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러의 책방
천재성과 건전한 상식을 내세운 자연적 철학의 함정 본문
「훌륭한 사유의 과정일수록 어둠 속에 감추어 두는 대신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당당히 공개해야 한다. 애초에 '궁극적이고 완결된 진리'를 찾는 것 자체는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오래된 교리문답서나 유명한 격언의 구절을 인용하면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을 이용하면 제대로 규정되지도 증명되지도 않은 불완전한 진리를, 심지어 때로는 정상적인 사유의 방향과 정 반대되는 진리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 한 번 이러한 모순을 느끼고 당황하기 시작하면 사유는 점점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결국에는 자신이 내세운 철학이 무조건 옳으며 결론은 이미 나와 있으니 다른 주장은 모두 '궤변'에 불과하다는 아집에 빠지기 십상이다. 이는 마치 철학에 무지한 자들이 모든 철학적 사유를 뭉뚱그려 '비현실적인 몽상'에 불과하다고 매도하는 것과 같다.
건전한 상식에 의존하는 자들은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때 감정을 앞세우며 마치 신의 계시라도 받은 듯이 행동한다. 자기와 같은 감정을 느끼거나 같은 계시를 받지 못한 사람과는 더 이상 상종하고 싶지 않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인간성을 뿌리째 짓밟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간성의 본질은 타인과의 합의를 이루어 내는 데서 생겨나며 상호 공통의 이해에 도달하지 않으면 결코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 헤겔, 정신현상학, 뉴필로소퍼1.
궁극의 진리는 쉽다. 그러나 상호 이해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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