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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벌고 산수나 유람하며 사는 삶은 어떨까? 허균이 지은 <한정록>에 다음과 같은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아래는 모두 인용이다.

어떤 선비가 밤이면 향을 피우고 하늘에 기도를 올리되 날이 갈수록 더욱 성의를 다하자, 어느 날 저녁 갑자기 공중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상제(上帝)께서 너의 성의를 아시고 나로 하여금 네 소원을 물어오게 하였노라.” 

선비가 대답하기를, 

“제가 원하는 바는 아주 작은 것이요, 감히 지나치게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승에서 의식이나 조금 넉넉하여 산수 사이에 유유자적하다가 죽었으면 족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공중에서 크게 웃으면서, 

“이는 하늘나라 신선의 낙인데, 어찌 쉽게 얻을 수 있겠는가. 차라리 부귀를 구한다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하였으니, 이 말은 헛된 말이 아니다. 

내가 보건대, 세상에 가난한 자는 춥고 배고픔에 울부짖고, 부귀한 자는 명예와 이익에 분주하여 죽을 때까지 거기에 골몰한다. 생각해보면, 의식이 조금 넉넉하여 산수 사이에 유유자적하는 것은 참으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극락이건만 하늘이 매우 아끼는 바이기에 사람이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다.

1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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