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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들은 이중 구속 상태에 있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난민들은 이중 구속 상태에 있다

모험러

「그리하여 난민들은 점점 더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중 구속 상태에 있다.


그들은 고국으로부터 강제 추방당하거나 무서워 도망쳐 나왔지만 다른 어떤 나라로의 입국도 거부당한다. 그들은 장소를 바꾼 것이 아니다. 지구위에서 장소를 잃은 것이다. 그들은 오제의 '비-장소'나 가로의 '역외지대', 미셸 푸코의 '바보들의 배' 같은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즉 "홀로 존재하며, 자체 내로 닫혀 있으며 동시에 무한한 바다에 내맡겨진 채 이리저리 떠도는 장소 없는 장소"로 내던져진 것이다. ― 아니면 (아지에가 출간 예정인 『민족지학』에 기고한 한 논문에서 제시하는 대로) 사막으로, 즉 규정상 사람이 살지 않는 땅으로, 인간에 대해 분개하며 인간도 거의 찾지 않는 땅으로 말이다.


난민들은 글로벌화된 세계의 새로운 파워 엘리트의 희화된 모습과 아주 흡사하게도 인간 조건 중 오늘날의 불안정성 ― 오늘날의 인간의 두려움과 불안 중 가장 심한 것 ― 의 뿌리를 이루는 것들이 뿌리박고 있는 저 역외성의 전형이 되었다. 헛되이 엉뚱한 배출구를 찾는 두려움과 불안은 대중들의 분노와 난민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옮아가고 있다. 그것들은 역외성의 또 다른 화신, 즉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떠돌고 있으며 너무 강력해 맞설 엄두를 낼 수 없는 글로벌 엘리트와 직접 대면하더라도 완화되거나 진정되지 않는다. 그와 반대로 난민들은 일종의 잉여-분노를 표출하기 위한 봉이 되어버렸다. ······」*


15/10/24


* 지그문트 바우만. (2013). 리퀴드 러브. (권태우 & 조형준, Trans.). 새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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