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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라는 수단이 가져오는 특수한 결과는 그 어떤 지도자와 추종자도 피할 수 없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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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라는 수단이 가져오는 특수한 결과는 그 어떤 지도자와 추종자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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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종교가 이 문제와 씨름했으며 이 씨름의 결과는 지극히 다양했고 또, 지금까지 서술한 것을 두고 볼 때, 다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이 만든 조직의 손안에 있는 정당한 폭력이라는 특수한 수단 그 자체가 정치에 관련된 모든 윤리적 문제의 특수성을 규정짓고 있는 것입니다.


그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폭력이라는 이 특수한 수단과 손을 잡는 자는 ― 그리고 모든 정치가들이 그렇게 합니다 ― 누구든 이 수단이 가져오는 특수한 결과들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것은 특히 신념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 ― 종교적 투사이건 혁명적 투사이건 마찬가지입니다 ― 의 경우에 그러했습니다. 


과감히 현대를 그 예로 살펴봅시다. 이 지상에서 절대적 정의를 폭력에 의거해서 실현하고자 하는 자에게는, 이 목적을 위해 추종자, 즉 인적 <기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는 적절한 내적 그리고 외적 보상 ― 천상에서의 또는 지상에서의 보상 ― 을 이 인적 기구에게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기구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우선 내적 보상을 봅시다. 이것은 근대적 계급투쟁이라는 조건하에서 보면, 증오심과 복수심의 충족, 무엇보다도 원한의 충족 및 사이비 윤리적 독선에 대한 욕구의 충족, 다시 말하여 적의 비하와 이단화에 대한 욕구의 충족 등이 될 것입니다. 그 다음 외적 보상으로는, 모험, 승리, 전리품, 권력과 봉록 등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지도자의 성공여부는 이 기구의 원할한 작동여부에 전적으로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그의 성공은 자기 자신의 동기가 아니라 이 기구의 동기에 달려 있습니다. 다시 말하여, 이 지도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추종자들 ― 그가 필요로 하는 홍위병, 밀정들, 선동가들 등 ― 에게 상기한 보상들이 지속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따라서 그가 이러한 조건하에서의 활동을 통해 실제로 무엇을 성취할 수 있을지는 그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추종자들의 행위에 깔린, 윤리적으로 대부분 저열한 동기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동기들은, 지도자라는 인물과 그의 대의에 대한 정직한 믿음이 적어도 추종자들의 일부분 ― 대다수인 경우는 결단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 을 사로잡고 있는 동안만 통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도자와 그의 대의에 대한 이러한 믿음은 비록 그것이 주관적으로는 정직한 것이라 할지라도 대부분의 경우 복수심, 권력욕, 전리품과 봉록에 대한 욕구의 윤리적 <정당화>에 지나지 않는데, 이것은 비단 이런 믿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점을 호도하려는 시도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유물론적 역사관 역시 마음대로 타고 내릴 수 있는 쌍두마차가 아니며, 이 역사관이 혁명의 주체들 앞에서는 그 효력을 상실해 버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상기한 믿음이 가진 그런 단순한 정당화 기능 이외에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것은 혁명의 열정이 식은 후에는 전통주의적 일상이 찾아오고, 믿음의 대상이었던 영웅과 특히 믿음 그 자체가 사라지거나 아니면 ― 이것이 더 효과적이지만 ― 이 믿음은 정치적 속물과 정치적 기술자들의 관습적 상투어의 일부가 되어 버린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특히 신념을 위한 투쟁에서 매우 빠르게 진행됩니다. 왜냐하면 이 투쟁은 순수한 지도자들, 즉 혁명적 예언자들에 의해 영도되거나 촉발되는 것이 보통이며, 모든 지도자 중심의 기구에서 그러하듯이, 신념투쟁에서 추종자들이 마음을 비우고 객관적 태도를 취하는 것, 즉 <규율>을 위해 정신적 프롤레타리아트가 되는 것이 성공의 조건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신념투사의 추종자들은 일단 지배층이 되고 나면 매우 쉽사리 하니의 평범한 봉급자층으로 전락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15/09/03


* 막스 베버. (2007). 직업으로서의 정치. (전성우, Trans.). 나남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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