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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고행, 나쁜 고행, 연습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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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고행, 나쁜 고행, 연습

모험러

「연습은 단지 달인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무능도 연습될 수 있다. 나쁜 버릇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연습하는 동물로서 인간은 "가장 나쁜 것까지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의심할 바 없이 자명한 것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이 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은 모두 개별적, 집단적 혹은 순차적 형태로 이루어지는 연습 또는 고행 덕분이다. 슬로터다이크는 그리스어 개념인 '아스케시스(askesis=연습, 훈련)'의 본래 의미를 살려 '고행Askese'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 결과 "고행적인 것으로 밝혀진 세상에서는 자신으로부터 무언가를, 혹은 많은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들과 자신으로부터 아무것도, 혹은 조금밖에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차이가 점점 더 확연해진다". 슬로터다이크는 "사람들 사이에 불평등이 생겨나는 이유가 그들의 고행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람들 사이의 다름의 궁극적 원인"이 그들의 연습 프로그램이라는 주장에 불쾌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바로 슬로터다이크가 의도한 바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를 도발하고자 한다. 말 그대로 우리에게 싸움을 걸고, 우리를 촉구하고, 우리를 자극하기를 원한다. 이는 그의 '인간 기법' 프로그램의 일부다. 냉소주의나 엘리트적 사고에 근거한 비난으로 이 같은 도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 사람은 이미 싸움에서 진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그런 비난으로는 아무런 이득도 얻을 수 없다.) 


반대로 도전에 맞서고자 하는 사람은 일단 그 도전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자신에게 직접 말을 걸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실제로 슬로터다이크에게는 '한 사람 안의 차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람들 사이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이다." 


내가 편견 없이 공정하게 슬로터다이크의 도발에 응한다면 사람들 사이의 연습된 불평등에 관한 명제는 '나에게' 이런 의미가 된다. 즉, 다른 사람들이 고행에서 나를 능가한다면 이는 내가 충분히 혹은 올바르게 연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가 이러한 생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때 그것이 내 안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 슬로터다이크는 '수직 긴장' 개념을 가지고서 설명한다. 더 많은 능력과 모든 형태의 '언피트니스' 극복을 추구함으로써 나는 방향을 '위쪽으로', 즉 내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완성을 향해 맞추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 실제로 혹은 가상으로 ― 위쪽에서 내게 말을 걸게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위에서 말 걸게 하기"는 "위에서 하달하는 말 따르기"와 혼동되기 쉽다. 둘의 차이는 말하는 자의 의도에 있기도 하지만 또한 말을 듣는 귀에도 차이가 있다. 위에서 내게 말을 걸게 하는 경우 이 경험은 나를 격려하고 내 안에 수직으로 작용하는 힘을 강화시켜 더욱 열심히 연습하고자 하는 마음을 고조시킨다. 그러나 위에서 말이 일방적으로 하달되고 있다고 믿는 경우 나는 저 미심쩍은 위쪽이 내가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곳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 속에 스스로 밑바닥에 웅크리고 있게 된다.


비정치적 계급 차별의 궁극적 원인이 연습의 차이에 있다는 슬로터다이크의 언급은 동일한 것의 영원회귀라는 니체의 격언과 비교될 수 있다. 두 사람의 진술을 사실에 대한 기술로 보고자 한다면 둘 다 별로 쓸모가 없다. 하지만 이로부터 개인적인 자극을 받고 자기 내부 가장 깊숙한 곳에 말을 걸게 한다면, 두 진술은 모두 직접적인 '인간 기법' 효과를 갖는다. 앞에서 언급했던 변형된 인류학적 물음을 다시 떠올려보자.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 이에 대한 슬로터다이크의 답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앞으로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존재로서 본다는 것이다.」*


16/06/03


* 크리스티나 뮌크, <행복을 찾아가는 자기돌봄>, 「현대철학의 트레이너 '페터 슬로터다이크': 생존을 위한 호신술이 필요하다 느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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