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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이 없었다면 우리는 가능한 것마저도 성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이 없었다면 우리는 가능한 것마저도 성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험러

「존경하는 청중 여러분, 10년 후에 이 문제에 대해 우리 다시 한번 이야기합시다. 나 자신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그때는 이미 반동의 시대가 시작하였을 것이라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10년 후 그때, 여러분들 중의 많은 사람이, 그리고 솔직히 나 자신도, 바라고 희망했던 것들 중 과연 무엇이 성취되어 있을까요? 아마 '전혀 아무 것도'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거의 아무 것도 성취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이것이 나를 완전히 좌절시키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러나 이것을 안다는 것은 물론 내적으로 부담스럽습니다. 아무튼 10년 후 그때, 여러분들 가운데 지금 자신을 진정한 <신념정치가>라고 느끼며 이 혁명이라는 도취상태에 동참하고 있는 자들은 과연 무엇이 (이 말의 내적 의미에서) <되어> 있을까요? 나는 그것이 궁금합니다. 지금 상황이 셰익스피어의 102번 소네트가 들어맞는, 그런 상황이라면 참으로 좋겠지요.


그때 꽃피는 봄에 우리의 사랑은 푸르렀다,

그때 나는 그 사랑은 노래 불러 맞으려 했지.

꾀꼬리는 여름의 문턱에서 노래 부르나

계절이 무르익음에 그 가락을 멈추더라.


그러나 사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름의 만개가 아니라, 일단은 등골이 오싹한 어둠과 고난에 찬 극지의 밤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지금 표면적으로는 어느 집단이 승리하든 그것과는 상관없이 말입니다. 왜냐하면,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는, 황제뿐 아니라 프롤레타리아도 자기의 권리를 상실해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밤이 서서히 물러가고 난다면, 그때는 지금 겉보기에 그렇게도 풍성히 봄을 구가하고 있는 사람들 중 과연 누가 아직도 살아 있을까요? 세상과 직업을 있는 그대로 단순하고 덤덤하게 감수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 그리 드문 일도 아닙니다만 ―, 그럴 재주가 있는 사람들은 신비주의적 현실도피에 빠져들거나 또는 ― 흔히 있는 개탄스러운 현상이지만 ― 단지 유행에 따라 이런 신비주의자 행세를 억지로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이런 모든 경우에 대해 나는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위의 상황에 빠진 자들은 자기 자신의 행동을 감당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없었으며, 실제로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감당해 낼 능력도 없었으며, 또 이 세상에서의 일상을 감당해 낼 능력도 없었습니다. 이들은 스스로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객관적으로 그리고 실제적으로 그의 가장 깊은 내면에는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차라리 소박하고 단순하게 사람들간의 형제애를 도모하고 그저 자신의 일상적 임무에 열심히 몰두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정치란 열정과 균형감각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입니다. 막약 지금까지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인류는 아마 가능한 것마저도 성취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옳은 말이며 모든 역사적 경험에 의해 증명된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도자이면서 또한 ― 매우 소박한 의미에서 ― 영웅인 자만이 이렇게 불가능한 것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도자도 영웅도 아닌 사람이라 할지라도, 모든 희망과 좌절조차 견디어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의지를 갖추어야 합니다. 지금 그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오늘 아직 가능한 것마저도 달성해내지 못할 것입니다.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하게 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능력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 막스 베버, 1919년 1월 강연에서


15/09/04


* 막스 베버. (2007). 직업으로서의 정치. (전성우, Trans.). 나남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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