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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세계와 파생세계 본문
「이러한 토대 의존 관계를 확장하면 우리는 일련의 계열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즉 한 파생세계가 의존하는 토대세계가 다시 그 어떤 토대세계의 파생세계인 경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토대세계의 계열을 상정할 수 있다면, 가장 근원적인 토대가 되는 세계는 어떤 세계인가? 후설에 따르면, 환원되지 않는 파생세계들이 자신의 존재를 의지하고 있는 토대 세계는 바로 '이' 세계, 즉 생활세계다. 후설이 생활세계를 모든 관념적 세계의 의미 토대로 간주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생활세계야말로 우리의 직관적인 경험에 가장 먼저 주어지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 발생적 뿌리에 파생세계로서의 모든 관념적 세계가 의지해 있는 것이다. 그 경우 무엇이 '이' 세계의 본질적 속성인지는 기술적 탐구를 통해 확정될 수 있다. 예컨대 상상의 세계, 혹은 가능세계는 그것의 토대세계인 지각의 세계가 '지금'과 '여기'에 제한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그러한 지시적 제한으로부터 자유롭다. 또 시간의 측면에서 물리적 세계는 비가역적이지만, 상상의 세계는 가역적일 수 있다. 이러한 범주적 요소들은 우리가 구성하는 세계의 구조적 특징들을 규정한다. 각각의 세계가 보여주는 본질적 속성들은 일종의 세계 유전자다. 즉 어떤 유전자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해당 세계들은 유형적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세계들이 우리에게 경험되는 양식에 따른 표현형과 그 이면의 구조에 따라서 다양한 분류의 가능성 또한 열릴 것이다.」
16/05/26
* 박승억, <학문의 진화: 학문 개념의 변화와 새로운 형이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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