인 관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며, 실용적·도덕적 차원에서도 개탄스러운 현상이다. ... 평화로운 과거를 상정하는 사상들은 ..
「문명이란 폭력에 대한 민감성이 강화되는 과정이다. ... 유교 모럴폴리틱의 장구한 역사는 폭력에 대한 민감성을 호되게 시험하고 검열하고 강화했던 역사였다. 이 과정을 통해 유교문명권의 윤리의식이 성장해왔다. 이제 우리가 오늘날 유교적 과거의 여러 폐단과 부후(腐朽)를 비판하더라도, 아니, 반드시 비판해야만 하는 것이지만, 그러한 작업이 우리 심성에 깊이 전해 내려오는 윤리적 감성까지 지우고 잊으려 하는 식으로 밀려간다면, 그것은 이제 약이 아니라 독이다.」* 14/07/24 * 김상준, 에서 봄. 유교 문명 김상준
「근대성이란 인류문명의 합작품이었지 특정 문명이나 지역의 특산물, 독점재가 아니었다. 근대성의 미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초기근대, 즉 역사적 근대가 송원 연간에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가설은 고전적 근대성과는 완전히 다른 근대성 개념을 전제한 것임을 유념해주기 바란다. 서구기원론을 중국기원론으로 바꿔놓은 것, 즉 같은 게임을 하되 선두를 바꿔서 하자는 식이 아니다. 중층근대성론은 어느 특정 지역, 문명권에만 보편성이 점지되어 있다는 고전적 근대성론의 신화와 단호히 절연한다. 송원 연간의 초기근대는 당시 그 지역이 문명 교류의 주요 교차점이자 진원이었기에 가능했다. 이론적으로 보면 초기근대란 원형근대성의 배경을 가진 어떤 문명권에서라도, 문명 교호의 내외적 교직 맥락이 맞아 떨어졌을 때, 출현 가능한 일..
근대성은 인류문명의 합작품이지, 서구문명의 독점 발명품이 아니다. 이 주장을 담은 김상준 선생의 책 은 유교와 동아시아를 포함, 세계 역사와 문명을 바라보는 내 관점을 뒤흔들어놓았다. 켄 윌버 저서들 이후로 가장 강렬한 지적 자극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허무주의와 비관주의를 넘어 근대성의 의미를 새로 발굴·해석하고 인류 문명의 공생적·윤리적 진화를 다시금 꿈꿀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켄 윌버와 김상준의 프로젝트는 공명하는 부분이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론(쉽게 말해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스토리)은 삶의 태도와 방향을 규정한다. 밝은 비전을 품고, 더 건강하고 쾌활하게 살아가고 싶다. 큰 학자들의 좋은 스토리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근대문명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도 일종의 유럽물신주의..
「지난 50년간 선사시대 전쟁에 대한 학계의 연구는, 전쟁 자체가 드물었고 설사 일어난다 해도 심하지 않았으며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니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로렌스 H. 킬리의 《원시전쟁(War Before Civilization : The Myth of The Peaceful Savage)》은 기존의 안일한 허상에 대해 강력한 반론을 제기함과 동시에 원시사회의 전쟁이 문명세계의 접촉으로 비롯되었다는 관념을 부숴버렸다. 로렌스 H. 킬리는 고고학적.역사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근대 유럽 국가에서 북아메리카 대평원 인디언 부족사회까지 문명세계와 원시사회의 전쟁을 날카롭게 비교.분석하였다. 그 결과 원시전쟁이야말로 현대의 전쟁보다 훨씬 더 빈번하였고, 잔인하면서도 치명적이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세계 ..
「사람이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는, 즉 지위도 필요하고 섹스도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수렵·채집이 원시적 농업보다 호구지책의 기술로 훨씬 나은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그런데 수렵·채집 방식의 우월성에 대한 주장이 애초에 그릇되거나 적어도 과장된 것임이 드러난다면 농업을 뒷받침하는 논리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주장은 잘못된 것이거나 과장된 것일 수 있다. 쿵족의 노동시간에 대한(하루에 두세 시간 일하고 나머지는 여가 시간이라는) 초기의 계산을 엄밀하게 재조사해본 결과 결함이 발견되었다. 노동 시간을 계산한 사람들은 음식을 가공하고, 창을 만드는 것과 같은 활동을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이 수렵·채집인들은 적어도 원예사회의 구성원들만큼 힘들게 일하는 ..
"이 세계는 우리 인간 때문에 망가지고 있고. 우리 때문에 자연계와 지질계, 생물계뿐 아니라 그로부터 파생된 놀라우리만치 아름답고 독특한 문화 세계까지 모두 황폐하게 변해간다. 이런 세계는 이 우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가 모르는 우주 어딘가에 미지의 생명체가 존재하길 기대하는 것은 현실성 없는 바람이다. 설사 지구 아닌 다른 곳에서 새로운 생명체가 발견된다고 해도 이 멋진 행성을 우리 손으로 직접 파괴하고 더럽히는 행동은 아무래도 용납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는 인류를 비롯한 모든 생명의 엄청난 잠재력을, 그리고 무려 40억 년에 달하는 길고 긴 생물학적 변천사의 끝에서 수천 년에 걸쳐 우리가 쌓아올린 모든 것을 저버리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자신의 미래와 자연계의 미래를 파괴하고 있는 ..
"이제 사회적·경제적·정치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여지는 크지 않다. 그저 멈추지 않는 성장 욕구를 따라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더 멀리, 더 빠르게. 우리는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생각하지 않고 성장을 위한 성장, 효율성 제고를 위한 성장, 그리고 경쟁에 의한 성장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결국 성장 자체도 자신이 낳은 추상적인 규칙을 따라 움직이는 셈이다. 지금 우리는 인구 성장, 수요의 증가와 무분별한 자원 소비, 온갖 규칙과 기관, 조직, 환경오염 사이에 끼어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나중에 자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확연히 눈에 보일 때, 그리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자원을 사용하려면 환경과 공기, 토양, 지하수, 바닷물의 오염과 낭비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다들 깨달았을 때, 그때 우리 인..
이 그 어떤 납량특집 공포물보다 오싹한 것은 단지 우리의 가까운 미래에는 인구 증가, 자원 고갈, 토지 황폐화, 물 부족, 폐기물 범람, 생태계 붕괴, 기후 변화 등으로 꿈도 희망도 없다는 사실을 수많은 각도에서 보여주기 때문만이 아니라, 급진적인 방식으로 인구를 강제로 줄이는 것밖에는 앞으로 닥쳐올 파멸을 피할 방법이 없다고 저자가 수없이 반복하여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저자는 혹시 급격히 전 세계 인구를 감소시키는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생존자들 사이에서 보상 성장이 일어나지 않도록 인위적인 제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대로 팔짱을 낀 채 상황만 지켜보다가 우리 세대가 끝나기 전에 인구가 100억 수준으로 늘어난다면, 생존 기회는 열 명 중 단 한 명에게만 돌아가게 된다. 이제 ..
도올은 문자의 존재유무나 문자 수준의 높고 낮음으로 어떤 문명을 미개하다고 말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말하며, 사피르의 말을 인용한다. "인간의 언어에 관한 일반적 사실의 최종적 사태는 모든 언어의 보편성이다. 학자들은 어떤 특정한 부족의 형태가 종교나 예술이라는 이름에 합당한 어떤 수준을 과시하고 있는지에 관해 논란을 벌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인간의 언어에 관한 한 그러한 논란은 무의미하다. 완벽하게 진화되지 않은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종족은 이 지구상에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주 저등하다고 생각되는 남아프리카의 부쉬맨도 아주 풍요로운 상징체계의 모든 양식을 동원하여 언어를 구사하고 있으며, 그것은 아주 교양있는 불란서 사람의 언어와 그 본질에 있어서 완벽하게 대등한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
대재앙에서 살아남은 인류는 에서는 볼트(Vault)에서 살아가고, 에서는 지하철에서 살아가며, 에서는 기차에서 살아간다.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어찌되었건, 삶은 계속되는 것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지금 이 속도로 기온이 상승하면 2050년에 생태계의 70-80% 이상이 붕괴할 것이라고 했는데, 20-30%라도 살아남는 것이 어디랴! 저 위의 세계에 비한다면 천국같은 조건이다. 그러니 너무 낙심할 것 없다. 사는 게 좀 지랄맞긴 하겠지만. 「◆ 반기성 > 일단 기상청에서는 재작년 이명박 대통령 때, 우리나라의 기후변화에 대해서 보고를 드렸었는데. 그 당시 내용이 '2050년 정도 가면 우리나라 평균기온이 3.7도 정도 상승할 것' 이라고 예견을 했습니다. 사실 3.7도가 아무것도 ..
「서구의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본능'(instinct)이라는 것은 대체로 문명의 오염 속에서 타락한 인간의 행동패턴을 착각하여 오치한 것이다. 본능이란 자연상태에서 훨씬 더 질서있고 리드믹하며 도덕적이고 균형감이 있는 것이다. 크게 보자면 인간의 모든 도덕적 행동의 원형이 본능의 범위 속에 포괄되는 것일 수 있다. 우리가 대체로 '악'이라 부르는 것은 본능의 가치가 아닌 문명의 가치들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본능 속에는 대규모 전쟁이나 현 정권의 권력자들이 해쳐먹는 대규모 사기라든가 반공이라는 이념적 증오 같은 것은 들어있지 않다. 맹자와 성에 관해 논의한 고자 선생도 "식색이야말로 인간의 고귀한 본성이다"라고 말했고, 공자도 "성상근, 습상원"(性相近 習相遠)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본성은 본시 태어난 대..
오일피크 이후 문명이 붕괴한 세상, 그래도 하늘은 맑고 푸르더라. 그래서 웨이스트랜드, 폴아웃과 같이 핵전쟁으로 문명이 붕괴한 세상보다야 나아 보였다.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3편이 제일 재밌었다. 13/03/01 2013/08/10 - 설국열차
인간의 신경계는 복잡한 현대 세계를 살아가기에 알맞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위기가 임박해도 그것에 미리 대응하기 어렵다. 심리학자와 생물학자가 공동 저술한 『New World New Mind』에 의하면, 「우리 인간은 미래의 재앙이 예상되더라도 여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단기적 행동 변화를 단행하려들지 않도록 유전적으로, 또한 심리적으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 초기의 수렵 채집인들은 진화 과정을 거쳐 제한된 환경에서 즉각적인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빠른 반사 작용을 얻었지만, 인구 증가, 기후변화, 자원 고갈, 부채 확산 등 현대 산업 사회가 직면한 장기적 문제는 오감으로 직접 느낄 수 없다. 진화된 대뇌 기능으로 문제와 해결책을 정의할 수는 있지만, 공격·도피 반응이 각인된 뇌의 핵..
"화폐가 가지고 온 것은 무엇인가? 가장 기본적인 필수품들의 가격마저 급격하게 변화하게 되었고, 인간은 서로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이해할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자기 자신도, 관례도, 인간의 오래된 가치도 무시하게 되었다. 인간의 노동은 상품이 되고 인간 자신이 '사물'이 되었다." - 페르낭 브로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부르주아지는 타고난 상전들에 사람을 묶어 놓던 잡다한 색깔의 봉건적 끈들을 무자비하게 잡아뜯어 버렸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노골적인 이해 관계, 냉혹한 '현금 계산' 말고는 아무런 끈도 남겨 놓지 않았다." - 마르크스 "인류학자들은 원주민이 답례품을 받고 기뻐할 줄 알았지만 그들은 오히려 모욕감을 느꼈다. 왜일까? 원주민의 첫 선물은 '당신을 가족의 일원으로 환영합니다'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