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천인합일 (13)
모험러의 책방
「세계의 창조는 일회적 행위로서 이해해서는 안 되며, 신이 무시간적인 까닭에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인간의 본래적 과제는 신과의 통일에 도달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영혼의 가장 저급한 것이 하늘의 최상의 것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사물들은 영혼 안에서 세계 안에서보다 더 가치 있다(설교 17). 여러 설교 구절들은 신에 대한 사랑에 의해 인간은 곧바로 신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에크하르트는 신의 탄생에 대해 말하는데, 거기서 신은 낳는 자일 뿐만 아니라 태어나는 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언제나 거듭해서 신이 인간에 의한 주관적 전유에 맡겨져 있음을 시사한다. "내가 신을 보는 눈은 신이 나를 보는 눈과 동일하다."(설교 13) … 그는 그리스도가 신의 아들임은 원리적으로 모든 인간에게 도달 가능한 것이..
「장자는 여기에서 종 받침대를 제작하는 목수의 예를 드는데, 그 받침대를 구경한 모든 사람들은 그것이 마치 신의 작품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경탄을 금치 못한다. 도대체 어떠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자, 그 목수는 대뜸 어떠한 기술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종 받침대를 제작할 때의 마음 자세를 설명해준다. 즉, 그는 매일매일 똑같이, “이익”이나 “보상”을 받을 것을 또는 “칭찬”을 듣거나 “비난”을 받을 것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왕궁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 내지 사지”까지도 잊어버린 경지에서, 모든 외부의 걱정거리를 잊은 채 오직 능숙한 솜씨에만 전 신경을 집중시키며 숲 속으로 들어간다. 숲 속에서 그는 우선 “외형이 완벽한 나무의 천상적 본성”에 대해..
「도원 선사는 제자들이 윤회와 득도에 대한, 선과 악에 대한 헛된 공론으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먼저 자신들의 몸으로 하는 좌선의 근면한 수행을 통해 "공부하라"고 충고한다. "몸을 통해서 도를 공부하는 것은 우리의 살과 피로 공부하는 것입니다. 몸은 도에 대한 공부로 나아가는 출구이며, 도에 대한 공부의 출구는 몸이지요." 그러므로 우리의 몸은 단지 물질이 아니다. 몸도 보편적 생명을 분유하며, 현실화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붓다의 본성을 자신 안에 품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도원 선사는 깨달음에 의해서 "우주의 십방세계 전체"로 확장되는 "인간의 참된 몸"을 환기시킨다. 니체의 생리학은 선종의 이러한 초월론적 생리학과 놀라울 만큼 가깝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자기Soi"는 자아의 좁은 ..
「중국인들은 실재적인 모든 것을 장치로서 간주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무한한 일련의 가능한 원인들을 찾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 그들은 성향의 불가피한 특성에 민감하기 때문에, 단순히 개연적일 뿐인 목적에 대해서도 사유하지 않는다. 우주 발생론에 관한 목적론적 전제도 이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그들은 세계의 시초에 대해 이야기하지도, 세계의 결말을 상상해보지도 않는다. 오래전부터 언제나 작동 중인 상호작용만이 존재할 뿐이며, 실재는 이러한 상호작용의 끊임없는 운행일 뿐이다. 그러므로 중국인들은 그리스적 개념에 따라 생성과 감각적인 것에 대립되는 '존재'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기능할 수 있는 능력의 문제에만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그들은 '실재 속에서 작동 중임을 우리가 어디에서나 확인할 수 있..
「현자는 이렇게 "그 어떤 개별적인 관점 속에 정체되는 것"을 삼가했으며 "만물의 흐름과의 일치"를 주구하면서 변화를 사유의 거울로 삼고 "과정과 논리"를 지혜의 수련법으로 익혔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이유를 들어 줄리앙은 "현자에게는 고정된 '입장'이 없다"고 감히 주장했다. "현실은 지속적인 변모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현자의 행위 또한 그러한 것이다." 현자에게 고정관념이 없다는 것은 "현자에게는 내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줄리앙은 그 이유를 다음 네 가지로 설명한다. i) 현자는 자신이 주장하는 관념이 있다고 해도 이를 통해 아무것도 재단하지 않기 때문이며, ii) 그 '아무것'도 존중해야 할 정언명령으로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며, iii) 또한 그 어떤 입장 속에 고정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이며..
「오직 하학 처에서만 성공이 있는 것이지 상달에 도달하는 데는 오히려 힘을 쓸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주희는 하학(下學)하면서도 상달(上達)할 수 없는 것은 다만 하학에서 얻는 것이 합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고 하였다. 이 주장은 분명하다. 그런데 주희는 홀연 상달이라는 말을 하였으니 나 보기에 타당하지 않다. 만일 어떤 시기를 인연으로 얽어 놓고 미혹과 깨달음의 시간 경과에 따라 본다면, 이미 불가의 붕당에 들어간 셈이다. (···) 홀연 상달은 이미 하학하는 일과 양편을 갈라서 상달한 이후에 일체무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불가가 벽돌 조각으로 문을 두드려서 문이 갑자기 열리면 벽돌조각은 쓸모가 없다는 취지이다. 불가는 돈멸을 깨달음으로 삼기 때문에 가르침이 그런 것에 있다. 그러나 성인..
「역설이완법의 기원: 에드먼드 제이콥슨의 업적 역설이완법의 토대는 에드먼드 제이콥슨 박사의 작업과 점진이완법이라는 그의 치료법과 함께 거의 8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이 점진이완법은 서양의학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이완법의 기원이 되었으며 20세기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변형되어 이용되었다. 수년간 점진이완법이 변비에서부터 이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환에 보이는 효과에 대해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다. 제이콥슨의 치료법이 세월의 시험을 견딘 것이다. 제이콥슨의 업적이 만들어진 배경 에드먼드 제이콥슨은 시카고의 중산층 가정에서 1888년에 태어났다. 총명한 학생이었던 그는 노스웨스턴대학교를 2년 만에 졸업했고, 18세가 되던 해에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하여 당시 최연소로 심리학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그는 시카고대학교에..
"하늘이 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하늘에는 마음이 없다. 그러나 하늘은 사람들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곧으면 기뻐하고, 성실하면 신뢰한다.」* 15/01/02 * 이토 진사이, 2013/06/13 - 사람이 도를 넓힌다 2013/12/23 - 신은 인간에게 의존한다 2014/11/09 - 일점영명(一點靈明)의 뜻 이토 진사이
「신은 항구적이고 세계는 유동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세계는 항구적이고 신은 유동적이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참이다. 신은 일자(一者)이고 세계는 다자(多者)라고 말하는 것은, 세계는 일자이고 신은 다자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참이다. 세계와 비교할 때 신이 탁월하게 현실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신과 비교할 때 세계가 탁월하게 현실적이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참이다. 세계가 신에 내재한다고 말하는 것은 신이 세계에 내재한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참이다. 신이 세계를 초월한다고 말하는 것은 세계가 신을 초월한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참이다. 신이 세계를 창조한다고 말하는 것은 세계가 신을 창조한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참이다. 신과 세계는 대비를 이루며 대립하고 있다. 이 대립을 통해 창..
「[초목, 와석에도 양지가 있냐는 질문에 왕양명 선생의 답] 인간의 영이나 자연의 영이나 다 같다. 만일 초목, 와석에도 인간이 갖고 있는 양지가 없다면, 초목도 초목이라고 할 수 없으며, 와석도 와석이라고 할 수 없다. 어찌 초목, 와석에도 양지가 없겠는가. 또 천지도 사람 같은 양지가 없다면, 천지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천지 만물이라는 것이 한 몸이다. 그 가운데서도 인간은 '일점령명一點靈明"이다.」* 이에 대해 김흥호 선생의 해설 「하이데거가 말한 '인간은 무엇인가? 현존재現存在이다'와 같은 말이다. 다른 모든 만물도 모두 '존재자'인데 사람만이 존재를 나타낼 수 있는 독특한 지각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보면 인간은 하나의 일점령명이라 할 수 있으며, 이것은 아주 유명한 말이다. 우주를 기름..
「의서는 수족의 마비를 불인不仁으로 여긴다. 이 말이 인 개념의 특징을 가장 잘 설명한다. 어진 사람은 천지 만물을 일체로 여기니, 어느 것이든 자기 아닌 것이 없다. 자기로 인식할 수 있으면 어느 곳인들 이르지 못하랴마는, 자기에게 속하지 않는다면 저절로 자기와 아무 상관이 없게 된다. 마치 수족이 불인하여 기가 이미 관통하지 못하므로 모두 자기에게 속하지 못한 경우와 같다. 따라서 박시제중은 바로 성인의 작용이다. 인은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다만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도 세워주고, 자기가 통하고 싶으면 남도 통하게 해주라. 자기 처지로부터 남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음이 인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이와 같이 인을 관찰하여 인의 본체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 - 정명도 14..
「헤겔이 보기에 기존 형이상학은 무한자를 인식하고자 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무한자를 일상적 경험의 유한한 세계를 초월하는 어떤 것으로서 잘못 해석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헤겔에게 있어 신은 인간들이 그에게 의존하는 만큼이나 인간들에게 의존한다. 신적인 것이 그 자신을 마침내 실현하는 것은 오로지 인간의 활동과 자기인식을 통해서일 뿐이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의 자기인식과 활동이 없다면 신적인 자연본성은 확실히 여전히 실존하겠지만, 그러나 그것은 불완전하고 잠재적이며 미완성의 무규정적인 것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신적인 것을 완전하게 하고 완성하며 실현함으로써 인간의 활동 그 자체가 신적이게 되는 것은 오로지 우리의 활동을 통해서일 뿐이다. 사실상 오로지 우리의 활동을 통해서만 신적인 것이 그 자..
「이 책의 논제는 '진화 과정의 능동적이고 의식적인 일부가 되는 것이 현재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과정에서 매순간 즐기는 최고의 방법' 이라는 점이다. 진화의 작동 원리와 거기서 우리가 맡은 역할을 이해하면, 현재의 세속적인 문화에서 찾지 못하는 방향과 목적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고 개인적인 목표를 포기하고 장기적이고 보편적인 이익을 위해 봉사하라는 뜻은 아니다. 사실 그와 정반대다. 자신의 개성을 최대한 개발하면서 동시에 우주에서 진행되는 더 큰 과정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사람은, 인간이 결국 혼자라는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더욱이 내가 보여주고 싶은 바이기도 하지만, 역사에 수동적으로 쉽쓸리기보다는 그것을 만들어가는 편이 더 만족스럽다.」* 천인합일의 경지. 13/12/21 * 미하이 칙센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