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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묵방산 산지기 이우원. 그의 나이 마흔두 살 때, 그는 가정에서 쫓겨나고 친구들한테 쫓겨나고 세상으로부터도 쫓겨났다고 한다. 무슨 일을 해도 실패했고, 인생은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를 만나 집착을 놓게 되었고 먹고 사는 문제에 두려움이 없는 '겁 없는' 새 아내를 만나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1995년부터 산지기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농사일뿐만 아니라 마을 일은 아무것이나 걸리는 대로 했다. 인근 젖소농장에서 쇠똥 치우기, 정미소에서 왕겨 담아주기, 절간 지을 때 목수 심부름하기, 개펄에 나가 조개 캐기 등등. 그의 산지기 철학은 "굶어 죽을 팔자라면 굶어 죽자!"라고 한다. 12/04/07 * 조용헌, ; 참고.
적당히 벌고 산수나 유람하며 사는 삶은 어떨까? 허균이 지은 에 다음과 같은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아래는 모두 인용이다. 어떤 선비가 밤이면 향을 피우고 하늘에 기도를 올리되 날이 갈수록 더욱 성의를 다하자, 어느 날 저녁 갑자기 공중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상제(上帝)께서 너의 성의를 아시고 나로 하여금 네 소원을 물어오게 하였노라.” 선비가 대답하기를, “제가 원하는 바는 아주 작은 것이요, 감히 지나치게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승에서 의식이나 조금 넉넉하여 산수 사이에 유유자적하다가 죽었으면 족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공중에서 크게 웃으면서, “이는 하늘나라 신선의 낙인데, 어찌 쉽게 얻을 수 있겠는가. 차라리 부귀를 구한다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하였으니, 이 말은 헛..
춥고 바람은 매서웠던 어젯밤이었다. 산 언저리 으슥한 곳, 연인으로 보이는 두 남녀가 서로 기대어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데 마치 그 주위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12/04/05
공포와 불안 속에 살고 싶지 않다. '쓸모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나를 토막내고 싶지도 않다. 길거리에 나앉을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일까? "결정적인 현실은 생존하기 위해 자신의 노동을 팔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고, 팔리기 위해 자신의 인격을 토막내야 하고,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팔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끝없는 공포와 불안은, 오늘은 괜찮을지라도 바로 내일, 자신이 갖고 있는 것 혹은 바로 자신을 살 구매자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며, 변화하는 시장이 자신을 (이미 수없이 그래온 것처럼) 쓸모 없는 인간으로 공표함으로써 형이상학적인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 물질적인 차원에서 집을 잃고 추위 속에 나앉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것..
4월, 서울에 눈이 내린 것은 19년 만이라고 한다. 숲길을 산책하는데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부는지, 길을 걷는데 머리 위로 잔가지가 뚝뚝 부러져 떨어져 내렸다. 여긴 눈은 오지 않았지만 뜬금없이 엉뚱한 속담이 하나 생각났다. "눈 와야 솔이 푸른 줄 안다." 사전을 찾아보니, "어려운 상황이 되어야 그것을 이기는 것을 보고 사람의 진짜 됨됨이를 알 수 있게 된다는 말"이라고 한다. 하긴, 바람 친절하고 햇살 자애로울 때는 누군들 성인군자가 아니랴. 12/04/03
밥먹고 돌아오는 길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구동성으로 '아, 대체 다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탄성을 내지르고는 오늘 하루도 살아내기 위해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아, 친구들, 대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12/04/02
마음은 산보다 크고 넓어 마음에 닿아 울리는 메아리는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마음은 우물보다 좁고 고요해 나지막이 속삭여도 더 큰 메아리로 돌아오기도 한다 잊고 지내다 갑자기 사랑의 메아리를 들을 때면 아, 내가 사랑을 읊조렸었지 가만히 생각에 잠기게 되는 것이었다 12/04/01
다음은 위지안이라는 여인이 30살에 말기 암 선고를 받고 꺼져가는 생 속에서 깨친 깨달음의 기록을 인용한 것이다. 프롤로그: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사람은 나이가 한 살씩 들어갈수록 자신이 진심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점점 알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더 미친 듯이 찾아 헤맨다고들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삶의 끝에 서서 1. 작은 행동에도 커다란 마음이 담길 수 있다는 것 2. 우리 삶에 정해진 법칙이란 없다는 것 "서른 살에 세계 100위 안에 드는 대학의 교수가 되었고, 역시 대학교수인 미남 배우자에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까지 있는 성공 인생. ... 어쨌거나, 나는 내 운명이 송두리째 바뀌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만 했다. 앞날이 창창한 대학 여교수에서 앞날이 얼마 남지 않은 초라한 말기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