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러의 책방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 본문

모험러의 독서기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

모험러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은 읽기 힘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 그 힘듦을 보상하고 남음이 있다. 신마저 랜돌프 카터의 아름다운 꿈을 탐했으며, 그 꿈은 사실 카터가 유년시절 사랑했던 것들로 스스로 만든 도시라는 이야기가 신선하다. 결국 카터의 긴 여정도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이었던 거 같다. 카터 유년시절의 풍광과 꿈을 읊어주는 신의 음성은 시적이다. 인간의 상상력은 신마저 감탄할만큼 아름다울 수도 있는가 보다.


「두 줄로 늘어선 무리 사이에서 기다란 형체가 성큼 걸어왔다.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구, 고대의 파라오를 닮은 젊은이의 얼굴, 눈부신 무지갯빛 로브를 걸치고 빛나는 금관을 쓴 모습이었다. 카터에게 성큼 걸어온 그는 제왕의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풍채와 용모에 자부심을 드러냈으며, 암흑의 신 혹은 타락한 대천사로서 변화무쌍한 성격을 나른한 불꽃에 담아 눈동자에 숨기고 있었다. 레테의 거친 강물에 잔물결을 일으키듯 감미로운 목소리로, 그는 말하였다.


"랜돌프 카터, 그대는 그레이트원을 만나러 왔으나, 그것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일이다. …


그러나 그대, 랜돌프 카터는 지상의 드림랜드에서 가장 용감하고, 지금도 탐험의 열망에 불타고 있다. 그대는 호기심이 아니라 자신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온 것이며, 지상의 온화한 신들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존경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 신들이 그대의 꿈에서 황혼의 도시를 빼앗았으니, 그것은 그들의 사소한 탐욕 때문이다. 필시, 그들은 그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기이한 아름다움을 탐한 것이니, 이제부터 그들은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리라. …


그대의 경이로운 도시를 사랑한 신들은 이제 더 이상 신의 길을 걷지 않았다. 그들은 지상의 높은 곳과 그들의 젊음을 기억하는 이 산맥을 잊었다. 지상에는 이제 예전의 신들이 존재하지 않았고, 외계에서 온 다른 신들만이 망각된 카다스를 통치하였다. 랜돌프 카터, 그대가 유년 시절에 소유했던 머나먼 계곡에서 지금 그레이트원이 방탕하게 즐기고 있다. 음, 그대 현명하고 위대한 몽상가여, 인간의 상상계에 있던 꿈의 신들을 오롯이 그대만의 소유였던 곳으로 옮겨놓았으니, 그대의 꿈은 참으로 훌륭했노라. 소년이었던 그대가 작은 환상으로 만들어낸 궁전이 오래전에 사라진 어떤 환영보다 아름다웠다. …


보라! 그대의 여정이 계속될 곳은 미지의 바다 건너가 아니라 그대에게 익숙한 과거의 시간이다. 유년의 찬란하고 기이했던 물건과 과거의 장면을 젊은이의 눈에 떠올려준 햇빛 머금은 마법의 풍광으로 돌아가라.


그대의 황금빛 대리석 도시는 그대가 유년에 사랑했던 것들을 합쳐 놓은 것에 불과함을, 그대는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보스턴 산중턱의 농가와 석양에 물든 서쪽 창가의 영광이며, 꽃향기 가득한 공원과 언덕의 거대한 돔 지붕, 숱한 다리 밑으로 냇물이 나른하게 지절대는 보랏빛 계곡에서 박공과 굴뚝이 어우러진 영광이다. 랜돌프 카터, 그것은 그대가 어느 봄날 유모와의 첫나들이에서 봤으며, 앞으로도 기억과 사랑의 눈으로 간직하게 될 마지막 광경이다. 그리고 세월의 수심에 잠긴 옛 세일럼과 험준한 절벽들을 수백 년 동안 간직해온 괴괴한 마블헤드가 있노라! 지는 해를 배경으로 마블헤드의 목초지에서 항구 너머 아득하게 보이는 세일럼의 누대와 첨탑의 영광이라.


… 노스 쇼어를 따라 멀리 가파른 비탈 마을과 꼬리를 무는 산간, 그곳에는 한적한 돌 비탈과 로드아일랜드 벽지의 거대한 표석 그늘 아래 담쟁이 두른 야트막한 오두막들이 눈에 띈다. 바다 내음과 함께 향기로운 들녘이 있다. 울창한 숲의 마법, 과수원과 정원의 즐거움이 여명에 눈을 뜬다. 바로 그것이, 랜돌프 카터, 그대의 도시라. 그 모든 것이 그대의 것이라. 뉴잉글랜드는 그대를 낳고, 그대의 영혼 속에 사라지지 않을 사랑의 샘물을 쏟아 부엇다. 수년의 기억과 꿈으로 틀을 잡아서 단단히 다듬은 아름다움, 그것이 곧 경이로운 황혼의 도시다. 기묘한 항아리와 조각한 난간으로 이루어진 대리석 발코니를 찾아 끝없이 펼쳐진 계단을 밟고 도시의 넓은 광장과 영롱한 분수에 도착하기 위해, 그대 자신이 그리워하는 유년의 생각과 환상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


가거라! 지상의 신을 미지의 카다스로 돌려보내고, 숱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나를 다시는 만나지 않도록 기도라하. 잘 가거라, 랜돌프 카터, 그리고 조심하라. 내가 바로 '기어드는 혼돈 니알라토텝'이다."」*


* H.P. 러브크래프트, 러브크래프트 전집 3권, 정진영 옮김. 황금가지.

모험러의 책방

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