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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과 창발성 본문
「장자는 여기에서 종 받침대를 제작하는 목수의 예를 드는데, 그 받침대를 구경한 모든 사람들은 그것이 마치 신의 작품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경탄을 금치 못한다. 도대체 어떠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자, 그 목수는 대뜸 어떠한 기술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종 받침대를 제작할 때의 마음 자세를 설명해준다. 즉, 그는 매일매일 똑같이, “이익”이나 “보상”을 받을 것을 또는 “칭찬”을 듣거나 “비난”을 받을 것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왕궁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 내지 사지”까지도 잊어버린 경지에서, 모든 외부의 걱정거리를 잊은 채 오직 능숙한 솜씨에만 전 신경을 집중시키며 숲 속으로 들어간다. 숲 속에서 그는 우선 “외형이 완벽한 나무의 천상적 본성”에 대해 명상을 한다. 그렇게 해야만 비로소 그는 자신이 빚어낼 작품에 대한 비전을 떠올리게 되고, 그런 연후에만 일을 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더, 간략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경구 ― 그는 [자신 안에 열려 있는] 하늘과 함께, [나무의] 하늘과 하나가 된다 ― 가 언급된다. 다시 말해, 그는 자신 속에서 작용하는 자연적 창발성의 근원을 억누르고 방해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날 때만, 홀연히 나무의 자연적 창발성 ― 나무는 바로 이 창발성 덕분에 그토록 훌륭하게 자랄 수 있다 ― 과 합류하게 된다. 중국인의 사유는 이러한 진리를 현상학적으로(심리학적이 아니라) 표현하고 있다. 모든 감정과 의지의 사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마침내 자신의 고유한 도약력을 완전히 해방시켰을 때, 그는 이 나무가 그렇게 당당하게 성장함을 통해 구현시키고 있는 도약력과 합치하게 된다. 마티스(Henri Matisse)는 중국인의 이러한 가르침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매우 잘 표현했었다. 즉, 그는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울 때 학교에서 가르치는 대로 모방하는 법만 배우지 말고, “당신이 나무를 그릴 때, 당신은 마치 나무 밑에서부터 위로 나무와 함께 올라간다는 느낌을 갖도록 노력하라”라고 권고한다.」*
16/03/07
* 프랑수아 줄리앙. (2014). 장자, 삶의 도를 묻다. (박희영, Trans.). 파주: 한울. 에서 발췌, 문단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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