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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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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험러

「진정성 추구는 상실된 화합을 복구하려는 시도다. 과거에 종교 의식, 기도, 성찬식에서 얻었던 것을, 요즘은 '오프라의 북클럽' 같은 방송이 제공하는 심리 분석, 자기계발, 감성, 감정, 향수, 여피 소비주의가 적당히 뒤섞인 지극히 현대적인 형태의 영성(spirituality)으로 충당한다. 또는 쇠고기, 닭고기, 채소, 면직물, 화장지, 드라이클리닝 할 것 없이 뭐든 '유기농'에 집착하는 것 역시 진정성 추구의 한 방편이 됐다. 그와 유사하게 지역 농민, 지역 책방, 지역 에너지 같은 지역 경제에 대한 관심 증가도, 낭비적이고 혼란스러운 대량생산 소비주의보다 소규모 공동체의 전일성(holism)이 훨씬 소중하고 보람된 것이라는 근본 태도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시장경제에 대한 거의 본능적인 혐오가 존재한다. 사고파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인간소외를 일으킨다는 신념 때문이다.


어떤 형태든지 간에 진정성 찾기는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자리매김했으며, 의미 있는 삶과 자기 실현에 대한 개인적 욕구뿐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평등하고 환경친화적인 진보 경제·진보 정치에 대한 요청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내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의 핵심은 진정성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거다. 지난 250년간 근대인을 사로잡았던 진정성 문제는 허구다. 그것이 약속한 바는 이제껏 구현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러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거나 방식이 잘못돼서가 아니다. 자꾸 거짓된 것들을 조달하는 자본가나 정치가, 혹은 다른 어떤 자들의 방해 탓도 아니다. 우리가 옛날엔 진정한 삶 ― 진정한 공동체 속에 살면서 진정한 음악을 듣고 진정한 음식을 먹고 진정한 문화에 참여하는 삶을 살다가 지금은 그 진정성을 잃었다는 식의 동화 같은 전제 자체를 나는 부인한다.


진정성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책의 대주제다. 적어도 삶의 의미 찾기에 필요한 대대적인 방편으로서의 진정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16/06/09


* 앤드류 포터,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진정한 나를 찾다가 길을 잃고 헤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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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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