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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https://youtu.be/XlSGjzH8Eos 종시- 윤동주 종점이 시점이 된다. 다시 시점이 종점이 된다。 아침, 저녁으로 이 자국을 밟게 되는 데 이 자국을 밟게 된 연유가 있다. 일찍이 서산대사가 살았을 듯한 우거진 송림 속, 게다가 덩그러시 살림집은 외따로 한 채뿐이었으나 식구로는 굉장한 것이어서 한 지붕 밑에서 팔도 사투리를 죄다 들을 만큼 모아놓은 미끈한 장정들만이 욱실욱실하였다. 이곳에 법령은 없었으나 여인금납구였다. 만일 강심장의 여인이 있어 불의의 침입이 있다면 우리들의 호기심을 저윽이 자아내었고, 방마다 새로운 화제가 생기곤 하였다. 이렇듯 수도생활에 나는 소라 속처럼 안도하였던 것이다. 사건이란 언제나 큰 데서 동기가 되는 것보다 오히려 적은 데서 더 많이 발작하는 것이다. 눈 ..
https://youtu.be/S2wSh_93yvs 소네트(Sonnet) 86- 셰익스피어(Shakespeare) 내 다 자란 생각이 두뇌 속에 갇혀태어나지도 못한 채 태반이 곧 무덤이 된 것은고귀한 당신에게 자기좀 낚아채 달라고그 잘난 시구를 뽐내며 들이대던 그 때문일까? 혼령들에게 가르침을 받아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그의 천재성이 내 시상을 죽였을까?아니다, 그도 아니고, 밤마다 그를 돕는 그의 친구들도 아니다나를 경악하게 해 침묵케 한 것은. 그도, 밤마다 신비한 지식으로 그를 홀리는 그 살갑게 구는 혼령도나를 침묵케 한 승리자로 뽐낼 수 없다그들은 날 조금도 두렵게 하지 못하니까 그러나 당신이 그의 시에 총애를 보내자나는 쓸 주제를 잃게 되었고, 내 시는 그만 시들고 말았다 Was it the p..
https://youtu.be/S8MRqbgIkco 화원에 꽃이 핀다- 윤동주 개나리, 진달래, 앉은뱅이, 라일락 민들레 찔레 복사 들장미 해당화 모란 릴리 창포 튜울립 카네이션 봉선화 백일홍 채송화 다알리아 해바라기 코스모스―― 코스모스가 홀홀히 떨어지는 날 우주의 마지막은 아닙니다. 여기에 푸른 하늘이 높아지고, 빨간 노란 단풍이 꽃에 못지 않게 가지마다 물들었다가 귀또리 울음이 끊어짐과 함께 단풍의 세계가 무너지고, 그 위에 하룻밤 사이에 소복이 흰눈이 나려, 쌓이고 화로에는 빨간 숯불이 피어오르고 많은 이야기와 많은 일이 이 화로가에서 이루어집니다. 독자제현! 여러분은 이 글이 씌어지는 때를 독특한 계절로 짐작해서는 아니 됩니다. 아니,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철로나 상정하셔도 무방합니다..
* 소네트 낭독(오디오북), https://youtu.be/8OufXmMngBs 소네트(Sonnet) 85- 셰익스피어(Shakespeare) 내 뮤즈는 혀가 묶여 공손히 침묵을 지키는데당신을 찬양하는 화려한 글들은황금 펜으로 당신의 특징을 담고온갖 뮤즈 도움받아 쓸만한 구절들 쌓아가는 구나 다른 이들이 좋은 말을 쓸 때 나는 좋은 생각이나 해잘 다듬어진 세련된 필치로능력있는 시인이 당신을 노래할 때마다나는 그저 까막눈인 목사가 설교하는 양 ′아멘′하고만 맞장구치도다 당신을 찬미하는 말 들으면 나는 ′그렇다, 사실이다′라고말하면서 최고의 찬사에 뭐라도 덧붙여보려 하지만그건 내 생각 속에서만 맴돌 뿐 당신을 사랑하는내 마음은 누구보다 앞서 있지만 말은 뒤쳐져있구나 그러니 입에서 나오는 말의 숨결을 귀히 여..
https://youtu.be/kKGm9bi3a7o 별똥 떨어진 데- 윤동주 밤이다. 하늘은 푸르다 못해 농회색으로 캄캄하나 별들만은 또렷또렷 빛난다. 침침한 어둠뿐만 아니라 오삭오삭 춥다. 이 육중한 기류 가운데 자조하는 한 젊은이가 있다. 그를 나라고 불러두자. 나는 이 어둠에서 배태되고 이 어둠에서 생장하여서 아직도 이 어둠 속에 그대로 생존하나 보다. 이제 내가 갈 곳이 어딘지 몰라 허우적거리는 것이다. 하기는 나는 세기의 초점인 듯 초췌하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내 바닥을 반듯이 받들어 주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내 머리를 갑박이 나려 누르는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마는 내막은 그렇지도 않다. 나는 도무지 자유스럽지 못하다. 다만 나는 없는 듯 있는 하루살이처럼 허공에 부유하는 한 점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의 관심은 진리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가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이론이 진리인지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헛된 노력이다.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것은 이 이론보다 저 이론을 선택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을 밝히는 일이다." - 옮긴이 서문 비과학적인 것에도 의미가 있다 "포퍼는 과학의 합리성을 규명하는 작업과 유의미성을 밝히는 작업은 서로 다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포퍼는 형이상학적 주장들이 비과학적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문제는 형이상학이 과학을 자처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 옮긴이 서문 과학적 진술이 참인 이유 "과학적 진술이 참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경험에 의해 검증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서 경험을..
"왕이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거나, 철학자가 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있음직하지도 않으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왜냐하면 권력의 소유는 이성의 자유로운 판단을 반드시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 칸트 17/05/09 * 칼 포퍼, 『우리는 20세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에서 재인용. 칼 포퍼 더 보기
"우리의 행정은 소수 대신에 다수를 옹호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라 불리는 이유이다. 법률은 개인들의 사적인 분쟁에서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정의를 행사한다. 그러나 우리는 탁월한 자의 주장을 무시하지 않는다. 어떤 시민이 뛰어나면, 그는 다른 사람에 앞서서 국가에 봉사하도록 요청된다. 그러나 그것은 특권으로서가 아니라 그의 장점에 대한 보상일 뿐이다."* - 페리클레스(B.C. 430년경 아테네의 정치가) 17/05/09 * 칼 포퍼, 『우리는 20세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에서 재인용. 칼 포퍼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