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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의 필연적인 양면, 글로벌 엘리트와 난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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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의 필연적인 양면, 글로벌 엘리트와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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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수용소와 확산은 전 세계를 누비는 새로운 엘리트의 구성원들이 세계를 떠도는 여정에서 거쳐 가는 '역외지대'들의 밀집한 군도만큼이나 지구화의 필수적인 산물/표현이다.


전 세계를 누비는 자들과 난민들의 공통된 속성은 '역외성'이다. 그들은 어떤 장소에 진정으로 속해 있지 않으며, 물리적으로 차지하는 공간 '안'에 있지만 거기에 '속하지는' 않는다(물론 세계를 누비는 자들은 순식간에 불과한 순간들의 연속 속에 있는 데 반해 난민들은 무한히 확대된 순간들의 연속 속에 있다).


... 하지만 '역외지대'의 이 변종이 사용자/수용자에게 보여주는 얼굴들은 현격히 다르다. 두 종류의 역외성은, 말하자면, 지구화 과정의 정반대 쪽에 침전된다.


첫 번째 것은 본인의 의지로 선택한 시설로서 일시성을 갖지만 다른 쪽은 그러한 일시성을 되돌릴 수 없고 회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영원한 것으로 만든다. 이러한 차이는 안전하게 영속되는 두 집단, 즉 담으로 폐쇄된 채 차별을 행하는 부자들의 공동체와 차별당하는 빈자들의 게토를 나누는 차이와 다르지 않다. 또한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들도 비슷하다. 한쪽에서는 입구는 철저하게 경비되고 감시되지만 출구는 활짝 열려 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진입은 그다지 차별이 없지만 출구는 완전 봉쇄되어 있다. 일시적인 상태를 영속적인 상태로 대체하지 못한 채 영속화시키는 것은 특히 출구가 봉쇄된 탓이다. 난민 수용소에서는 시간도 질적인 변화로부터 차단당한다. 여전히 시간이지만 더 이상 역사는 아니다.


난민 수용소는 새로운 특성을 자랑한다. '동결된 일시성', 임시-성이 지속되고 영속되는 상태가 그것이다. 순간순간들이 대충 짜맞추어져 가면서 지속되는 바, 그것들 중 어느 것도 영속성에 기여하는 것은 고사하고 영속성의 요소로 경험되지 않는다. 난민 수용소 수용자들에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 뒤에 어떤 일이 이어지고 결과는 어떻게 될지를 전망하는 것은 더 이상 경험의 일부가 아니다. 그들은 말 그대로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다 ― 그리고 일상적 삶의 내용들은 하루가 달이 되고 해가 된다는 것을 안다고 해서 어떤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다. 감옥 그리고 와캉(Wacquant)이 깊이 있게 천착해 생생하게 묘사한 바 있는 '하이퍼게토[감옥처럼 변해버린 게토]'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용소의 난민들은 "장벽 안에서 숙성되는 절망에 흠뻑 젖어 ······ 순간의 직접성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니 오히려 살아-남는 것을 배운다."」*


15/10/24


* 지그문트 바우만. (2013). 리퀴드 러브. (권태우 & 조형준, Trans.). 새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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