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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인간이 자아를 완전히 실현하는] 이러한 자유는 인류 역사에서는 실현된 일이 없으며, 때때로 미묘하고 비합리적인 형태로 표현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인류가 집착해 온 이상이었다. 역사의 기록이 어째서 그토록 많은 잔인성과 파괴성을 보이는가 하고 의아해할 이유는 전혀 없다. 만일 놀랄 만한 ― 또 힘을 북돋아주는 ―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에게 온갖 일들이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인류가 전 역사에 걸쳐, 그리고 오늘날에도 무수한 개인들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존엄성, 용기, 품위, 친절과 같은 특성을 보유해 왔다는 ― 그리고 사실상 발전시켰다는 ― 사실이다." -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존경하는 청중 여러분, 10년 후에 이 문제에 대해 우리 다시 한번 이야기합시다. 나 자신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그때는 이미 반동의 시대가 시작하였을 것이라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10년 후 그때, 여러분들 중의 많은 사람이, 그리고 솔직히 나 자신도, 바라고 희망했던 것들 중 과연 무엇이 성취되어 있을까요? 아마 '전혀 아무 것도'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거의 아무 것도 성취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이것이 나를 완전히 좌절시키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러나 이것을 안다는 것은 물론 내적으로 부담스럽습니다. 아무튼 10년 후 그때, 여러분들 가운데 지금 자신을 진정한 라고 느끼며 이 혁명이라는 도취상태에 동참하고 있는 자들은 과연 ..
「요컨대 우리가 희망하는 것들의 실현가능성을 뒷받침해줄 그 어떤 확실성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그 일이 성공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인정받지 못합니다. 이것이 중요한 전제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희망하기를 멈추는 이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성공에 대한 보장이 없다고 하지만, 글쎄요, 우리가 삶에서 실천하는 것들 대부분이 성공에 대한 보장이 없는 것이지요. 또한 반드시 실패하고 말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실패나 패배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사라집니다. 우리는 늘 이런 실패의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만 하죠. 또한 이것은 희망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성공에 대한 보장 없이도 우리는 무언가 희망해야 합니다. 만..
「보험 통계표에서 60세를 맞이한 사람처럼, 거주 가능한 행성으로서의 지구의 기대수명은 이미 4분의 3이 지나갔다.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 7,000만 년이며, 천체물리학 법칙에 따르면 앞으로 10억 년이 더 지나면 태양은 지구의 생명을 바짝 구워버릴 만큼 팽창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생명은 지구가 형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즉 겨우 몇 억 년 뒤에 출현했다. 다세포로 이루어진 몸이 출현하기까지는 그로부터 약 25억 년이 걸렸다. 그 뒤에 머리, 손, 의식은 차례차례 점점 더 빠르게 출현했다. 24개월마다 실리콘 칩의 성능이 두 배로 증가한다는 유명한 무어의 법칙처럼, 생물 세계도 기하급수적으로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목격해왔다. 커다란 뇌를 가지고 도구를 쓰는 종은 우리 행성이 기대수명의 대..
「아인슈타인은 "나를 항상 궁금하게 만드는 문제는 이렇다"라면서 "창조를 하면서 신은 선택을 했을까?"라고 물었다. 아인슈타인이 알고 싶었던 것은 왜 자연법칙과 자연상수, 이를테면 기본 입자의 질량이나 중력의 크기가 바로 지금 그대로의 값을 가지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다른 자연법칙과 자연상수도 생각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익히 아는 물음이 다시금 고개를 든 셈이다. '왜 우주는 바로 지금 이대로의 모습일까?' 아인슈타인은 더 심오한 자연원리가 세상의 모든 우연함을 말끔히 제거해주리라 희망했다. 이 심오한 원리가 곧 모든 것을 위한 단 하나의 이론, 우주공식이다. 생애 말년의 30년 동안 아인슈타인은 우주공식을 찾으려 안간힘을 썼으나 허사였다. 우주공식의 탐색은 후계자들에 의해 계속 이어졌다. 이들..
"전진이냐 쇠퇴냐 하는 것은 인류에게 제공된 유일한 선택이다. 순수하게 보수적인 것은 우주의 본질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 화이트헤드 14/12/18 * 김영진, 에서 재인용. 화이트헤드
「지금은 미명의 시대다. 그 어슴푸레함이 일몰 후의 것인지, 일출 전의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미명은 특이하다. 이어질 미래의 비결정성-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하는 낮은 어두움, 혹은 흐릿한 빛, 이를 우리는 미명이라 부르기로 한다. 이 미명은 특이했던 한 시대의 종언, 즉 '종언의 시대'의 종언에서 비롯한다. '역사의 종언', '의미의 종언' 또는 '정치의 종언', 심지어 '문학의 종언'까지. 역사가 끝난 종언의 시대는 영원할 듯하였다. '무정한 이기주의', '워싱턴 컨센서스' 그리고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등은 종언의 시대를 상징하는 키워드들이었다. '종언의 시대' 담론은 삶의 지평, 역사의 지평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 미지를 지운다. 모든 것이 알려져 있고, 아무것도 새로울 것이 ..
"노고에서 벗어나든가 고통에서 벗어나든가, 무엇으로부터 벗어나는 형태 말고는 행복을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주의자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제기된다. ... [소설에서 묘사된] 완벽한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생겨나는 기쁨이 없는 것처럼 보이며 게다가 대개는 다소 역겨운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세계는 분명 디킨스가 묘사한 그런 세계가 아니며, 그가 상상해낼 수 있는 세상을 목표로 하지도 않는다. ... 편집자들로서는 내 주장을 인정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나는 사회주의의 진짜 목표가 행복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제껏 행복은 하나의 부산물이었고 우리 모두 알다시피 언제까지나 그럴지도 모른다. 사회주의의 진짜 목표는 인류애다. 많은 사람이 그..
"이 세계는 우리 인간 때문에 망가지고 있고. 우리 때문에 자연계와 지질계, 생물계뿐 아니라 그로부터 파생된 놀라우리만치 아름답고 독특한 문화 세계까지 모두 황폐하게 변해간다. 이런 세계는 이 우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가 모르는 우주 어딘가에 미지의 생명체가 존재하길 기대하는 것은 현실성 없는 바람이다. 설사 지구 아닌 다른 곳에서 새로운 생명체가 발견된다고 해도 이 멋진 행성을 우리 손으로 직접 파괴하고 더럽히는 행동은 아무래도 용납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는 인류를 비롯한 모든 생명의 엄청난 잠재력을, 그리고 무려 40억 년에 달하는 길고 긴 생물학적 변천사의 끝에서 수천 년에 걸쳐 우리가 쌓아올린 모든 것을 저버리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자신의 미래와 자연계의 미래를 파괴하고 있는 ..
헬무트 하벌과 그의 동료는 인류가 수렵과 채집을 하던 시기부터 신석기 혁명을 거쳐 산업 혁명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자연을 통해 사회의 물질대사를 발전시켜 나갔는지, 그렇지만 인류가 탈산업사회에 들어섰다는 주장은 왜 거짓말인지, 현 선진 산업세계의 문명을 세계화하는 것은 어째서 불가능한지, 기술을 통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자는 복음은 왜 복음이 아닌지를 꼼꼼히 설명해 주다가 다음과 같이 논문을 끝맺고 있다. "수많은 실증 근거를 통해 볼 때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연과 우리의 상호관계가 점진적으로 바뀌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우리는 확신합니다. 사회의 물질대사 즉, 에너지와 물질의 사용은 현저히 줄어야 하고, 토지는 순 에너지를 내놓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어떤 사회가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