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고요할 때 빗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노라면 비는 저 창문 밖이 아니라 내 안에서 내린다 12/04/25
산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와 지는 저녁노을을 몹시 사랑하는 것을 옛 어른들은 연하벽(煙霞癖)이라 이름 붙였다 한다. 오늘 새벽 안개 자욱한 산길을 걸으니 선인들의 그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12/04/24
하루를 끝내고 집에 와 처마 밑을 슬쩍 보니 제비님 고이 잠들어 계시었다. 날아다니며 보내는 하루는 어떤 기분일까. 모르긴 몰라도 고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12/04/22
꽃잎 다 떨어진 벚꽃나무들 사이로 홀로 활짝 펴 있는 왕벚꽃나무 하나 봄처녀들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누가 더 어여쁜가 저마다 한참을 견주고 간다 12/04/21
"나 당신 사랑해도 될까요"라고 물어보지만 "사랑이란 작은 배 하나는" 언제나 준비도 없이 "바다로 띄워"지고 "하늘이여 저 사람 영원히 사랑하게 해줘요" 간절히 빌어보지만 생각해보면 사랑은 "덧없는 꿈". 12/04/21 * 심수봉, 를 듣고, http://youtu.be/qLqsganH6P8 유성은 커버, , http://youtu.be/hhTvfBaHrMw
제비가 돌아왔다. 한 마리는 작년에 지은 집이 잘 있나 점검하고 있었고, 한 마리는 전깃줄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에도 인연의 씨를 물고 와 주었을까? 봄날은 가지만 또 이렇게 봄날은 온다. 12/04/17
벚꽃 쏟아지는 벤치 위 한 고양이님이 늘어지게 누워 벚꽃 맞으며 아침 햇살을 즐기고 계시었다 살며시 다가가 슬쩍 쓰다듬어보니 움찔 놀라 눈을 떴다가 이내 내 특별히 네게 쓰다듬을 허락 하노라 하는 표정으로 고쳐 누워 다시 눈을 감으시었다 아, 지고의 풍류는 고양이님이 다 누리고 계시었다 12/04/15 고양이 친구들
지는 벚꽃을 보며 삶의 무상함을 아파하기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12/04/12 * 이뀨 선사의 말
에리히 프롬은 굶주린 사람들이 왜 먹을 것을 훔치는지는 심리학적 설명이 필요 없고, 오히려 어째서 그들이 빵을 훔치지 않는지가 심리학적으로 설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노자가 한 절도 사건의 재판을 맡게 되었다. 노자는 절도범뿐 아니라 절도범을 신고한 부자에게도 똑같은 형량을 내렸다. 그가 다른 사람에게도 골고루 돌아가야 할 부를 독점한 것이 바로 절도의 진정한 원인이라는 판결이었다. 프롬과 노자, 둘 다 맑고 사려깊은 노인이었을 것 같다. 12/04/11 * Bonefeld, 에서 봄. 에리히 프롬 노자 2013/09/18 - 어둠 속의 영혼
수없이 주고받게 되는 업무 이메일 이메일만으로도 그 사람이 보일 때가 있다 12/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