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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의 "꽃 몸살 나는 봄"은 두보의 시로 시작한다.

     꽃 한 조각 떨어져도 봄빛이 줄거늘
     수만 꽃잎 흩날리니 슬픔 어이 견디리

나는 할 말을 잊고 그저 실없이 비실비실 웃었다. 대체 뭔가, 이런 경지는. 시성(詩聖)은 시성이다. 김훈 선생이 이 시를 "사람의 솜씨"로 보지 않는다고 적은 대목에서 공감하며 또 한 번 웃었다. 다만 '슬픔'이 담겨 있는 것을 보아 "사람의 소행"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고 김훈 선생은 재치있게 덧붙여 적었다. 사실 내겐 김훈 선생의 산문도 거의 사람의 경지가 아닌 것으로 느껴진다. 

그 다음 다음 글은 "자연의 강, 마음의 강"이다. 이 글은 정태춘 아저씨의 노래 가사로 시작하기에, 나는 책을 읽다 말고 컴퓨터를 켜고 유튜브에 들어가 인용된 <북한강에서>를 검색해 틀었다. 

정태춘 아저씨가 "저 어둔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빈 거리"를 생각한다고 노래하기 시작하는데, 나는 또 한 번 실없는 표정을 하고 넋을 잃고 말았다.

금요일 밤,
나는 사람은 사람이되
당최 사람 같지 않은 이분들 덕에
마치 꿈을 꾸는듯하다.

12/12/14

* 김훈,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를 읽다가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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