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 더 슬픈 것이 정이라면 사랑보다 더 깊은 것도 정일까 12/03/05 * 심수봉, 을 듣고 http://youtu.be/btmjJA7Hfak
작년 늦봄 혹은 초여름이었을 것이다. 제비 부부가 주인집 주위를 계속 맴돌며 집을 지으려 애쓰다가 웬일인지 주인집에 집짓기를 포기하고 별채, 그중에서도 하필 내 방 처마 밑에 집을 지었다. 작은 선행 하나 베풀지 못했건만 제비는 내게 박씨를 물어다 주었고 열린 박 속에는 인연이라는 선물이 꿈인 듯 들어 있었다. 12/03/04
처량한 갈색 땅과 메마른 나뭇가지 그 아래 푸른 생명의 기운, 즐거운 함성 내지르고 천지를 뒤엎으려 차분히 자신의 때를 기다리고 있다 12/03/04
집에 가는 길, 고양이 두 마리가 짜장면 그릇에 코를 박고 냠냠거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한 친구는 덤불 뒤에 숨고 한 친구는 먹는 거 처음 보냐는 듯 나를 심드렁하게 쳐다보더니 다시 짜장면을 핥기 시작했다. 누군가 배달시켜 놓고 먹지 않은 듯해 보이는 짜장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덤불 뒤에 숨은 고양이는 몹시 겁먹은 듯 보였다. 미안한 마음에 황급히 자리를 떴지만 그 풀 죽은 눈망울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오늘 아침 잠에서 깨보니 빗소리에 실려 들려오는 희미한 클래식 음악 소리 들릴 듯 말듯 그 소리에 꿈냄새 채 가시지 않은 덜깬 졸음을 살짝 얹어 봄을 맞이하는 작은 연주회를 열다 12/03/02
청바지를 입은 하얀 얼굴의 중년이 구슬땀을 흘리며 밭을 갈고 있다. 같이 일하고 있는 옆에 있던 검붉은 얼굴의 아저씨가 소리친다. "그렇게 머리가 나빠서 농사짓겠어!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해야지.. 쯧쯧." 새롭게 일구고 있는 밭 가장자리에 말년병장 자세로 앉아있는 할아버지가 대꾸한다. "아 컴퓨터 기술자보고 머리 나쁘다고 하면 쓰겄나.. 껄껄." 나는 내 하얀 손을 들여다보며 농사에 관한 한 나도 천하의 돌대가리일거라 생각했다. 하긴 어디 농사뿐이겠냐만.
초승달아 네 모습 어여쁘지만 그녀 눈썹 만큼 교태롭지는 않고 네 모습 은은하지만 그녀 눈썹 만큼 신비롭지는 않구나 아, 초승달아 오늘에서야 내 너를 감히 여인의 눈썹에 견줄 수 없음을 알았노라 12/02/28
바람이 분다 풀잎이 운다 새도 노래를 멈추고 구슬픈 사연을 듣는다 12/02/27
산 중턱 양지 바른 곳, 아리따운 꼬마 아가씨가 할아버지 옆에 앉아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듣던 나무 위의 새가 그것도 노래냐며 자신도 한 곡조 뽑아 올린다. 아! 사랑해 마지 않던 그 노랫소리와 자태. 그러나 새에게는 눈길 조차 가지 않고 오직 꼬마 아가씨만 바라보고 웃게 되는 것이었다. 12/02/27 잡문
파랑 하늘 누렁 햇귀 물빛 이슬 풀빛 향기 금빛 울음 은빛 숨결 봄빛 마음 12/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