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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신은 아시아를 정체상태에서 깨울 것인가? 본문
"다른 한편으로 나는 다른 곳도 아닌 바로 동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이 책의 첫 번역서가 나왔다는 사실에서, 세계정신이 그것에 대한 위대한 이론가인 헤겔이 생각했던 것과는 오히려 정반대로 겪고 있는, 일종의 아이러니를 목도한다. 왜냐하면 그의 저작들 중 [직접적인] 시대연관성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 그리고 그 때문에 이 책에서는 단지 그 개요만 간단하게 논의되었던 ― 『역사철학강의』에서 헤겔은, 세계사의 전진은 지나(支那: 중국 혹은 아시아)에서 출발하여 서쪽으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바, 최초의 원류가 된 동쪽의 지역은 영원한 정체상태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는 둥글다. 그리고 이는 한편으로는 ― 칸트가 깨달았듯이 ― 세계의 여러 개별 문화가 갈수록 서로 통합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세계정신의 기나긴 서진운동이 대서양을 넘어 북아메리카에까지 뻗어나갔다고 한다면, 이제 그 세계정신은 당연히 다시 동아시아를 향해 전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아주 가까운 미래에 세계정신의 이러한 계속적인 서진운동의 징후가 실제로 나타나리라 믿는다.
또한 나는 드디어 자신의 발원지인 동아시아로 회귀한 세계사가 생태학적 위기의 시대가 요청하는 바의 전지구적 책임을 발전적으로 잘 수행해내기를 희망한다."
- 비토리오 회슬레, 『헤겔의 체계1』, 권대중 옮김. 에서
17/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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