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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지를 개입시키지 말고 일이 저절로 이루어지도록 내맡겨라 본문
「바로 그러한 것들이 진정한 삶을 양육함(하늘의 뜻에 따라)의 조건이자 결론이다. 첫 번째 경우(무엇인가를 획득하는 것)는 성문 앞에서 근무하는 세금 징수원의 예에서 볼 수 있다. 그는 성문을 통과하는 행인들로부터 돈을 내라고 요구하거나 강요할 필요도 없이 세금을 거두어들인다(20장, 곽경번 판, p.677). 그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가? 그는 “분명히” 돈을 받긴 하지만, 정확히 계산하지도 애쓰지도 않으면서 “대충” 받는다. 사람들은 그를 “멍청한 사람”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자신의 내적 삶을 외부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도록 영위하는 사람은 겉으로 보면 멍청한 사람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그는 자신의 임무에만 집중할 뿐, 어떠한 사람 ― 세금 지불을 거부하는 “폭력적인 사람”이든, 자신이 지불할 수 있는 만큼만 지불하겠다고 “흥정하는 사람”이든 ― 에게도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그는 절대로 행인들을 “억류시키거나” “통행을 금지시키려고” 하지 않고, 단지 그들을 “환대하고” “배웅하는 일”로 만족해한다.
그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는 어떤 일에 집착해 자신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잘못 알고, 삶에 집착하는 것처럼)이 아니라, 그 창발성과 자연적 반응성 안에서 조류의 밀물과 썰물처럼, 생명체의 호흡처럼, 끊임없이 오고 가는 생명력 자체처럼 살아갈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어떠한 것도 완고하게 고집하지도 않고 서두르지도 않으며, 어떠한 일도 억지로 힘들여 하려고 하지도 않고 따라서 어떠한 것도 더 이상 궁지로 몰아넣지 않은 채, 단지 환대하고 배웅하는 일에 만족하게 된다. 이렇게 그는 “우리 각자가 자아의 궁극에 도달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을 갔고, 그 결과 세금은 저절로 거두어질 수 있었다. 그는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세금 징수의 목표를 달성했는데, 그 이유는 그가 세금 거두는 일에 자신의 의지를 개입시키거나 부과시키지 않고 그 일 자체가 저절로 이루어지도록 내맡겼기 때문이다.
… 더 나아가 타인에 대한 나의 반응을, 아예 타인이 나에 대한 공격을 감히 시도하지 못할 정도로, 마치 “나무로 만들어진 닭”처럼 태연자약의 무심함을 통해 나타내면, 나는 타인의 공격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그의 반응 자체를 제압함으로써 나를 공격하고자 하는 마음 자체를 단숨에 무력화하게 된다. 그러면 타인은 나의 무반응에 당황하게 되고 꼼짝 못하게 되지만, 나는 오히려 나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게 된다.」*
16/03/08
* 프랑수아 줄리앙. (2014). 장자, 삶의 도를 묻다. (박희영, Trans.). 파주: 한울. 에서 발췌,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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