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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의 힘으로 반복에 맞서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반복의 힘으로 반복에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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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과 범속한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이탈의 몸짓은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라는 절대 명령의 특성을 띤다. 이탈이 발생하는 곳은 사람들이 "빌견된 사실에 대한 인내의 한계"에 도달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익숙한 관계도, 그것의 복사판도 더 이상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익숙한 관계는 이탈자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견딜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이탈자는 기존의 생활방식에 대해 깊은 불만을 느낀 나머지 그것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삶을 혹은 자기 자신을 바꾸기로 한다. 슬로터다이크에 따르면 예외적 인간은 극단적인 태도 변화, 즉 전향(conversion)을 통해 이를 행한다. 그 과정에서 드물지 않게 "혐오, 회환, 이전 존재 방식에 대한 철저한 배척과 같은" 감정이 이탈자를 사로잡기도 한다. 사실상 기존 방식과의 경계 설정에 다름 아닌 이런 격렬한 거부 반응은 연습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언명되지 않은 고행은 언명된 고행으로 대체된다. 


즉, 습관으로부터 내던져진 사람은 이때부터 '의식적으로' 연습을 행한다. '습관의 강물에서 헤엄치기'는 실제로는 헤엄을 친다기보다 습관의 물결에 몸을 맡기고 떠밀려 다니는 것에 더 가깝다. 반면 일단 강가에 다다른 사람은 자력으로 움직여야 하므로 능동적인 힘을 발휘해야 한다. 이로써 그는 전혀 다른 방식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지금까지 자신도 모르게 진행되던 그의 연습 프로그램들은 의식적인 검토를 거쳐 필요한 경우 더 나은 프로그램으로 교체되거나 아예 삭제된다. 그러므로 언명된 의식적인 연습은 무의식적 무반성적 고행을 통해 '살아지던' 수동적 형태의 실존에서 자기 자신을 제 손으로 움켜쥔 능동적인 생활방식으로 넘아가는 이행을 뜻하기도 하다. 


슬로터다이크에게 전향은 "하나의 믿음 체계에서 다른 믿음 체계로 넘어가는 이행이 아니다. 본래 개종은 수동형의 존재 방식에서 벗어나 능동적 존재 방식으로 들어설 때 발생한다".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은 연습의 '내용'(만)이 아니라 '형식'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사로잡히는 "격정, 습관, 심상 같은 자동 프로그램들"의 자리에 스스로 행하는 독자적인 사고, 감정, 행위가 들어선다. 


"이를 통해 점차 주체적 인간이 객체적 인간으로부터 분리된다. (···) 두 번째 위치에서 인간은 예전에 그랬듯이 수동적 존재, 반복된 존재, 저항 없이 제압된 존재로 머물지만 첫 번째 위치에서는 반대로 탈수동적 존재, 반복하는 존재, 싸울 준비가 된 존재로 바뀐다." 


여기서 싸울 준비가 되었다는 것은 언명되지 않은 고행에 의해 "사로잡힌 상태"에서 벗어나 "반복의 힘으로 반복에 맞서는" 의지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더 정확히는 지금까지 자신을 이루고 있던 습관과 감정과 심상에 대한 선전포고이다.」*


16/06/05


* 크리스티나 뮌크, <행복을 찾아가는 자기돌봄>, 「현대철학의 트레이너 '페터 슬로터다이크': 생존을 위한 호신술이 필요하다 느낄때」. 문단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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