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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 추구의 욕망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지위 추구의 욕망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모험러

「지위는 권력과 마찬가지로 공백 상태를 싫어한다. 따라서 쿨의 종말이 곧 지위 사냥의 종말이라는 생각은 희망사항이다. 지위 추구의 욕망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불을 켜면 허둥지둥 흩어져 몸을 숨기고, 조금 더 은근하고 조금 덜 노골적인 형태로 변신한다. 베블런의 고전적 양상에 따라, 알 만한 사람들은 쿨을 뒤로하고 다음 레벨로 넘어간다. 이제부터 연마할 기교는 번듯한 직장에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집에 온갖 것을 다 갖춰놓고도 정신적으로 그런 것에 전혀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교묘히 전시하는 것이다. 그저 뭔가를 구매하는 행위가 아니라, 고유한 욕구에 초점을 맞춘 삶, 특별한 취향과 감각을 반영하는 삶을 창조하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일이 중요해진 것이다.


유기농 채소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가? 테루아르의 특색이 담기지 않은 저급한 와인을 마시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고 생각하는가? 어디서 돈 주고 살 수 없는 가보 ,희귀 골동품, 예술품으로 집 안을 채우는가? 다음 휴가는 관광객으로 붐비고 기념품 장사꾼들이 귀찮게 하는 상업화된 유럽이나 아시아 관광지보다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나 오두막을 빌리거나 포르투갈에서 농가를 한 채 빌릴 예정인가? 경쟁성 있고 돈 되는 사업 아이템인 '과시용 진정성'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과시용 진정성은 유혹적이고 매력적이다. 과시가 유효하려면 최소한 외관상 유용하거나 사회적으로 유익한 모습을 띠어야 한다는 베블런의 통찰을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하기 때문이다. 즉, 본의를 숨기고 마치 다른 목적을 지니는 듯한 외양을 연출한다. 여기서 본의란 지위 추구다. 19세기 귀족들이 어떻게 사냥이나 고대 언어를 배우며 여가를 보냈는지, 20세기 반문화주의자들이 파시즘적 순응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구실로 어떻게 '쿨 사냥'의 본질을 가렸는지 상기해보라.


과시용 진정성은 진정함 찾기에 극도의 엄숙함을 부여하는 강수를 둔다. 그것은 내게 뜻있는 삶을 제공할 뿐 아니라, 사회, 환경, 심지어 전 지구에 좋은 일이 된다. 개인에게 이익이고 도덕적으로도 가상한 일거양득 상황은 진정성이라는 거짓말의 핵심적인 속임수다. 공사일치의 욕망은 왜 진정성 있는 생활방식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하나같이 박애주의의 이미지로 장식되는지 설명해준다. 그러나 지위 지향적 행위는 결국 언제나 정체가 드러난다. 유기농작물의 흥망성쇠는 이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다.」*


16/06/12


* 앤드류 포터,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진정한 나를 찾다가 길을 잃고 헤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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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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