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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을 탓하는 것은 글로벌한 습관이 되고 있다 본문
「이런 뉴스들은 쉽게 신문의 1면을 장식한다(예컨대 2002년 6월 13일자 『가디언』지의 '영국, 망명 봉쇄 계획'을 비롯해 타블로이드지들의 대문짝만한 제목들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 하지만 이민 혐오의 배후는 서구인들의 관심사(실로 지식)로부터는 감추어져 있으며, 결코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사회적 질병(무엇보다 먼저 불안하다는 역겹고, 왠지 기운이 빠지는 듯한 느낌)의 모든 측면에 대해 '이민자들을 탓하는 것' ― 이방인, 신입자들, 특히 이방인들 중의 신입자들 ― 이 빠르게 글로벌한 습관이 되고 있다. 그라브(Heather Grabbe) <유럽개혁센터> 연구 소장의 말을 빌리자면, "독인인들은 폴란드인들을 탓하고, 폴란드인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을 탓하고, 우크라이나인들은 키르기스인들과 우즈벡인들을 탓한다." 반면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 또는 슬로바키아처럼 너무나 가난해 필사적으로 밥을 먹으려고 몰려대는 이방인들조차 외면하는 빈국들은 유력한 용의자와 예비 범죄자들에게 분노를 돌린다. 분명히 같은 지역에 살지만 고정된 주소 없이 이리저리 떠도는, 그래서 항상 어디서나 '신입자'이자 이방인인 집시가 바로 그들이다.
세계적 추세의 조정에 있어 미국은 논란의 여지없이 우선권을 갖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에 주도권을 쥐고 있다. 하지만 '이민자 때리기'라는 세계적 추세에 가담하기에 미국은 다소 난감한 문제를 안고 있다. 잘 알다시피 미국은 이민자 나라이다. 이민은 미국 역사에서 고귀한 과거이자 사명, 또 과감하고 용맹스러우며 용감한 사람들의 영웅적 공적으로 기억되고 있다. 따라서 이민자들을 폄하하거나 이민자들의 신성한 소명을 의심하는 것은 미국적 정체성에 반하는 것이며,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의 토대이자 결속제인 아메리칸 드림에 치명타를 날리는 셈이 된다. 그러나 온갖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전혀 불가능한 것을 시도하는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
15/10/21
* 지그문트 바우만. (2013). 리퀴드 러브. (권태우 & 조형준, Trans.). 새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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