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되지 않은 신비, 인간
「라투르의 표현처럼 근대 과학이 이전 세대의 신비주의와 어두움으로부터 스스로를 구원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기계론적 세계관에 기초한 객관성이라는 이념을 방패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해방의 이념은 결과적으로 기계론이라는 획일적 세계관 속에 자신을 가두게 되고, 그에 따라 낭만주의적 반동에 직면해야 했다. 이는 인간이라는 이중적인 존재자의 역동성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때로 합리적인, 그러나 온전히 합리적이지만은 않은 존재, 르네상스가 묻고, 칸트가 다시 물었던 것처럼 '인간'은 해명되지 않은 신비였다. 이로써 생겨나는 역동적인 과정은 학문 개념을 유동하게 만든다. 오래된 관념처럼, 진리가 변하지 않듯 또 본질이 변하지 않듯, 학문의 본성도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학문 역시 변화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