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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헤겔의 철학은 그토록 매력적일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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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헤겔의 철학은 그토록 매력적일까?

모험러

「헤겔 형이상학의 복잡함은 오직 소수만이 실질적으로 파악했다. 헤겔학파가 우파와 좌파로 분열된 것도 대부분의 제자들이 헤겔의 미묘한 만유재신론(Panentheismus)을 놓쳤기 때문이다. 헤겔은 절대자의 본질은 자연과 정신에서 현현한다는 것에서 출발하는데, 이는 기존 그리스도교의 많은 전통적 해석들과는 모순됐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헤겔이 확신하고 있는 것은 정신이 체계의 첫 번째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신은 자연으로부터 전개되는데, 그 자연 자신은 이념을 전제하고, 그 이념적 구조를 헤겔은 창조 이전의 신의 본질로써 표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헤겔의 성숙한 체계를 특징짓는 게 바로 이러한 논리와 자연 그리고 정신의 삼분법 구조다. 이는 논리학을 지니지 않은 셸링의 체계와 구별된다.


무엇이 헤겔의 체계를 그토록 매력적이게 만드는가? 왜 언제나 거듭해서 헤겔 르네상스가 존재했으며, 나아가 왜 어떠한 중요한 철학자도 그와의 대결을 회피할 수 없는가? 헤겔을 거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헤겔을 무시하는 자는 무엇이 철학적 위대함을 달성하게 해주는지, 철학을 한다는 것이 어느 수준일 수 있는지를 전혀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헤겔을 어설프게 흉내내는 것이 철학적 훈련에 극도로 유해하다는 사실도 함축한다.) 


헤겔은 첫째, 철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체계 형성자다. 철학의 어떤 분과에서도 그와 비교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수많은 통찰을 통합적이고 질서있게 담았던 다른 사상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문화는 분명 모든 분야의 운명이다. 그러나 우리는 전문화에 대한 해독제를 발전시킬 때에만 철학의 이념에 충실하게 머물 수 있다. 그리고 헤겔 체계를 연구하는 것은 여전히 그것의 가장 강력한 해독제다. 


철학적 분과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우리는 가령 윤리학을 생물학에 대한 철학 없이는 영위할 수 없다. 우리가 아는 모든 도덕적 존재는 동시에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단지 현실의 부분 만을 연구하는 자는 언제나 그것만을 근본적인 영역으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환원주의는 전체를 시야에 담기를 거부하는 것의 자연스런 결과인 것이다.


그러나 "체계 없는 철학함은 학문적인 것일 수 없다."


오귀스트 콩트와 달리 헤겔은 단순히 경험과학 사이에 존립하는 전제 관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학문의 내적 건축술에 대한 선험적 설명을 갖고자 한다. 헤겔은 종합적-선험적 판단이 아니라 개념의 선험적 체계에 관심을 지닌다. 근본적으로 『엔치클로페디』는 플라톤과 플로티노스의 눈앞에 떠올랐던 이데아의 우주를 조탁해낸 것이다. 우리가 예나, 뉘른베르크, 하이델베르크 그리고 베를린에서 점차적으로 분명하게 자기의 모습을 표현해나간 헤겔의 질서에 대해 개별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점은 현실에 대한 우리의 접근이 무조건적으로 개념에 이끌린다는 것과 하나의 개념 체계에 대한 결실 있는 비판은 가령 개념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개념 체계를 제안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개념은 우리가 현실에 덮어씌우는 어떤 것이 아니다. 비록 개념이 경험으로부터 추상에 의해 획득되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실재 자체가 개념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지성과 이성이 세계 속에 존재한다는 것은 ′객관적 사상′이라는 표현이 포함하는 것과 동일한 것을 말한다." 객관적(또는 절대적) 관념론은 개념경험주의가 견지될 수 없으며 따라서 근본적 개념은 스스로를 선험적인 구성 과정에 빚지고 있다는 통찰과, 우리의 개념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 개념 때문에 현실의 맥박에 다가설 수 있다는 실재론적 확신의 결합이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그것은 단연코 세계가 신적 사상들의 표현이라는 종교적 신앙과 일치한다. 물론 헤겔은 소박한 신앙이 아닌 낯선 확신, 즉 사상들을 올바른 방법에 힘입어 파악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둘째, 헤겔의 특수한 방법, 즉 그의 변증법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 (생략) ...」*


17/12/03


* 비토리오 회슬레, 『독일 철학사: 독일 정신은 존재하는가』에서 발췌,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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