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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 있다. 신비로운 건 시간과 공간의 그 결정론적인 성질이 아니다. 진짜 신비로운 건 그럼에도 인간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뇌하고, 선택하며, 친구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심지어 이방인을 위해, 때론 자기를 희생한다는 것이다. 테넷과 위쳐, 둘 다 엔딩에서 우로보로스의 원은 완성된다. 필리파가 최후에 깨닫는 바, 운명(destiny)은 왜 희망인가?("Destiny isn’t the judgements of providence, isn’t scrolls written by the hand of a demiurge, isn’t fatalism. Destiny is hope."*) 헤겔이 말했듯, 정신은 자유를 향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종말이라는 운명(fate)에 맞서, 자기..
"다른 한편으로 나는 다른 곳도 아닌 바로 동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이 책의 첫 번역서가 나왔다는 사실에서, 세계정신이 그것에 대한 위대한 이론가인 헤겔이 생각했던 것과는 오히려 정반대로 겪고 있는, 일종의 아이러니를 목도한다. 왜냐하면 그의 저작들 중 [직접적인] 시대연관성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 그리고 그 때문에 이 책에서는 단지 그 개요만 간단하게 논의되었던 ― 『역사철학강의』에서 헤겔은, 세계사의 전진은 지나(支那: 중국 혹은 아시아)에서 출발하여 서쪽으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바, 최초의 원류가 된 동쪽의 지역은 영원한 정체상태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는 둥글다. 그리고 이는 한편으로는 ― 칸트가 깨달았듯이 ― 세계의 여러 개별 문화가 갈수록 서로 통합된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